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종교지도자보다 못한 한국의 사회지도층, 교황 "우리는 깨어있어야 한다!"

 

이런 말을 외국에서도 자주 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소위 '사회지도층'이라는 단어를 빈번하게 사용한다. 실상 국어사전에도 존재하지 않는 표현이고 의미도 지극히 불분명하지만, 어쨌든 각종 신문이나 방송에서 사용하는 걸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도대체 언제부터 우리는 이런 근본 없는 말을 별다른 거리낌 없이 쓰게 됐을까?

 

요즘 군대내 폭력에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 지난 6월 4일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로 당선된 남경필의 장남이 군 가혹행위 사건의 가해자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남경필 지사는 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지만, 이때 "사회지도층의 한 사람으로서"라는 표현을 사용한 게 또 문제가 됐다. 경기도지사가 자신을 '사회지도층'이라고 칭한 게 과연 잘못일까?

 

사회지도층의 사전적 의미와 불순한 의도

 

한번 좀 생각해 보자. 사회지도층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전문적으로 밝히기는 쉽지 않을 테지만, 아무튼 이 말을 액면 그대로만 보면 '사회(社會)+지도층(指導層)'이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원래 '사회의 지도층' 정도로 쓰이던 게,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사회지도층'으로 굳어진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사회의 지도층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을 가리키는 건가?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http://stdweb2.korean.go.kr/main.jsp)]

 

그리고 이 단어의 의미를 본격적으로 살펴보기에 앞서, 왠지 거부감이 드는 일종의 의도성에 대해서도 잠깐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위에서 보듯이 '지도층'을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검색해 보면, "어떤 목적이나 방향으로 남을 가르쳐 이끌 만한 위치에 있는 계층"이라고 뜻풀이가 나온다. 즉, '개인'이 아니라 '집단'의 개념이다.

 

그런데 어떤 한정된 분야의 지도층도 아니고 완전히 뭉뚱그려서 무려 '사회'지도층 이라니, 지금이 무슨 계몽주의 시대도 아니고 상당히 시대착오적인 표현처럼 느껴진다. 일반 국민과는 뭔가 다른 특수한 계층이라는 뉘앙스가 풍기기도 하고, 마치 먼옛날 양반이나 귀족의 '현대화 버전' 같기도 하다. 과연, 21세기 한국에는 사회지도층이 꼭 있어야만 하는 걸까?

 

한국에서 사회지도층은 어떤 사람들인가

 

사회지도층이라는 단어 자체의 불순함에 대해서는 일단 이 정도로만 하고, 이제 그 의미에 대해서 좀 얘기해 보자.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사회지도층의 뜻은 사실 너무나 불명확하다. 기본적인 의미도 애매하고, 도대체 누구를 가리키는 건지도 불분명하다. 고위공직자는 다 사회지도층인가? 그렇다면 일 주일이든 한 달이든 일 년이든, 단 한 번이라도 사회적 권력을 가져봤으면 다 사회지도층인가?

 

 

또 어느 계급부터 사회지도층이란 말을 쓸 수 있는가? 말단 공무원이나 하급 경찰을 사회지도층이라고 부르진 않는 듯한데, 지방정부 시장이나 군수 · 중앙부처 국장 정도 되면 사회지도층일까? 군대에서는 장군쯤 되면 사회지도층이라고 부르나? 경기도지사 남경필이 자신을 사회지도층이라고 칭한 게 왜 문제가 됐을까? 대한민국에서 제일 많은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지방행정조직의 수장을 사회지도층이라고 할 수 없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사람을 사회지도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물론 사회지도층을 외적인 조건으로만 정의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어떤 목적이나 방향으로 남을 가르쳐 이끌 만한 위치"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그만큼 리더로서 사람들에게 존중을 받아야 할 테고, 사회 일반의 '인정'이 필요할 것이다. 심지어 요즘 어떤 언론에서는 그저 '부자'일 뿐인 사람을 어이없게 사회지도층이라고 하던데, 이건 어느 모로 보나 부적절한 용례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강남에 빌딩을 몇 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사회의 지도층이 될 수는 없지 않나?

 

한국의 사회지도층과는 많이 달랐던 교황

 

사회지도층이라는 표현 자체를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사회지도층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태에 대해서는 논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한국의 사회지도층 어떤 모습이었나? 절대 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너무나 비인간적이고 파렴치한 행태를 보였다. 장관이나 국회의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지도층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굉장히 의문스럽지만) 개신교 목사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전국민적인 환멸을 불러왔고, '사회지도층=쓰레기'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출처: 한겨레]

 

그런데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고, 이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방한 내내 세월호의 아픔을 위로했으며, 특정 종교의 수장이지만 천주교를 믿지 않는 한국인들도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감동을 받았다. 한국의 대통령조차 광복절 기념사에서 철저하게 외면한 세월호 참사를, 외국인 교황은 계속해서 이야기하며 노란 리본도 달고 유가족들을 직접 만났다. 굳이 사회지도층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면, 여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바로 교황 같은 사람 아닐까?

