눈치보기에 급급한 한국 언론들 사이에서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이 힘겹게 걸어가는 길.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로 인해, 한국은 이제 세계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세 번째로 많은 국가가 되고 말았다. '메르스(MERS)'라는 이름 자체가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중동호흡기증후군)'이라는 점에서도 쉽게 알 수 있듯이, 이 전염병의 발원지는 중동이고 최초 발병 시점인 2012년부터 최근까지 대부분의 환자도 여기에 있었다(총 감염환자의 약 97%가 사우디아라비아 ·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지역에서 발생).

 

아직 감염경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단봉낙타 접촉에 의한 감염전파가 보고된 바 있다(낙타는 사람과 달리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감기 증상 이상의 징후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평소에 낙타와 접촉할 일이 전혀 없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낙타를 조심하라'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하게 된 것이다. 중동 이외에 메르스가 발생한 다른 나라들처럼 초기대응만 잘했어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어쨌든 6월 4일 현재 메르스는 확산 일로에 있고, 확진 감염자수 35명 · 격리자수 1,364명에 이른다. 5월 31일 격리자수가 약 120명이었던 걸 감안하면, 겨우 나흘 만에 무려 10배가 훨씬 넘는 시민들이 바이러스의 피해자가 된 셈이다. 게다가 군대에서도 처음으로 메르스 감염자가 나와 소속 장병 100여 명이 격리됐고, 환자를 치료했던 병원 의사마저 바이러스에 감염된 걸로 밝혀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들의 불안은 날로 커지고 있으며, 정부에 대한 불만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실명은 밝히지 않은 채 '대형병원'이라고만 보도하는 한국 언론(출처: SBS(2015/06/03), YTN(2015/06/04)]

 

하지만 정부는 6월 3일 '메르스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면서 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끝내 공개하지 않기로 했고, 지금 이 순간까지 대부분의 한국 언론은 병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3차 감염 의사가 소속된 병원조차 실명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여론조사 결과 82.6%의 국민들이 메르스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감염자가 나온 병원과 지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답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언론들은 여전히 눈치보기에 급급한 것이다.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을 말하라. 바보 같은 진실은 바보같이 말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진실은 마음에 들지 않게 말하고, 슬픈 진실은 슬프게 말하라."
- 르몽드를 창간한 언론인, 위베르 뵈브메리

 

프레시안이 메르스 발생 병원 실명을 다루는 방식

 

이 와중에 거의 유일하게 메르스가 발생한 병원의 실명을 공개한 언론이 있다. 2001년에 창간된 인터넷신문 '프레시안(Pressian)'이다. 혹시 기억하는가? 프레시안이 바로 2004년에 흔히 말하는 '황우석 사태'를 단독 보도(앰네스티 언론상 수상)했던 언론이다. 대부분의 한국 언론이 황우석을 극찬하고 있을 때, 프레시안은 논문조작의 진실을 밝힌 것이다. 또한 한미 FTA나 삼성공화국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한국의 그 어떤 언론보다 더 끈질기게 문제 제기를 했고, 공정하고 독립적인 보도를 위해 2년 전에는 일반 시민이 주인인 '언론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6월 2일 '평택성모병원은 왜 자진 폐쇄를 선언했나'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프레시안은, 메르스가 발생한 병원의 실명을 공개하기에 이른다. 연이어 6월 3일에는 '동탄성심병원, 3차 감염 온상 되나?' '[단독] 삼성서울병원 의사 메르스 확진, 정부 '은폐' 의혹'이라는 기사도 내보낸다. 다른 언론들이 그저 '대형병원'이라고만 했던 병원이 바로 '삼성서울병원'인 것이다. 도대체, 프레시안 이외의 그 수많은 한국 언론들은 '국민의 알권리'와 '메르스 확산방지'를 위해서 제대로 하는 일이 뭐가 있는가?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메르스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감염자가 나온 병원과 지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답하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프레시안은 병원 명단 공개를 굉장히 신중하게 결정한 걸로 보인다. 그래서 실명 공개 첫 번째 기사 '평택성모병원은 왜 자진 폐쇄를 선언했나'에서 명단 공개 이유를 상세하고 분명히 밝히고 있으며, 해당 병원의 입장도 기사 내에 명확하게 전하고 있다. 이렇듯 진정한 언론은 그저 눈치나 보며 대형병원이라고 얼버무리기보다는, 정확하게 사실을 전달하고 그 이유를 밝히며 당사자의 해명도 당당하게 보여준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다들 느꼈다시피, 이런 언론이 한국에서는 정말 흔치 않다.

 

[병원 실명을 밝히면서도 해당 병원의 해명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프레시안]

 

- 관련 기사 보기

1. 평택성모병원은 왜 자진 폐쇄를 선언했나 [클릭]

2. 동탄성심병원, 3차 감염 온상 되나? [클릭]

3. [단독] 삼성서울병원 의사 메르스 확진, 정부 '은폐' 의혹 [클릭]

4. 35명 확진자 '메르스 병원' 6개 실명 공개합니다! [클릭]

5. 삼성서울병원 '35번' 의사, '바이러스 허브' 될 수도… [클릭]

6. 박원순, 삼성서울병원에 "(폐쇄 포함) 모든 조치할 것" [클릭]

 

공정하고 독립적인 언론을 지키기 위해,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

 

사실, 포털 중심으로 뉴스를 소비하고 기사는 공짜로 보는 거라는 분위기가 강한 한국에서는 아무리 괜찮은 언론이라고한들 많은 시민들이 함께해주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렵다. 그래서 한때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10위'에 선정되기도 했던 프레시안의 상황도 현재 그렇게 좋지 못하다. 오죽하면,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달아놓은 광고로 인해 '배너광고 갑'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렇지만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여기에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조합원 1만 명이 달성되면 모든 광고를 없애겠다"며 이번 6월부터 조합원 배가 운동을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다.

 

 

[출처: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 웹페이지 갈무리]

 

프레시안이 사라지면, 언제 우리는 또 이런 언론을 가질 수 있을지 정말 기약이 없다. 언제까지 권력의 눈치나 보는 언론, 사실보다는 어느 한 쪽에 유리한 부분만 강조하는 언론, 진실은 외면한 채 극소수 기득권의 입장만 대변하는 언론에 휘둘릴 텐가?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의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우리 스스로가 주인인 언론 · 그 무엇보다도 진실을 최우선시하는 언론 · 약자를 배려하고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언론을 지켜낼 수 있다. 그래서 박원순 · 조국 · 심상정 · 김미화도 프레시안 조합원 가입을 응원했다.

 

 

한국 언론이 완전히 망가진 상황에서 공정하고 독립적인 언론은 절대 저절로 지켜지지 않는다. 뜻 있는 시민들이 직접 움직여야 하고, 도대체 어떤 언론이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자꾸 확인해봐야 한다.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병원을 공개하라고 하는데도 계속 눈치나 보고 있는 언론들이 과연 국민의 알권리를 제대로 충족시켜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은 단순히 공개하는 걸 넘어서서 해당 병원이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도 확실히 밝혔다. 이게 바로 진정한 언론의 역할이고, 우리 모두가 원하는 진실이다!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 조합원 가입하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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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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