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확정될 무렵국정원이 불법 공작으로 유권자들을 농락한 기록. 

 

마침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정구속됐고(박근혜가 당선된 제18대 대통령선거에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함), 이에 대한 법원의 판결문과 관련해서도 각종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건, 2012년 8월 21일 난데없이 '안철수 룸살롱'이라는 단어가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른 이유가 바로 국정원의 공작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이번에 법원 판결문을 통해서 새로 드러난 사실인데, 이 사건을 찬찬히 살펴보면 대선을 채 4개월도 남겨놓지 않았던 시점에 국가정보원이 과연 어떤 식으로 유권자들을 속였는지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소위 보수 월간지의 안철수 의혹 제기로부터 시작되고, 박근혜가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본격적으로 일이 터진다. 자, 지금부터 우리의 기억을 더듬어 2012년 여름으로 되돌아 가보자.

 

[출처: 신동아 홈페이지 기사 <“安, 벤처비리 관련 검찰 수사 받았다”> 갈무리]


2012년 9월호 [신동아], "“安과 룸살롱 같이 갔다” 증언 잇달아"

 

동아일보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신동아' 9월호는 유력한 대선후보 안철수를 검증하는 형식으로 [“安, 벤처비리 관련 검찰 수사 받았다”- 검증대 오른 ‘안철수 3大 의혹’]이라는 제목의 추적취재 기사를 내보낸다. 그러면서 예전에 안철수가 방송에 나와 '단란주점에 간 적이 없다'라고 말한 것에 의혹을 제기하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룸살롱에서 술을 마신 적 있다'는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한다(9월호니까 8월에 내용이 공개됐다).



2012년 8월 20일, 새누리당 전당대회

 

새누리당이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박근혜를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선출한다. 선거인단 투표(8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20%)에서 압도적 표차로 1위를 차지했고, 공식 발표 훨씬 이전에도 여러 기사에 '박근혜 확정적'이라는 헤드라인이 등장할 정도로 김빠진 경선이었다. 무려 86.3%를 획득한 박근혜에 비해 2위 김문수는 고작 6.8%에 그쳤으며, 야권에서는 애초부터 '박근혜 추대대회'라고 비아냥거렸다.

 

[출처: 연합뉴스(2012/08/20)]

 

2012년 8월 21일 오전, 포털사이트 네이버

 

어느 순간 갑자기 '안철수 룸살롱'이라는 단어가 (국내 인터넷 초기화면과 검색점유율을 거의 독식하고 있던)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법정구속한 고등법원 재판부의 판결에 따르면, 이게 바로 국정원의 공작이었다는 것이다. 박근혜가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공식 확정될 즈음,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요원들이 이와 같은 단어가 포함된 글과 칼럼을 트위터에 올리고 확대 재생산했다는 말이다. 

 

관련 보도에 의하면, 국정원 요원들이 조직적으로 "안철수의 거품은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 룸살롱 같이 갔다는 증언이 어디 한두 명이어야 안 믿죠. 거짓말은 또 대박 잘해요" 등과 같은 원색적인 비난 트윗을 그 전에 1주일 이상 퍼날랐다고 한다. 이런 활동 자체가 박근혜와 경쟁관계에 있는 유력후보에 불리하게 명백한 선거개입을 한 것이고, 그 결과가 바로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로 나타난 것이다.

[이명박의 '복심(腹心)' 원세훈은 2012년에 국정원 심리전단을 4개의 사이버팀에 70~80명이 활동하는 조직으로 확장했다]

 

2012년 8월 21일 오후, 각종 SNS와 네이버 공식블로그

 

이때 우리는 국가정보원이 온갖 부정한 방법을 다 동원해서 조직적으로 제18대 대선에 개입하고 있는지 몰랐고, 단지 많은 네티즌들이 '안철수 룸살롱'을 검색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사태는 전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했는데, (워낙 예전부터 네이버의 검색어 조작이 자주 의심되던 상황에서) 파워트위터리안이라고 할 수 있는 주진우 기자를 포함해서 많은 SNS 사용자들이 네이버에 아래와 같은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출처: 주진우 기자 트위터(@jinu20)]

 

유명인의 SNS 메시지가 삽시간에 불특정 다수에게 퍼지는 시대에 이런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결국 네이버는 자사의 공식블로그를 통해 직접 해명하기에 이른다. 문제가 터지고 불과 몇 시간 만에 네이버 검색본부의 팀장이 ['안철수 룸살롱' 키워드와 관련해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을 NHN공식블로그에 게재한 것이다. 또한 이 민감한 시기에 네이버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는지, 이례적으로 NHN 대표가 직접 나서서 다시 한 번 공식블로그에 ['룸살롱' 키워드 이슈에 관하여 말씀 드립니다]라는 글까지 발표했다.