 

세월호 참사 이후 4개월 여 동안 그 수많은 한국의 개신교 목사들은 이런 감동을 전해준 적이 없으며, 장관이나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철면피 같은 망언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고, 어처구니 없이 상황을 호도하기만 했다. 이런 인간들이 사회지도층입네 하며 어깨에 힘주고 여기저기 큰소리 치고 다니니, 국민들은 분통이 터질 수밖에.. 남경필 지사의 사회지도층 표현이 문제가 된 것도 바로 이런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인들이 잘 나가는 사람들을 헐뜯는 게 심하다고도 말하지만, 이토록 저질스러운 사회지도층을 과연 어떤 국민들이 좋아할까? 요 며칠 교황에 대한 과도한 관심도, 따지고 보면 한국의 사회지도층에 대한 광범위하고 뿌리 깊은 불신의 반작용인 셈이다. 도대체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의 사회지도층은 세금은 제대로 안 내면서 자신들 이익은 어떻게든 사수하며, 옆에 누가 피해를 보든 말든 자기 돈 버는 데에만 죽자사자 달려들고,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도망갈 존재들이 됐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없이 일반 국민들에게만 강요되는 군복무

 

예전부터 많이 들어왔던 게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는 말이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고사하고 군복무에 적합하지 않은 개인적 상황 같은 건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무조건 군복무를 해야만 한다는 신화가 지속적으로 주입되었고, "군대에 갔다와야 사람된다"는 비논리적이며 새빨간 거짓말이 별다른 비판 없이 통용됐다. 전세계에서 군대에 갔다온 사람보다는 안 갔다온 사람이 아예 비교조차 불가할 정도로 더 많을 텐데도 불구하고, 이런 허무맹랑한 판타지가 한국 사회를 오랫동안 장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사회지도층의 현역 복무 비율을 보면, 일반 국민들보다 훨씬 낮은 게 분명한 사실이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박근혜 정권에서는 고위직에 군 출신 인사가 대거 발탁됐는데도 불구하고, 이 가운데 70% 정도만 현역으로 복무했다고 한다(그만큼 민간인 출신 현역 복무자가 적다는 뜻). 게다가 이들 자녀의 군 면제 비율은 일반 국민들의 군 면제 비율 2%보다 무려 5배나 높은 10% 가까이 됐다. 이런 현실에서 도대체 누가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겠는가?

 

[출처: YTN뉴스(2013/05/30)]

 

지금 한국 군대는 "참으면 윤일병, 못참으면 임병장, 이도 저도 아니면 자살"이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군대라는 곳에 들어가서 맞아 죽거나, 탈영병이 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다. 이런 지옥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곪을 대로 곪다가 도저히 수습이 안 되고 터져버린 문제를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다. 인해전술이 거의 무의미한 현대전을 감안해 '모병제'로의 전환을 검토하든가, 아니면 진짜 양심적 병역거부자 외에는 모든 이가 다 가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개방적 군대로 만들든가 해야 한다.

 

한국의 사회지도층과 그 자녀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발휘해 모두 군복무를 했다면, 군대가 이렇게까지 망가지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힘 없는 서민들과 그 자녀들만 군대에 가고,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전혀 현실을 모른 채 탁상공론만 하고 있으니 상황이 이렇게 나빠진 것이다. 이대로 계속 가면, 한국의 그 어떤 부모도 자식을 군대에 보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남경필이 사회지도층이라는 말을 한 게 큰 논란을 부른 것도, 결국 이와 같은 불만이 표출된 걸로 볼 수 있다.

 

솔선수범 없이 국민들에게만 군복무를 강요하니까 군대가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난 거다. 세월호도 마찬가지다. 만약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고, 한국의 사회지도층이 유가족과 국민들을 잘 위로해줬다면, 교황의 방문이 이토록 신드롬을 일으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회지도층이라는 작자들이 자꾸 진실을 감추려고만 하고 유가족들을 업신여기며 권력자의 눈치만 보고 앉아 있으니, 인정이나 존중은커녕 '쓰레기'라는 소리나 들을 수밖에 없다.

 

말이 사회의 '지도층'이지, 이제 이들은 사회의 '암덩어리'가 됐다. 세월호 참사와 군대내 폭력에서 보듯이, 군대든 사회든 이곳을 지옥으로 만든 건 바로 이런 암적인 존재들이다. 그리고 이 지옥이 전혀 달라지지 않 이유는, 기존의 썩어빠진 사회지도층이 계속 활개 치고 다닐 수 있도록 방관하는 우리들 각자의 무관심 때문이다. 교황도 말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합니다 ...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습니다." 병든 사회지도층은, 오직 깨어있는 사회구성원들만이 바꿀 수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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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ART

Posted by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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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코리아빠 2014.08.21 14: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2. speckim 2014.09.18 13: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회 지도층이라기 보단, 사회 암세포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재산과 세력을 불리기 위해 다른 구성원들과 사회 자체까지 죽여가는 모습은 암세포와 너무 똑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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