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영 - 유영익 - 송광용 - 박효종 - 이인호, 박근혜 정권의 교육·방송 라인 주목해야.

 

뉴라이트 성향의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한국방송(KBS)의 새 이사 후보로 내정됐다고 한다. 그리고 최고 연장자이자 예전에 한국방송 이사를 지낸 경험도 있어서, 이인호가 새 이사장이 될 가능성도 높단다. 이게 왜 정말 심각한 문제인지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인 박효종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해서 '한국현대사학회'에 대한 것까지 다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방송의 '문창극 보도'에 대해 중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방통심의위 박효종 위원장. 바로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 집필을 목적으로 한 '교과서 포럼'의 준비위원장과 공동대표를 지냈고, 종북 척결을 내세운 뉴라이트 시민단체들의 연합 '자유민주국민연합' 상임대표를 맡았으며, 대선을 앞둔 2012년 7월 한 방송에 출연해서 박근혜의 '5.16은 아버지의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 발언을 두둔해서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인물이다.

 

[출처: 한겨레, 미디어오늘, 한국현대사학회 홈페이지]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결국 박효종은 대통령직 인수위 정무분과 간사로 임명되었고, 현재는 모든 방송 프로그램과 통신을 심의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리고 원로 역사학자인 이인호는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일으킨 역사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출간한 교과서포럼과, 이를 주축으로 2011년 설립된 한국현대사학회의 고문이다. 바로 지금 이인호가 KBS의 신임 이사장이 되려고 하고 있으며, 이렇게 되면 '방송 검열'이 의심되는 박효종 - 이인호 두 축이 구성된다.

 

방송은 박효종 - 이인호, 교육은 권희영 - 유영익

 

문창극을 낙마시키는 데에 결정적 신호탄이 됐던 한국방송의 문창극 관련 보도에 대해 중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손석희의 JTBC에 대해 중징계를 한 방심위. 이게 과연, (수많은 언론단체들이 강하게 반대했지만) 무리하게 박효종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 앉힌 박근혜 정권과 무관한 일일까? 여기에 더해, 이젠 이인호가 KBS의 새 이사장으로 내정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시점에서 '한국현대사학회'를 다시 주목하게 된다.

 

 

박효종과 이인호, 이 두 인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한국현대사학회는 2011년 5월에 창립됐다. 초대회장은 권희영이고, 현회장은 이명희다. 이 두 사람이 한국현대사학회의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왠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 같지 않은가? 권희영이 바로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대표저자이고, 이명희는 공동저자다. 한마디로, 역사왜곡 논란의 중심에 서있었던 교학사 한국사와 한국현대사학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셈이다. 그런데 권희영은 2014년 5월 1일자로 무려 '한국학' 중앙연구원의 대학원장으로 취임했다.

 

[출처: 한국현대사학회 홈페이지 학회 현황]

 

보다시피 한국현대사학회 명단에 한국방송 새 이사장으로 내정된 이인호는 고문으로 올라 있고, 지금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인 박효종은 이사로 되어 있다. '일제의 식민 지배가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했다'고 하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의 대표적인 주창자로 알려져 있는 안병직도 있고, 또 어디서 많이 본 '정종섭'이라는 사람도 보인다. 현재 박근혜 정권에서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있는 바로 그 정종섭이다.

 

그리고 한국현대사학회 고문 유영익은,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역사왜곡 논란이 있은 후 2~3개월 뒤에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했다(2013년 10월 취임). 그렇다면 국사편찬위원회는 뭘 하는 곳일까?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역사교과서를 검증하는 기관이다. 권희영이 쓴 교학사 한국사를 검증한 곳도 국사편찬위원회인데, 박근혜 정권은 유영익 역시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유영익은 이승만을 '국부'로 칭하며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고 했으며, 뉴라이트 성향의 '대안교과서'에 관여했던 인물이다. 이승만의 독재를 개신교와 접목해 합리화시키려 했고, 그래서 2013년 취임 당시에도 수많은 역사학계 인사들뿐만 아니라 종교계까지 강하게 반대했던 것이다. 누가 봐도, 이인호와 박효종과 유영익의 지향점은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뉴라이트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들이 한국현대사학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처럼..