 

[출처: NHN공식블로그 네이버다이어리의 당시 해명글 갈무리

(원문 주소: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naver_diary&logNo=150145485404&redirect=Dlog]
 
네이버로서는 비교적 신속하게 두 번에 걸쳐서 자신들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인데, 그 내용이야 누구나 예상 가능하듯이 '통상적인 과정을 거친 정상적인 검색어 노출'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 촌극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검색본부 팀장의 해명글에서 자사의 주장에 근거를 대다가 '박근혜 콘돔'이라는 키워드를 언급한 게 실수 아닌 실수가 되고 만 것이다.

 

 

급기야 네이버의 발표문을 본 네티즌들은 '박근혜 콘돔'을 의심 반 호기심 반으로 검색하게 되었고, 네이버 검색본부와 NHN 대표의 해명이 무색하게 '안철수 룸살롱'에 이어 '박근혜 콘돔'마저 검색 순위의 상위권에 랭크된다. 그래서 대통령선거가 불과 4개월여 남은 대한민국의 어느 날은 (대선후보 지지율 1·2위가 등장하는) 괴상한 인터넷 검색어 조합으로 역사 속에 영원히 남게 됐으며, 수천만 명의 유권자들은 국정원의 불법 공작인 줄도 모르고 이런 황당한 촌극의 엑스트라이자 관객으로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2012년 8월부터 12월까지, 우리는 모두 속았다

 

이번에 법원이 특히 주목한 국가정보원의 불법 공작 활동은, 박근혜 후보가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확정될 무렵 2012년 8월터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12월까지 국정원이 쏟아낸 선거 관련 글 13만여 건이라고 한다.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이 글들의 목적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야당 후보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이었고, 광범위한 여론조작이 실제로 일어났다. 8월 21일의 안철수 룸살롱 사태가 바로 직접적인 공작의 결과였고, 이런 왜곡은 그 후에도 계속 발생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9월 16일 문재인 후보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로 확정되자 국정원은 "노무현을 죽인 자가 바로 문재인이다. 노무현 비서실장으로 결국 부엉이 바위에 끌어올린 자는 문재인인 것이다" 등과 같은 글들을 확산시켰으며, 문재인 ·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시점인 11월에도 국정원 요원들은 '아름다운 단일화는 말도 안 된다'는 식의 글들을 마구 퍼날랐다고 한다. 이밖에도 제18대 대선 국면에서 주요 이슈가 나올 때마다 국가정보원은 여론조작을 서슴지 않았고, 이미 밝혀진 바대로 국정원뿐만 아니라 국군 사이버사령부도 여기에 가세했다. 한마디로, 국가기관들이 계획적이고 노골적으로 박근혜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불법 공작을 일삼은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박근혜가 당선된 2012년 12월 19일의 대통령선거가 적법하고 공정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차기 대통령을 뽑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국정원에 농락 당했고, 앞서 살펴본 바대로 유권자들은 모두 속았다. 공식적으로는 최근에 와서야 국정원의 실시간 대선 개입이 사실로 드러났고, 그 전에는 음모론이나 루머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불법 부정선거는 원천적으로 재검토 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일 텐데, 그동안 유권자들은 국가기관들이 자행한 조직적인 대선 개입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이다. 액면 그대로 '12.19 부정선거'인데도 말이다. 결국, 이제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질 때가 된 듯싶다. 지금 이 시점에서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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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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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즈 2015.02.11 19: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명박근혜 10년 국정원이니 언론이니 다 자기 손안에 놓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어리석음을 국민들은 언제쯤 모두다 알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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