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맞은 남부지방, 온대에서 아열대로 변화하는 한반도에서 기록적 폭우의 의미.

 

일 년 중 늦여름 더위가 물러가고 논의 벼가 익는 시기라는 처서(입추와 백로 사이의 절기, 올해는 8월 23일)가 지난 직후의 첫 월요일인 8월 25일, 한반도의 남부지역에는 시간당 10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려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에도 시간당 최고 130mm의 국지성 폭우가 내렸고, 안타까운 인명피해와 산사태 · 도시철도와 열차의 운행 중단 · 도로 침수와 원전 가동 중단 등, 한때 도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기도 했다.

 

기상청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가 쏟아지자 이날 오후에 서둘러 호우주의보와 경보를 발령했지만(경남 창원지역에는 낮 12시, 부산 금정지역에는 오후 1시), 남부지방의 물폭탄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었다. 결국 강변 주위의 도로 통제는 물론이고 고속도로와 주요 간선도로가 침수됨에 따라 극심한 교통정체가 빚어져, 8월 마지막 주 월요일 저녁은 말 그대로 '퇴근 전쟁'으로 큰 몸살을 앓았다.

 

갑자기 들이닥친 기록적 폭우에 기상청의 경보만으로는 역부족이었고, 추석을 2주 앞둔 시민들은 물난리를 피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 비가 그치더라도 다음 달 중순까지 가을장마가 계속된다고 하니, 당분간은 많은 비로 인한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부디, 비 피해가 최소화되길 바라고 아무쪼록 인명피해가 없길 기원한다. 어제도 급속히 불어난 빗물에 차량이 잠기자 운전자들이 차를 버리고 대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범정부 차원에서도 좀 더 신속한 경고와 대처가 이뤄졌으면 한다.

 

[출처: 연합뉴스(2014/08/25)]

 

봄장마와 가을장마? 이제 아열대의 '우기(雨期)'

 

그런데 언젠가부터 추석을 전후로 해서 '가을장마'라는 말을 쓰는 게 무척 흔해졌고, 본격적인 장마철 이전에 때 이른 장마를 '봄장마'라고도 부르기 시작했다. 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원래는 본격적으로 여름이 무더워지기 전에 (발생과 소멸이 비교적 뚜렷한) '장마'라는 특정 시기, 즉 보통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 쯤에 걸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 날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때에는 매일 우산을 필수적으로 챙겨야 하고, 집안의 습기 제거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건강관리에도 특히 유념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 애초의 장마 시기 이전에는 봄장마(4~5월), 이후에는 가을장마(9~10월)가 생겼다. 결과적으로, 4월 봄장마 - 5월 건조 - 6월 무더위, 장마 - 7월 폭우, 열대야 - 8월 폭염, 국지성 호우 - 9월 가을장마, 이렇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본래 의미의 장마는 사실상 무색해진 셈이며, 이건 온대기후의 장마가 아니라 아열대기후의 '우기(雨期)'에 가깝지 않을까? 물론 한반도는 한창 기후 변화의 단계에 있으므로 불안정한 날씨와 함께 아직 우기에는 맞지 않는 특징들도 보이지만, 이미 농수산물의 주요 생산지 위치가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예 시기상조는 아니다.

 

벌써부터 아열대 채소를 충북지역에서도 재배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몇 년 전부터 아열대 작물이라는 아보카드를 제주도에서 시범사업으로 재배한다는 뉴스도 나왔다. 아열대 식물 아티초크도 역시 제주도에서 노지재배에 성공했고, 부산 인근 바다에는 아열대성 어류와 산호류가 다량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아열대 식물인 종려나무를 경북지방에서 가로수로 심기도 했다. 제주도의 한라봉은 얼마 전부터 남부지방에서 재배되기 시작했고, 대구가 주산지였던 사과는 이제 경기 북부에서도 많이 생산되고 있다.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센터 "제주·전남·경남 해안가는 이미 아열대 기후로 분류하고 있다"]

 

[출처: 한국경제신문(2013/10/15) - <제주서 청주까지 올라 온 한라봉…아열대 작물 재배지 '북상중'>]

 

실제로 요즘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생선도 기후 변화로 인해 그 어종이 달라지고 있는데, 찬물에 사는 명태와 대구는 갈수록 줄어들고(대표적 한류성 어종인 명태의 어획량이 최근 들어 급격히 줄면서 사실상 '수입' 물고기가 됐다) 아열대 어종인 농어와 방어가 늘고 있단다.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멸치·오징어의 어획량은 30년 전에 비해 2배 가량 늘었으며, 앞으로 몇십 년 뒤면 명태와 대구 어장은 러시아 해역까지 올라가 한반도 어장에서는 자취를 감출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농수산물의 생산지역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뜻이며, 장마 기간의 우기화와 함께 한반도의 아열대화를 확실하게 증명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기(雨期)'라고 하면 아열대(열대와 온대의 중간 기후. 적도 쪽으로 갈수록 열대기후의 특징이 강하고, 반대로 극 쪽으로 갈수록 온대기후적 성격이 많이 나타난다)나 열대 지방에서 비가 많이 오는 시기를 말하는데, 북반구에서는 4월부터 9월까지이고 남반구에서는 10월부터 3월까지다. 한반도는 북반구에 있고, 요즘 우리는 4월의 봄장마와 9월의 가을장마를 직접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북반구의 우리나라가 4월부터 9월까지 전체적으로 비가 많이 오는 시대에 점차 진입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남부지방에서 아열대의 특징이 나타났지만, 그리 머지않아 중부지방에서도 이와 같은 변화들이 확연히 나타날 것이다]