 

교육과 방송 장악, 그리고 송광용 교육문화수석

 

한국학대학원장인 권희영과 국사편찬위원장인 유영익, 신임 KBS 이사장으로 내정된 이인호와 방통통신심의위원장 박효종. 한국현대사학회 초대회장인 권희영과 고문인 유영익, 역시 고문 이인호와 이사인 박효종. 이건 한마디로 생산과 관리의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이고(교과서와 방송의 제작과 심의), 이들이 막강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면 적어도 교육과 방송에서는 못할 게 거의 없지 않나 싶다. 똑같은 인간들이 만들어서 자기들끼리 검증하면, 역사왜곡도 식은 죽 먹기 아닐까?

 

[출처: 중앙일보(2011/05/21)]

 

우리는 2011년 5월 20일에 찍힌 이 사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3년 전의 이 사진 속에는 2014년 현재의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국사편찬위원장 그리고 한국학대학원장과 한국방송 이사장 내정자가 포진해 있다. 당시 서울교대 총장이었던 송광용은, 지금 이 순간 박근혜 정권의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다. 그는 서울교대에서 열린 한국현대사학회 창립 기념 학술대회에 참석해서, "늦었지만 경사스러운 일"이라고 축사를 했다.

[송광용은 박근혜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1999년에 이사로 선임돼서 2013년 6월까지 장장 십수 년 동안 정수장학회 이사이기도 했다(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은 정수장학회 졸업생 모임인 '상청회' 회장 출신)]

 

자, 이제 뭔가 좀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한국학대학원장 권희영 - 국사편찬위원장 유영익 - 교육문화수석 송광용 -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박효종 - KBS 이사장 내정자 이인호. 이쯤 되면 가히 환상의 라인업이다. 뉴라이트와 한국현대사학회의 만남, 교육과 방송의 믹스 앤 매치, 권·언·교의 크로스오버. 어느 영화 제목처럼,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만들고 검사하는 걸 모두 한 라인에서 관장하는 최고 일관 제작 시스템인데, 대한민국의 그 누가 여기에 토를 달 수 있을까? 도대체 민주주의 사회의 견제와 감시는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가?

 

앞으로 역사왜곡을 막기는 점점 더 힘들어져

 

혹시 KBS의 역사다큐 외주제작 논란을 기억하는가? 작년에 크게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는데, 간단하게 말하면 이런 문제였다. 민감한 현대사를 다루는 역사다큐를, 기존의 KBS 다큐국에서 제작하는 게 아니라 특정 외주제작사에서 만들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방송 개편이 코앞이라 정신 없는 상황에서 그 실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채 비밀리에 추진했으며, 몇 달 동안 내부논의 과정에서 실무진이 지속적으로 반대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묵살하며 계속 외주 제작을 강행했다. 결국 관련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얼마 못 가 중단됐지만, '방송을 통한 역사왜곡 시도'가 한국방송 구성원들 사이에서 커다란 논란이 된 사건이다.

 

 

그럼, 이런 상상을 한 번 해볼 수도 있을 듯싶다. 만약 뉴라이트든 한국현대사학회든 아무튼 이들이 '제2의 교학사 역사교과서' 같은 걸 집필하고, 이것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검정하여 합격시키며, KBS에서는 이에 우호적인 보도를 내보낸다면? 또 한편으론 한국방송이 이를 바탕으로 역사다큐를 제작하고, 방심위는 그저 수수방관한다면? 아니, 기자상을 여러 번 수상한 '문창극 보도'의 KBS를 중징계할 정도의 방심위라면 더한 짓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테면, ('세월호 보도'를 문제 삼아 JTBC를 징계한 것처럼) 역사왜곡 교과서를 비판하는 방송을 오히려 징계할 수도 있지 않나 이 말이다. 

 

이렇게 되면, 역사왜곡을 막기는 더 힘들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이상한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고, TV에서는 공영방송이 이상한 역사 다큐멘터리를 토요일 프라임 시간대에 계속 보여주면, 어느샌가 우리도 모르게 역사왜곡에 둔감해지지 않겠는가? 게다가 요즘 박근혜 정권은 역사 과목을 '국정교과서' 체체로 전환하는 걸 적극 검토하고 있는데(국정교과서는 박정희가 유신을 선포한 뒤 도입한 국가 집필 교과서 체제), 교육부는 이번 9월 말까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어쩌면, 역사 과목 국정교과서가 '화룡점정'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소심하고 겁먹고 혼란에 빠진 대중, 볼거리·오락만 제공하는 미디어시스템, 초월적 가치를 전달하거나 개인적 양심의 능력을 육성하지 않는 교육제도, 이 세가지가 합쳐졌을 때 근본악(radical evil)이 가능하다."
- 테오도르 아도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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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ART

Posted by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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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버크하우스 2014.09.01 08: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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