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박원순 저격특위' 구성, 그런데 홍준표 도지사의 최구식 기용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1월 7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박원순-문재인-김무성의 '3강' 구도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안철수-김문수-홍준표는 '3중'). 이 가운데 1위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원순 서울시장인데, 2014년 중반부터 현재까지 6개월 넘게 지지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니 집권당인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야권인사가 서울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껄끄러운 건 물론이고, 차기 대통령선거를 생각해도 박원순이 눈엣가시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새누리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인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당내 특위를 출범시켰다. 소위 '박원순 저격특위'인데, 아직 19대 대선이 3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벌써부터 상대 당의 대선후보를 겨냥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그만큼 새누리당이 박원순의 존재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며, 어떻게든 견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말이다.

 

[폴리뉴스(2015/01/07) <2014년 추이 ‘박원순-문재인-김무성’ 3강구도>]

 

새누리당의 '박원순 서울시장 인사전횡 의혹 진상조사단'

 

새누리당의 1월 14일 원내 현안 브리핑에 따르면 이날 박원순 저격특위 명단이 확정됐는데, 정식 명칭은 '박원순 서울시장 인사전횡 의혹 진상조사단'이다. 여기에는 서울시정에 밝은 국회 안행위·국토위 위원들이 참여해서, 박원순 시장의 권력사유화 의혹 등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확인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특별위원회에는 예전부터 '박원순 저격수'를 자처한 이노근 의원(서울 노원구갑)을 비롯해 현직 국회의원 7명이 투입됐으며, 전체 명단은 다음과 같다.

 

김용태(정무위, 조사단장), 이노근(국토위, 간사), 유일호(정무위), 김용남(환노위), 박인숙(안행위) 윤영석(안행위), 황인자(안행위)

 

새누리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정농단 의혹 진상 조사와 관련해, 지방자치에 낙하산 보은 인사 · 권력사유화가 만연하게 되면 재정 문제를 포함한 지방자치제도 전반에 위기가 올 수 있다며, "이번 진상조사단의 활동을 통해 지방자치가 뿌리부터 건강해질 수 있도록 위기의 내재적 요인을 철저히 짚어보고, 한 단계 발전 가능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공식 홈페이지 브리핑 원문 <박원순 서울시장 인사전횡 의혹 진상조사단 명단이 확정되었다> 갈무리]

 

박원순 인사 검증과 전 서울시장 이명박의 대통령 당선

 

박원순 저격특위 간사 이노근 의원은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와 산하기관 주요 임원자리를 호남출신 또는 자신과 직·간접적인 인연을 맺었거나 이념적 성향이 비슷한 인사로 채우고 있다"며, 박 시장이 서울시를 정치조직처럼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원순이 대권을 위해 서울시 고위공무원들을 사조직화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번에 새로 구성된 '박원순 서울시장 인사전횡 의혹 진상조사단'에서도 이 부분을 집중 거론할 걸로 보인다.

 

과연 '박원순 저격수'의 말은 사실일까? 관련 보도에 의하면, 실제로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을 전후해 당시 서울시 고위공무원들이 대거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대부분 영남권 출신이었는데, 서울시에 따르면 이명박 전 시장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12명의 과장급 이상 공무원이 시를 떠났으며 이들 가운데 10명이 영남출신 인사들이었다고 한다.

[이명박 정권 시절 권력의 중심, 이른바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 S라인(서울시청 출신)'의 탄생]

 

 

만약 이들이 서울시에서 계속 공무원 생활을 했으면, 이노근 의원이 말한 '서울시와 산하기관 주요 임원자리'에 지금 앉아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영남출신들은 그때 이미 다 떠나고 없으니, 상대적으로 호남출신들이 고위급을 채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정황을 다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을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인사 문제를 검증한다며 들이댄 주된 이유가 고작 '호남출신 중용'과 '낙하산 보은 인사'라니..

 

[사진자료: 한겨레]

 

경남도지사 홍준표, '디도스 장본인' 최구식 기용

 

이명박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시장이었고, 그 다음에 오세훈이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시장직을 수행했다. 오세훈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리수로 인해 임기 중간에 서울시장을 그만뒀고, 2011년 10월 보궐선거를 통해 박원순이 시장으로 당선됐다. 그런데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오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와 박원순 후보의 원순닷컴에는 사이버테러가 발생하는데, 이게 바로 '디도스 사건'이다. 조사 결과 한나라당 국회의원 최구식의 수행비서관이 다수의 좀비PC를 동원해 대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DDoS 공격을 가했다는 게 밝혀졌고,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디도스 사건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을 사퇴했으며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이자 나경원 후보 홍보본부장이었던) 최구식 전 의원은 탈당했다.

