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식민지 · 종교와 민족주의, 유럽·미국과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의 역사.

 

당연하겠지만,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나치(Nazi)'라는 단어는 가장 모욕적인 욕설이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을 보면, 자꾸만 나치가 떠오른다. 벌써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1천 명을 넘어섰고, 그중 다수는 민간인들이라고 한다. 도대체 왜, 이스라엘은 국제적인 비판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죽이는 것일까?

 

전세계적인 분노가 향하고 있는 이스라엘(Israel)-팔레스타인(Palestine) 지역의 분쟁, 여기에는 과연 어떤 역사적 맥락이 있는 걸까? 일반인의 입장에서 이 사안을 좀 정리해 보려고 하는데, 전문적이고 복잡한 내용은 최대한 단순화해서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써보고자 한다. 지금 아무리 국내 상황이 정신없이 흘러가고 있다고 해도, 이런 참극에 침묵하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말이다.

 

[출처: AFP]

 

디아스포라(Diaspora)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 대한 얘기는, 아마도 '디아스포라(특정 집단이 자의적이든지 타의적이든지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 또는 그 집단 자체, '분산'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유래)'로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듯싶다. 인류 역사에서 수많은 민족들이 그랬듯이, 이스라엘인들도 옛날부터 여러 전쟁을 겪으며 세계 곳곳의 이주민이 되었다.

 

전쟁 포로로 잡혀 노예가 돼서 낯선 땅에 끌려온 이들은 자기들의 문화와 전통을 나름대로 유지하며 공동체를 형성했고, 이런 집단들은 외부 상황이 바뀐 다음에도 여전히 그 지역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역사적으로 디아스포라와 같은 사례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며, 특별히 이스라엘인들에게만 벌어졌던 일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종교가 '유대교(Judaism)'라는 점이다.

 

반유대주의(antisemitism)

 

대체로 관용에 기반해서 다수의 종교가 공존하던 고대 시대의 정복자들은 황제를 숭배하지 않으며 우상숭배를 거부하는 유대인들을 탐탁지 않게 여겼고, 그리스도교 발생 이후에는 (흔히 말하는 기독교 자체가 유대교를 모태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은 유대인'이라는 멍에가 따라붙었다. 결국, 초기의 '반유대주의(antisemitism)'는 주로 종교적인 차원의 반감이었던 셈이다.

 

[Marc Chagall, <White Crucifixion>, 1938, Oil on canvas, 154.6 x 140 cm, Art Institute of Chicago]

 

기원 후 오랫동안 반유대주의 정서가 지속되어 왔고, 기독교의 시대였던 중세 유럽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유대인들에 대한 박해는 주기적으로 계속됐으며, 암흑의 중세와 계몽주의 시대를 지나 19세기에 근대 민족주의가 유럽을 휩쓸자 반유대주의는 점점 더 극심해졌다. 당시 전체 유대인의 90%가 유럽에 살고 있었다는데, 이제 종교적인 차이에 더해서 민족적 차이가 유대인들의 굴레가 된 것이다(유럽 내에서 유대인들의 막강한 경제력에 대한 반감도 영향을 미쳤던 걸로 보인다).

 

시온주의(Zionism)

 

복잡다단한 사회적 원인으로 인해 유럽에서 반유대주의가 확산되자, 유대인들 입장에서도 자기들이 살아남을 방도를 어떻게든 찾아야만 했다. 그래서 이들은 '선택받은 민족은 오직 유대인뿐'이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조상 대대로 살았던 땅에 유대인들의 국가를 세우는 걸 지상 목표로 삼게 되었다(정치적 시오니즘의 본격화, 종교적 시오니즘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이스라엘(Israel)을 건국하는 게 신의 뜻이라고 믿고 이를 실행에 옮기려고 했으며, 세속적 민족주의에 따라 선택된 땅으로 이주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미 그 땅은 다른 신을 믿는 아랍인들이 '팔레스타인(Palestine)'이라는 이름을 짓고 살고 있던 곳이다. 다만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패망한 '오스만 제국(Ottoman Empire)'에 이어, 엉뚱하게도 아랍이 아닌 영국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통치하고 있었다는 게 문제였다. 우리가 제국주의 서구 열강의 전세계적인 식민지 개척을 다 알고 있듯이, 이 곳도 역시 영국이 전리품으로 챙긴 지역이었다. 바로 이 지점으로부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참담한 현대 역사가 직접적으로 잉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예루살렘(Jerusalem)

 

우선,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의 역사적 의미부터 좀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싶다.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이 곳에는 무슬림과 유대인 양쪽 모두에게 종교적 성지인 '예루살렘'이 위치해 있다(이스라엘이 예루살렘을 자신들의 수도라고 주장하지만, 팔레스타인 측에서도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마치 통일 전 독일의 베를린처럼, 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구의 경계선에 걸쳐 있기 때문에, 이 도시 자체가 비극적 분쟁의 축소판인 셈이다.

