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잡스와 김광규, Stay hungry Stay foolish와 [이미테이션 게임], 팀쿡과 앨런튜링.

 

한국의 2015년 국가 총 예산은 376조 원인데, 미국 '애플(Apple)' 社의 시가총액(상장주식을 시가로 평가한 금액)이 얼마 전에 7000억 달러(약 760조 원)를 돌파했다. 애플은 작년 4분기에 아이폰6 출시로 세계 상장사 역사상 단일기업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지금 애플의 가치는 삼성전자·현대차·SK하이닉스 등 한국 대기업 41개를 사들일 수 있는 금액에 이르렀다. 이런 애플의 창업자가 바로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년 2월 24일~2011년 10월 5일)다.

 

물론, 이와 같은 급성장은 최근에 동성애자임을 밝히며 엄청난 화제가 되기도 했던 애플의 현 CEO '팀 쿡(Tim Cook, 1960~ )'의 업적이기도 하다(2011년 8월 취임 이후 시가총액을 2배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2015년 2월 24일 故 스티브 잡스의 60세 생일날 팀 쿡이 트위터에 남긴 글을 보면, 아직도 잡스의 기운이 애플이라는 회사에 여전히 남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쿡이 인용한 말은 고인이 2005년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축사 때 한 말이다.

["위대한 일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The only way to do great work is to love what you do)"]

 

[출처: 애플 CEO 팀 쿡 트위터(@tim_cook)]

 

그리고 2015년 2월, 한국에서도 Steve Jobs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사례가 나타났다. 좀 코믹하고 상업적인 이용이긴 하지만, 어쨌든 많은 이들에게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한 경우여서 기록으로 좀 남기고자 한다. 네오위즈의 게임포털 피망의 뉴맞고 광고가 그 주인공인데, 요즘 연예계에서 다방면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배우 김광규가 '스티브 광규'로 등장한다. 광고가 나오자마자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2월의 추운 날씨에 몹시 굳어있던 사람들은 한바탕 크게 웃을 수 있었다.

 

 

[출처: 게임웹진 디스이즈게임(2015/02/25), '스티브 광규와 스티브 잡스, 얼마나 비슷하길래?']

 

관련 기사에 따르면, 애초에 김광규는 네오위즈 피망 뉴맞고의 모델도 아니었고, '스티브 광규' 컨셉은 원래 메인광고도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김광규가 갑자기 모델을 하게 됐고, 급조된 컨셉으로 어쩔 수 없이 촬영이 이뤄지게 된 거란다. 하지만 김광규는 물론이고 관계자들도 다 스티브 광규를 마음에 들어했고, 결국 메인광고로 집행되면서 대박을 치게 된다(광고 이후 게임순위가 크게 상승했다).

 

 

사실, 네오위즈 피망 뉴맞고 광고에 스티브 잡스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데 대해서 우려도 있었다고 한다. 잡스를 열정적으로 존경하는 사람들도 많고, 고스톱 광고에 이를 활용하는 건 고인을 욕되게 하는 거라는 비판을 받을 위험성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보니 광고를 보는 사람들이 너무나 다들 좋아했고, 폭발적인 입소문이 퍼지며 큰 성공을 거뒀다. 아마도 대단한 천재이지만 멀리 있는 Steve Jobs의 위엄 있는 이미지와 무척 친근하면서 가까이 있는 김광규의 코믹한 이미지가 절묘하게 대비되면서도 적절한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 2014)
드라마, 스릴러 | 영국, 미국 | 114 분 | 감독: 모튼 틸덤, 각본: 그레이엄 무어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앨런 튜링 役), 키이라 나이틀리(존 클락 役)

 

 

그리고 또 하나, 미국에서도 2015년 2월에 스티브 잡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사례가 있었다. 국내에도 팬이 맞은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 1976~ )'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로 유명한 '키이라 나이틀리(Keira Knightley, 1985~ )' 주연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 2014)].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24시간마다 바뀌는 독일의 해독불가 암호를 풀어서 연합국 승리에 많은 도움을 준 천재 수학자(동성애자) '앨런 튜링(Alan Turing, 1912~1954)'의 비극적인 일대기를 다룬 영화인데, 이번에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했다.

 

[이미테이션 게임]의 각본은 '그레이엄 무어(Graham Moore, 1981~ )'라는 작가가 썼고, 그는 오스카 수상 소감으로 이렇게 말했다.

 

"열여섯 살 되던 해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살아서 여기 서있네요. 이 사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을 세상의 아이들과 함께 이 순간을 나누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이 세상에 속하는 존재들이에요. 이상해도 좋아요. 달라도 좋아요(Stay weird. Stay different). 살다보면 언젠가는 당신의 순간이 올 거고, 이런 연단에 서게 될 겁니다. 그러니 이 메시지를 서로에게 전해주세요."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며 누구나 그렇게 느꼈겠지만, 이는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 말미에 인용했던 "Stay hungry. Stay foolish"가 금방 떠오르는 수상 소감이다.

 

 

게다가 애플의 사과 모양 로고와 관련한 몇 가지 설 중에는, 컴퓨터 이론을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한 앨런 튜링이 청산가리를 넣은 사과를 한 입 베어물고 자살했다는 점에 착안하여 그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잡스의 연설과 그레이엄 무어의 수상 소감(Stay hungry Stay foolish. Stay weird Stay different), 애플 로고와 앨런 튜링의 자살(독이 든 사과), 애플 CEO인 팀 쿡과 천재 수학자(동성애자), 컴퓨터 발전의 역사에서 중요한 두 천재 스티브 잡스와 앨런 튜링....

이렇듯, 스티브 잡스의 흔적은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살아있는 우리는 이미 죽은 잡스에 대해 여러 가지 다양한 얘기를 마음껏 나눌 수 있고, 이 글도 그 중에서 흥미로운 일화 하나를 보며 마무리 하고자 한다.

 

2007년 초 아이폰을 발표할 날짜가 임박했을 당시, 그때까지도 아이폰은 여전히 버그 투성이였고, 시스템다운이 아주 잦았다. 애플 스탭들은 언제 다운될지 모를 아이폰을 보면서 계속 초조하고 불안한 상태로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때 스티브 잡스의 집요한 성격과 완벽을 요구하는 스타일은 주변의 많은 이들을 힘들게 만들었다(잡스는 일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담당직원을 노려보며 "당신이 회사를 망치고 있어. 이번에 실패하면 당신때문이야"라는 심한 독설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마침내 2007년 1월 9일 잡스의 아이폰 발표는 성공적으로 이뤄졌지만,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애플의 담당 엔지니어 6명은(체중이 급격히 불어나거나 가정생활에 지장이 발생하기도 했다) 잡스의 아이폰 프리젠테이션 장면을 지켜보면서 자기가 맡은 분야의 설명이 무사히 끝나면 차례대로 독주를 마셨다. 아이폰 발표가 다 끝났을 무렵 이들은 술병을 다 비웠고, 그날 하루 종일 술에 취해 있었다. 잡스의 눈부신 성공 뒤에는 항상 이런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이 뒤따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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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ART

Posted by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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