 

 

집중호우 또는 국지성 폭우? 이제 아열대의 '스콜(Squall)'

 

전체적인 그림을 봤을 때, 우리나라는 이제 장마와 무더위가 잘 구별되지 않는 아열대의 우기적 특성이 점점 더 분명해질 테고, 앞으로는 용어 사용에 있어서도 장마와 무더위를 합쳐서 한꺼번에 우기라고 불러야 할 듯하다(그렇다면 10월부터 3월까지는 건기(乾期)라고 불러야 할 터이다). 그래서 이와 같은 전반적인 상황을 감안해, 8월 25일의 물폭탄을 단순히 국지성 폭우 또는 집중호우라고 불명확하게 부르기보다는 좁은 지역에서 짧은 시간에 강한 비를 뿌리는 일종의 '스콜(squall)'로 부르는 건 어떨까? 만약 어제와 같은 단시간의 집중호우가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했다면, 그들은 그냥 스콜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출처: 연합뉴스, 세계일보(2014/08/25)]

 

물론 기상청은 현재 한국의 국지성 호우와 아열대성 스콜이 전문적으로 보면 여러모로 다르다고 말하고 있지만, 어차피 한반도 자체가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8월 25일과 같은 국지성 폭우 현상은 점점 더 스콜과 유사한 양상을 띄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우리와 비슷한 위도에 있는 유럽의 여러 나라는 흔히 말하는 아열대성 감염병 상륙도 얼마 전부터 경험하고 있다. 기온이 올라가고 강수량이 늘어나며 전염병을 옮기는 모기의 서식 가능 범위가 넓어지면서, 아열대성 감염병이 자연스럽게 토착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벌써 유럽은 아열대성 감염병의 전조를 느끼고 있다는데, 과연 한반도에 아열대성 스콜이 나타나지 말란 법이 있을까?

 

언젠가부터 게릴라성 집중호우라는 말을 TV 뉴스에서 빈번하게 들을 수 있게 됐으며, 물폭탄이라는 단어가 신문기사의 헤드라인으로 상당히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런 보도들에서는 으레 '기상관측 이후 최초로' 또는 '기록적인 폭우' 등의 표현이 나오고, 물난리 피해자들의 인터뷰가 덧붙여지며 "몇십 년간 이 동네에 살면서 이렇게 비가 많이 온 적은 처음"이라는 멘트가 클리셰처럼 따라붙는다. 이런 일련의 상황은 그저 몇 번 특이하게 발생한 게 절대로 아니다. 21세기로 접어들면서 거의 매년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으며, 일회성이 아니고 지속적이며 일관된 흐름이라는 점을 우리는 분명히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이젠 아열대 우기와 건기에 대한 실질적인 대비를 시작할 시점

 

이미 2011년 11월 말에 있었던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의 '신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미래 기후 전망 및 기후변화 영향' 세미나에서도 "2050년 한반도는 아열대 기후로 접어든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하니, 이제 일반 국민들도 일상생활에서부터 아열대화에 서서히 적응해 나가야 한다.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짐에 따라 여름방학은 늘어나고 겨울방학은 줄어들게 될 테고, 어쩌면 이 땅에서 눈이나 얼음 따위가 어느 순간엔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폭염이 일상화되면서 점심식사를 겸한 2시간 정도의 '낮잠'이 실시될 수도 있고, 여름 내내 국지성 호우가 집중됨으로 인해 사람들이 저지대보다는 고지대를 훨씬 더 선호하게 될 것이다.

 

매년 여름엔 지독한 더위와 모기 · 엄청난 폭우와 습기가 한꺼번에 우리를 덮쳐올 것이며, 머지않아 '초고령사회'가 될 한국은 2030년을 전후로 해서 인구수는 정점을 찍고 감소하게 된다. 저출산 고령화로 근로연령 인구는 감소하고 반대로 부양인구는 급증하게 될 텐데, 이는 공공재정에 커다란 도전(경제활동인구 감소-->세수 감소와 사회보장비 증대-->재정수지 악화)이 될 테고, 노인 빈곤문제를 비롯한 다수 저소득층 1인 가구의 보건 문제가 굉장히 심각해질 것이다.

