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경제지의 제2롯데월드 안전성 검증, 그들이 '기레기'로 불릴 수밖에 없는 이유.

 

서울 잠실에 짓고 있는 롯데월드타워(총 123층·높이 555m)가 2015년 3월 14일, 국내 건축물 가운데 최초로 100층 높이(416.35m)까지 올라갔다. 롯데는 오는 24일에 롯데월드타워의 100층 돌파 기념식을 준비 중이라고 하는데, 다들 알다시피 제2롯데월드와 관련한 여러 가지 안전성 문제는 저층부 임시개장이 된 지금까지도 해소될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수많은 기사를 통해 익히 알고 있듯이,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됐을 때부터 끊임없이 사고가 발생했고 최근까지도 크고 작은 사고가 계속 이어졌다. 일반시민들의 불안감은 날로 확산되고 있으며, 요즘 방문객이 현저하게 줄어든 저층부 쇼핑몰 상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의 2월 하루 방문객과 주차장 이용 차량은 작년 10월 개장 직후보다 30~40% 정도 감소했다고 한다]

 

[출처: 연합뉴스]

 

이 와중에 지난 3월 15일, 국내의 한 유력 경제지가 '제2롯데월드 10가지 오해와 진실'이라는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1면엔 한창 높이 올라가고 있는 롯데월드타워 사진을 배치했고, 10면과 11면에 걸쳐서 집중적으로 제2롯데월드 관련 쟁점을 다뤘다. 그런데, 이 내용이 좀 이상했다. 제목은 '오해와 진실'인데, 막상 읽어보면 지나치다 싶을 만큼 일방적으로 롯데 측 입장이 기사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이다.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이런 기사가 나올 수 있었는지를 하나 하나 살펴보기로 했다. 원래는 내용 자체가 맞는지 아닌지를 따져보려고 했으나(기본적으로 내용에도 굉장히 문제가 많다), 해당 기사를 두 번 세 번 읽으면 읽을수록 기사의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근본적으로 아예 기사의 기획부터가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됐다. 상식선에서 생각해 볼 때 장장 3면에 걸친 이런 대형기사는 기획 단계에서 기자가 도움을 받을 전문가를 선정할 텐데, 애초에 여기서부터 심각한 편향성이 나타난 것이다. 과연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는지,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출처: '제2롯데월드 10가지 오해와 진실(2015/03/15)' 기사 마지막의 전문가 리스트 갈무리]

 

해당 언론사의 홈페이지 기사 말미에는 '도움말 주신 전문가'라며 국내 유수 대학의 교수들 명단이 나온다. 실제로 기사 내용 중 상당 부분이 이들의 코멘트로 채워져 있고, 이 기사가 주장하는 내용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로 등장한다. 요즘은 이런 걸 보면 4대강사업 추진 과정에서 소위 전문가라는 인간들이 했던 발언이 어쩔 수 없이 생각나는데, 바로 지금부터 이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한번 추적해 보겠다.

 

석촌호수 수위 및 지하수 항목 답변, 토목공학과 박 교수

 

이 기사에서 토목공학과 박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출처: '제2롯데월드 10가지 오해와 진실(2015/03/15)' 기사 중 토목공학과 박교수 발언 갈무리]

 

한마디로, 석촌호수의 수위 저하에도 불구하고 타워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박교수라는 사람은 2014년 7월 말에 롯데로부터 5억 원짜리 안전점검 용역을 맡아 수행한 인물이다. 당시는 제2롯데월드 건설 공사로 인한 석촌호수 수위 저하·지하수 수위 감소에 따른 지반 침하 등 주변 지역 안전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던 때였고, 박교수는 롯데가 발주한 이 용역의 수행팀을 맡아 연구 중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 박교수라는 사람이 8월 중순에는 석촌 지하차도 싱크홀의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결성된 서울시의 민간조사단에도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박교수의 연구윤리가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롯데로부터 거액의 연구비를 받아 용역을 수행한 사람이 그대로 서울시 조사에도 합류했기 때문이다.

[장동엽 참여연대 간사 "제2롯데월드 용역 수행 중 석촌지하차도 민간조사단에 합류했다는 것은 의혹을 충분히 제기할 만한 것으로,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에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본다 ... 본인이 알아서 빠지든가 했어야 했다"]

 

랬던 박교수가 지금에 와서는 '제2롯데월드 10가지 오해와 진실'이라는 기사에 도움을 준 전문가로 등장했고, '롯데월드타워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을 하고 있다(서울시 민간조사단은 작년 8월 말 10여일간의 조사를 통해서 '석촌지하차도의 싱크홀 발생은 지하철 9호선 굴착 공사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 과연 토목공학과 박교수의 말을 우리는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까?