 

그리고 2012년 12월 보궐선거를 통해 경남지사에 당선된 홍준표는 2015년이 되고 며칠 뒤, 디도스 사건의 장본인인 최구식을 경상남도 정무부지사로 기용했다(최구식은 2012년 보궐선거 당시 홍준표의 선거대책본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홍준표는 이와 때를 같이해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고, 이제부터 "우호세력을 결집시켜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경상남도가 1월 6일에 "7일 오전 홍 지사가 최구식 전 의원에게 정무부지사 임용장을 수여할 계획이다"라고 밝혔으며, 홍준표는 7일 도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신년기자간담회에서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

 

자, 이 상황을 새누리당의 14일 브리핑 내용에 그대로 적용시켜 보자. 새누리당이 말했듯이, "지방자치에 낙하산 보은 인사, 권력사유화가 만연하게 되면, 재정 문제를 포함한 지방자치제도 전반에 위기가 올 수 있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은 '박원순 서울시장 인사전횡 의혹 진상조사단'과 똑같이 '홍준표 경남지사 인사전횡 의혹 진상조사단'을 꾸려서, 홍준표의 최구식 기용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확인해야 되지 않을까? 이명박의 'S라인' 후유증으로 인해 호남출신들을 기용하게 된 박원순과 대선을 위해 우호세력을 결집시키며 디도스 장본인인 최구식을 기용한 홍준표, 둘 중 어떤 인사전횡이 진짜 심각한 문제인가?

새누리당의 이상한 인사검증

 

서울시장 박원순은 대선출마를 공식화하지도 않았고, 대의민주주의 근간을 파괴하는 범죄의 배후로 지목된 인물을 기용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박원순은 새누리당으로부터 고위공무원들을 사조직화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으며 '인사전횡 의혹 진상조사단'의 타겟이 되었다. 반면에 경남지사 홍준표는 사실상 대선출마를 선언했고, 디도스 사건의 장본인을 지방행정 최고위직인 정무부지사로 발탁했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별말이 없다.

 

새누리당이 박원순 저격특위를 만든 이유대로라면, 자신의 대선가도에 도움이 되기만 하면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지른 인물이라도 자기 멋대로 고위직에 임명하는 행태는 절대로 용서 받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이것이 바로 권력의 사유화, 낙하산 보은 인사가 아니고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새누리당이 진정으로 지방정부의 인사전횡에 대해 진상규명할 마음이 있다면, 박원순 저격특위를 만들기 이전에 먼저 홍준표의 최구식 기용부터 조사해야 되지 않을까?

 

이노근 의원은 최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인사가 만사인데, 국회나 시민단체 등의 감시·견제를 받는 중앙정부와 달리 지방정부는 문제가 있어도 견제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단다. 맞는 말이다. 그러니 홍준표가 최구식을 부지사로 임명할 수 있었을 테고, 지금도 버젓이 공식행사에 같이 다니는 거 아닌가? 새누리당이 직접 말한 대로 "지방자치가 뿌리부터 건강해질 수 있도록 위기의 내재적 요인을 철저히 짚어보고, 한 단계 발전 가능한 대책을 강구"하려면, 출신 정당에 관계없이 모든 지방정부 수장에게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여당이 하면 로맨스이고, 야당이 하면 불륜이라는 기준을 가지고서는 그 어떤 인사검증 시스템도 제 기능을 다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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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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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즈 2015.01.15 17: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신의 대들보를 보지 못한 채 남의 티끌만 보는 새누리당 스러운 짓이라고 볼 수 있네요.
    가장 큰 문제인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십상시에 대한 해명과 반성은 전혀 없이 말입니다.
    그것보다더 김무성 스스로 부정선거의 핵심인물이라는 것을 부정하고 있다는 것 그것부터 새누리당은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2. 늙은도령 2015.01.15 22: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울시를 탈환해야 정권재창출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는 짓이지요.
    새누리당스러운 짓이라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