[각종 통계 예상치를 보면, 한국은 불과 3~4년 뒤인 2017년부터 노인인구 비중이 유소년인구비중을 넘어서고, 2018년부터는 경제활동 인구가 실질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다]

 

[출처: Sloday, 머니투데이]

 

2030년이 넘어가면서 한국은 40대 이상 인구가 60%를 돌파하고 전체 인구 3~4명 중에 한 명은 60대 이상이 된다고 하는데, 다들 알다시피 평균수명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요즘 태어나는 아이들은 보통 80~90년은 다 생존할 것이며, 지금 20~30대 중에는 2050년에도 여전히 살아있을 사람들이 무척 많을 테고, 그때에는 남한의 대다수 지역이 진짜 아열대기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지금 젊은이들이 노인이 되고 여름철 우기에 전염병 모기에 물리기라도 한다면, (한국의 인구성장이 멈춘 제로성장 이후) 재정지원이 부실해진 공공보건은 이들을 다 책임지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그저 공공보건의 측면에서만 봐도, 이 문제가 나와는 상관 없는 얘기가 절대 아님을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차근차근 전체 사회가 나서서 준비하지 않는다면, 2030년 이후의 대한민국은 정말 심각한 재앙의 위험에 놓일 수도. 점점 현실화될 스콜 하나만 해도 그렇다. 벌써부터 단 3~4시간의 집중호우에 제2의 도시라는 부산이 거의 마비될 지경인데, 만일 전국적으로 곳곳에서 스콜이 쏟아진다면 과연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이제까지 우리가 가졌던 모든 기준은 근본적으로 온대기후를 상정하고 마련된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범위를 넘어서는 재해, 이를 테면 아열대기후의 엄청난 소나기와 같은 천재지변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일단 법적으로 재해와 관련된 건설 기준 자체를 모두 바꿔야 할 테고, 수해 발생시 행정 메뉴얼을 전체적으로 다 수정해야 할 것이다.

저지대의 일반 주택은 되도록이면 최하층을 '필로티(건축물 1층을 기둥만 세우고 비워둔 구조)'로 만들도록 관계 법령을 개정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고, 주거지역의 전반적인 배수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할 것이다. 공사 시작부터 완공까지 몇 년이 걸리는 각종 대형 공사는 무조건 스콜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고, 토목 공사는 기본적으로 웬만한 스콜에도 버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어차피 대형 건축물이나 공공도로는 한 번 건설한 다음에 몇십 년을 사용할 텐데, 스콜에 대비하지 않으면 매년 물난리를 겪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단순히 일반적인 강우량 대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좁은 지역에서 짧은 시간에 강한 비를 대량으로 퍼붓는 경우에 대한 대책이 꼭 필요하다. 언제까지 집중호우 때마다 맨날 공황상태에 빠질 텐가?

 

또한, 우기와 건기의 문제도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하기 시작해야 한다. 건기와 우기의 구분이 본격화되면 한반도의 환경과 식생 자체가 변화할 테고, 건강관리를 위해 유념할 점도 많을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농수산물의 주요 생산지 위치가 벌써 달라지고 있는데, 이에 따라 기존 작물의 재배를 포기하며 아열대성 외래작물의 보급이 급속히 확산될 것이다(기후변화 대응작물 품종 육성 필요). 건기·우기의 정착과 동시에 연평균 기온 상승으로 겨울철이 사라지면서 서울의 날씨가 지금의 오키나와와 비슷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며, 전염성 해충의 광범위한 확산으로 풍토병의 토착화가 진행될 수 있다. 그래서 현재 아열대성 기후에 속해 있는 동남아의 환경에 대한 벤치마킹이 필요할 수도 있고, 아마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참고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한편 필리핀 마닐라의 국제쌀연구소에 따르면, 쌀을 주곡으로 하는 아시아에서 야간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생산량이 10%씩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전세계 과학자들과 식량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가 주식으로 먹는 농작물의 생산량이 줄어들어 값이 폭등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 동안 이상기온으로 인해 이례적인 농산물 가격 폭등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아열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며, 어쩌면 우리의 식생활도 조만간 적지 않은 변화를 겪을 것이다. 식탁 위 사과가 있던 자리에 망고가 놓이고명태조림이 있던 냄비엔 농어조림이 끓을 날도 그리 머지않은 셈이다. 홍투라치와 쯔쯔가무시, 웨스트나일열과 뎅기열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가까이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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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ART

Posted by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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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즈 2014.09.16 15: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과거의 장마와 주기가 사뭇달라진 것 같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장마기간이 있었고 그 기간동안에 집중적으로 비가 온데 비해서 지금은 열대지방에서 일어나는 '스콜'현상에 필적할만한 양의 집중 폭우가 내리고 있습니다. 최근 부산앞바다에 열대어가 올라온다는 뉴스를 접해봤는데, 우리나라를 기상학적으로 더 이상 온대기후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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