 

건축물 구조안전 항목 답변, 건축학과 박 교수

 

건축학과 박교수는 해당 기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출처: '제2롯데월드 10가지 오해와 진실(2015/03/15)' 기사 중 건축학과 박교수 발언 갈무리]

 

쉽게 말해서, 제2롯데월드는 모래 위에 세워진 게 아니니 건물이 가라앉을 걱정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포털사이트에서 박교수를 검색해 보면, 유난히 롯데월드타워와 관련해서 이름이 많이 등장한다. 이 검색결과를 따라 들어가 보면 최소 2년여 전부터 롯데그룹의 입장과 비슷한 말을 하는 전문가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으며, 작년 12월부는 아예 잠실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 홍보관에서 이른바 '시공기술 발표회'라는 걸 매달 진행하며 제2롯데월드의 안전성을 강변하고 있다.

[2014년 8월에는 CNN 인터뷰까지 했고, 이때에도 박교수는 "제2롯데월드 건물의 기반은 깊고 강한 암석 위에 있다"며 "건물의 구조적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오죽하면, 얼마 전에 한 중앙일간지 기자가 쓴 '[기자의 눈] "제2롯데월드 안전" 일방적 홍보쇼 눈살(2015/02/13)'이라는 칼럼에도 바로 이 박교수가 등장한다. 이 칼럼에서 기자는 "롯데측이 선정한 전문가들이 발표자로 나와 한 목소리로 "롯데월드타워는 안전하다"고 강조한다"며 "어디에도 '우려'나 '위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썼다. 결국 박교수는 롯데가 홍보를 위해 마련한 발표회와 '제2롯데월드 10가지 오해와 진실'과 같은 기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롯데그룹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 도대체 어떻게 우리가 건축학과 박교수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있단 말인가?

 

화재 안전 · 아쿠아리움 변전소 항목 답변, 도시방재안전연구소 윤 교수

 

[출처: '제2롯데월드 10가지 오해와 진실(2015/03/15)' 기사 중 도시방재안전연구소 윤교수 발언 갈무리]

 

기사에서 이와 같이 말한 도시방재안전연구소 윤교수 역시 서울시 자문단의 소방화재분과에 속해 있는데, 작년 9월 말에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개장 승인을 위한 '민관 합동 방재훈련'에 서울시 측 전문가 참여했다. 이 당시 윤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체계적이고 기술 집약적인 대응이 이뤄졌다. 안심이 된다. 4~5개월 전 롯데쪽의 방재센터를 점검했을 때와 비교해 전반적인 대응이 나아졌다"고 무척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얼마 뒤에 제2롯데월드는 실제로 조기개장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후 언론의 취재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날 방재훈련에 시민이라며 참가한 1200여 명 가운데 무려 절반인 600여 명은 입점업체에서 직무교육을 받은 '직원'들로 드러났다(처음에는 환자로 20여 명만 롯데 측 직원들로 구성했다고 말했다가 취재진들의 질문이 거듭되자, 그제서야 절반 이상이 롯데직원이라고 시인했단다). 결국 롯데가 저층부 건물의 임시개장 승인을 받기 위해 방재훈련까지 보여주기식으로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고, 당연히 훈련의 실효성에도 의구심이 제기됐다. 과연, 제2롯데월드 방재센터는 유사시에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건축 구조 · 콘크리트 균열 항목 답변, 건축공학과 한 교수

 

끝으로 건축 구조 및 콘크리트 균열과 관련해 해당 기사에 답변을 한 건축학과 한 교수에 대해 살펴보자.

 

[출처: '제2롯데월드 10가지 오해와 진실(2015/03/15)' 기사 중 건축공학과 한교수 발언 갈무리]

 

이 기사에 등장하는 전문가들은 일축하고 잘라 말하기에 이상하리만치 능한 것 같은데, 위와 같이 단언한 건축공학과 한교수는 지난 1월 중순에 'JTBC 손석희의 뉴스룸'에 출연해('[탐사플러스] 갈라지고 벌어지고..제2롯데 지하 '균열 위협'' 2015/01/12) 제2롯데월드의 콘크리트 균열에 대해 답변을 한 적이 있다(한교수도 롯데의 자체 용역을 받은 학회 회장이다). 이때 한교수는 "온도의 원인이 제일 크고, 지금 겨울이니까 수축이 일어나는데 양쪽 기둥이 잡고 있는데 수축이 일어나니까 수축을 못 하면 균열이 발생할 수도 있죠"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했다.