 

20세기 초반, 제국주의 열강인 영국이 지배하고 있긴 했지만 어쨌든 아랍인들이 살고 있던 이 지역에 이스라엘을 건국하기 위해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으로의 이주를 계속하며) 영국 정부에 압박을 가한다.

[영국의 팔레스타인 장악을 당시 미국은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지만, 여기서도 북미에 살던 유대인들이 미국 정부에 압력을 가해 이를 용인하도록 유도했다고 한다]

 

"영국 정부는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 민족의 나라를 세우기에 적합한 땅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위해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

-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7년 11월, 영국의 외무장관 발푸어(Arthur Balfour)가 영국 유대인협회 회장인 로스차일드(Walter Rothschild)에게 보낸 편지 내용

 

독립을 위해 싸웠건만 오스만 제국 패망 이후 난데없이 영국의 통치를 받게 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당연히 유대인들의 이주를 유럽의 또다른 식민 침탈이라며 격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전쟁으로 궁핍했던 이들은 돈 많은 유대인들에게 땅을 팔 수밖에 없었고, 계속해서 땅을 사모으는 유대인들과 하루 아침에 쫓겨나게 된 아랍인들 사이에는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팔레스타인을 식민지배하면서 양쪽을 자극하고 부추긴 영국은 이들을 막지 못했으며, 양측에 영토를 분배하려던 UN의 계획도 끝내 실패로 돌아간다.

팔레스타인(Palestine)

 

UN은 팔레스타인 지역을 둘로 나눠서 아랍인과 유대인을 각각 한 쪽에 배치하려고 했지만, 원래 여기서 살고 있던 아랍인들은 이를 식민 침탈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고 반대한다. 이집트·요르단·이라크·시리아 등 주변국들은 이스라엘에 전쟁을 선포하지만, 아랍 연합군과 팔레스타인 민병대는 미국과 유럽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에 패배한다. 급기야 1948년 유대인들이 '이스라엘(Israel)'을 건국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땅을 되찾기 위해 지금까지 싸우고 있다.

 

그러니까 결국, 아프리카와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 역시 서구 열강의 추악한 식민지배 역사가 낳은 산물인 셈이다.

[종교와 민족주의 등에 의해 나타난 반유대주의, 이에 대항하기 위해 본격화된 정치적 시오니즘. 이 둘은 서로 맞서는 개념이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 입장에서는 (선민주의에 기반을 둔) 시오니즘이 자신들을 땅에서 내쫓기 위한 인종차별이나 마찬가지이므로, 아이러니하게도 반유대주의와 시오니즘은 둘 다 인종주의로 귀결된다]

 

과거에는 '팔레스타인(Palestine)'이라고 하면, 현재의 이스라엘 영토와 팔레스타인 자치 구역을 모두 포함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몇 차례 전쟁 이후에 오늘날 팔레스타인이라 함은 보통 요르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요르단강 서안(West Bank)' 그리고 이집트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가자 지구(Gaza Strip)', 이렇게 두 지역만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이스라엘 북동부의 웨스트 뱅크는 명목상으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통치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스라엘의 지배를 받고 있으며, 이스라엘 남서부의 Gaza는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Hamas)'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이스라엘에 의해 철저히 봉쇄된 지역이다.

 

요즘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를 무차별 공격하고 있는데, 어린이를 비롯한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팔레스타인 사망자는 벌써 1천 명을 넘었는데,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약 50명 정도에 그쳤다). 한마디로 지금 이스라엘은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팔레스타인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으며, '교전'이라기보다는 '학살'에 가까운 인종청소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스라엘을 보며 사람들은 나치를 떠올릴 수밖에 없고, 국제 사회가 이스라엘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악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이 용납된다는 판단을 내리는 순간, 선은 애초에 파괴하려고 했던 바로 그 악과 구별할 수 없게 된다."
- 영국의 종교 문화사가, 크리스토퍼 도슨(Christopher Henry Dawson, 1889~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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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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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버크하우스 2014.07.28 10: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가요. 오늘도 상쾌한 하루 되세요. ^^

  2. 고래 2014.08.01 15: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갑니다...씁쓸하군요..평안한하루되세요

  3. 까칠마루 2014.08.10 15: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차 대전에서 오스만 제국의 뒷통수를 치는 댓가로 영국은 팔레스틴의 독립을 보장합니다. 이 과정은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영화로 그려집니다. 영국은 하나의 땅을 두 나라에 팔라 먹은 거죠. 팔레스틴은 130년경 로마의 2차 예루살렘 점령이후 생겨납니다.

  4. choggn 2015.07.30 22: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힘이 없는 종족은 살 가치가 없다 누가 뭐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