 

 

그런데, 당시에 손석희의 뉴스룸에서는 전혀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간사이 공항 등 일본 내 대형 공사의 지반 분석을 담당했던) 일본 토목 전문가의 인터뷰를 함께 전했다. 그에 따르면 "이 정도 균열은 정상적이지 않아요. 온도로 인해 변한다지만 지하잖아요. 지하는 외부와 달리 온도가 일정해요. 온도로 균열이 생기는 건 아니죠 ... 콘크리트를 서둘러 부을 경우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에서 임의로 물을 넣는 경우가 있어요. 물이 많아지면 다 마를 경우 균열이 생기죠"라며 큰 우려를 표명했다.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

 

[출처: '제2롯데월드 10가지 오해와 진실(2015/03/15)' 기사 중 외국 전문가의 옹호 발언 갈무리]

 

일반인 입장에서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데, 바로 이 뉴스에서 다른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건조수축은 온도에 의해 수축하고 팽창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건 방향성이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건 일관되게 균열이 가서 건조수축은 아니고" (건국대 건축대학장 안형준 교수)

 

"건축을 하면 콘크리트와 새로운 콘크리트가 붙질 않아요. 접합 부분은 방수를 철저히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의 방수를 소홀히 했어요. (제2롯데월드의 경우) 전반적으로 시공하는 부분에 있어서 많은 문제가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서울과학기술대 김찬오 교수)

 

"우리만 믿어라'라고 할 것이 아니라 부실이 생겼을 경우에는 그 부실에 대해 정확하게 소통이 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새건축사협회 함인선 회장)

 

마지막 전문가의 말처럼, 제2롯데월드의 안전성과 관련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날로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에 대하여 정확하게 소통이 될 수 있는 구조는 정말 필수적인 부분이다. 그런데 며칠 전에도 유력 경제지 기자들은 애초부터 편파적이고 도저히 믿음이 안 가는 기획기사를 3면에 걸쳐서 실었고(요즘 소위 말하는 보수 신문과 경제지 등에 롯데그룹 관련 광고가 많아졌다는 풍문도 들린다), 네티즌들은 아래와 같은 댓글을 남겼다.

 

[출처: 포털사이트 Daum '제2롯데월드 10가지 오해와 진실(2015/03/15)' 기사 추천 댓글 갈무리]

 

이런 상황을 과연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언론사는 마치 객관적인 검증을 하겠다는 듯이 제목을 '제2롯데월드 10가지 오해와 진실'이라고 써놓고, 어째서 한쪽의 입장만 전한 것일까? 기사를 읽는 독자들이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의무교육만 받아도 누구나 이상하다고 느낄 만큼 형편없는 기사를 내놓고 도대체 뭘 기대한 건지 모르겠다. 이러니까 '기레기(기자+쓰레기)' 소리를 듣는 것이고, '찌라시'니 '입금'이니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거다. 제발 좀 이렇게 얼토당토않은 짓은 그만하길 바란다. 기자로서 최소한의 직업의식과 양심도 없는가..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을 말하라. 바보 같은 진실은 바보같이 말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진실은 마음에 들지 않게 말하고, 슬픈 진실은 슬프게 말하라."
-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를 창간한 언론인, 위베르 뵈브메리(Hubert Beuve-Méry, 1902~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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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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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모니 2015.03.18 12: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롯데월드 왠지 안전할것 같네요. 대형붕괴사고는 전혀 엉뚱한데 터질겁니다. 시민단체분들이 공포감 조성해도 헛발질일듯 시프요.

  2. 작토 2015.03.31 08: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부 압력으로 작성했겠죠.... 요즘 기자들 참 일 제대로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ㅠㅠ

  3. 2015.05.11 17: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알지요. 석촌호수물이 롯테로 들어간다면.

  4. 결론은 2015.05.25 08: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럼 누가 인정해줘야 안전한건가요?

    블로그 주인장님? 아니면 송파시민연대? 그린피스? 녹색연합? 아름다운가게?

    누구?

    기레기들이 까대면 까댄다고 문제있다고 하고, 옹호하면 옹호한다고 문제있다 하고..

    혹시 공돌이 출신이시면, 공학적으로 생각합시다.

    니맛도 내맛도 아닌걸로 만들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