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뒤에 숨은 박효종 취임, 송광용·김명수·유영익·권희영 라인과 정종섭 주목해야.

 

새 국무총리 후보자인 문창극의 임명동의안 제출 여부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던 6월 17일 오후, 박근혜 정권은 박효종 전 서울대 교수를 기어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시켜버렸다.

[어찌나 시간도 절묘한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던 오후 5시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출범식도 진행되었다]

 

이번에 방통심의위 위원장이 된 박효종이 누군가? 바로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 집필을 목적으로 한 '교과서 포럼'의 준비위원장과 공동대표를 지냈고, 종북 척결을 내세운 뉴라이트 시민단체들의 연합 '자유민주국민연합' 상임대표를 맡았으며, 대선을 앞둔 2012년 7월 한 방송에 출연해서 박근혜의 '5.16은 아버지의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 발언을 두둔해서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인물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결국 박효종은 대통령직 인수위 정무분과 간사로 임명된다.

 

과연 이런 사람이 모든 방송 프로그램과 통신을 심의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되는 게 적절한가? 방통심의위는 방송의 선정성과 정치적 편향성을 견제해야 하는 곳인데, 가장 우편향된 인사가 이런 중요한 기구의 위원장이 되는 건 정말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수많은 언론단체들이 애초부터 강하게 반대했지만, 박근혜 정권은 모든 이들의 관심이 문창극에게 쏠려 있는 와중에 취임식을 강행한 것이다. '북풍 공작'과 '5억 원 전달'의 장본인인 이병기를 비롯해 계속해서 지금 '인사 폭탄'이 터지고 있는 걸 볼 때, 어쩌면 문창극은 '속임수'일지도 모른다.

 

한국현대사학회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그런데, 방통심의위원장 박효종 임명은 단순히 자기 입맛에 맞는 인사를 정부 요직에 앉힌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걸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일단 '역사왜곡'으로 엄청난 갈등을 야기시켰던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집필을 주도했던 '한국현대사학회'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뉴라이트와 박효종, 교육분야 최고위 관료들과 역사교과서, 그리고 최근 박근혜 정권의 개각까지 이 모든 부분의 중심에 한국현대사학회와 역사왜곡 코드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선, 사진을 한 장 보도록 하자.

 

[출처: 중앙일보(2011/05/21)]

 

우리는 2011년 5월 20일에 찍은 이 사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3년 전의 이 사진 속에는 2014년 현재의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국사편찬위원장 그리고 한국학대학원장이 포진해 있다. 지금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장인 권희영이 바로 친일과 독재 미화 문제를 촉발시킨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대표 집필한 장본인이다. 어떻게 이런 인물이 무려 '한국학' 대학원장이 될 수 있었는지 도대체가 말이 안 되지만, 어쨌든 2014년 5월 1일자로 권희영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대학원장으로 취임했다.

 

[출처: 국사편찬위원회(2013/08/30) <2013년 고등학교 역사과 교과용도서 검정 합격 결정 공고>]

 

권희영과 이명희. 권희영이 한국현대사학회의 초대 회장이고, 이명희가 현 회장이다. 이 두 사람이 한국현대사학회의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보다시피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대표저자와 공동저자로 이름이 올라 있다. 한마디로, 역사왜곡 논란의 중심에 서있었던 교학사 한국사와 한국현대사학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셈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권희영은 지금 한국학 대학원장이 되어 있고, 한국현대사학회 창립기념 학술대회에 참석했던 또 다른 두 사람, 유영익과 송광용은 현재 국사편찬위원장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됐다.

 

 

한국학대학원장 - 국사편찬위원장 - 교육부장관 - 교육문화수석

 

그럼 국사편찬위원회는 뭘 하는 곳인가?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역사교과서를 검증하는 기관이다. 권희영이 쓴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검증한 곳이 바로 국사편찬위원회인데, 유영익은 2013년 10월 1일에 취임했다(역사왜곡 논란이 있은 후 2~3개월 뒤에 취임). 그렇다면, 유영익은 어떤 사람일까? 이승만을 '국부'로 칭하며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고 했으며, 뉴라이트 성향의 '대안교과서'에 관여했던 인물이다. 이승만의 독재를 개신교와 접목해 합리화시키려 했고, 그래서 작년 취임 당시에도 수많은 역사학계 인사들뿐만 아니라 종교계까지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은 박효종처럼 임명을 강행했고, 지금도 여전히 국사편찬위원장이다.

 

그리고 송광용 전 서울교대 총장. 한국현대사학회 창립기념 학술대회가 서울교대에서 열렸고, 송광용은 여기 참석해서 "늦었지만 경사스러운 일"이라고 축사를 했다. 그제 송광용 교육문화수석의 '논문 표절' 문제가 불거졌는데, 이거 외에도 그는 박근혜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1999년에 이사로 선임돼서 2013년 6월까지 장장 십수 년 동안 정수장학회 이사였던 인물이다(김기춘은 정수장학회 졸업생 모임인 '상청회' 회장 출신). 한국현대사학회와 뉴라이트, 역사왜곡 교과서의 집필자와 국사편찬위원장 및 교육문화수석, 정수장학회와 청와대.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만 해도 이 정도다.

 

게다가 이번에 새로 신설된 교육사회문화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내정한 김명수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역시 얼마 전에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옹호하는 듯한 얘기를 했던 사람이다(지금 김명수 후보자는 송광용과 마찬가지로 '논문 표절' 문제에다가, 제자 연구비를 가로챘다는 의혹에까지 휩싸여 있다).

["보수성향의 교학사 교과서 채택률이 0%에 가까운 사실이나 좌파 및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이 교학사를 협박하고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를 찾아가 행패를 부린 일은 국가적·국민적 수치입니다." (2014년 2월 14일 문화일보 인터뷰 중 김명수 내정자의 발언)]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교과서 저자들뿐만 아니라 한국사 학계 자체에 좌파들이 많다 .. 필요하다면 이념 투쟁도 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무엇보다 우리는 '한국학 대학원장 권희영 - 국사편찬위원장 유영익 - 교육부장관 김명수 - 교육문화수석 송광용'으로 이어지는 바로 이 교과서 라인의 존재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이들은 모두 2013년의 교학사 한국사 논란 이후에 다 취임했거나 취임할 예정이고, 이 정도 인사들이 팀웍(?)을 발휘하면 제2의 교학사 역사교과서 만드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이 중 세 사람이 한국현대사학회 창립기념 학술대회에 참석했고, 마침내 화룡점정이라고 볼 수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박효종이 어제 취임했다.

 

[출처: 한국현대사학회 홈페이지 학회 현황]

 

결국 본색을 드러낸 '역사왜곡' 정권

 

자, 익숙한 이름들이 꽤 많이 보이지 않는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사람이 안병직인데, 이 사람이 '일제의 식민 지배가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했다'고 하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의 대표적인 주창자다. 안병직은 뉴라이트 재단 이사장과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2013년 2월에도 경기도의 보수편향 '현대사' 발간 논란의 중심에 서있었다. 그리고 앞서 말했던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도 안병직과 함께 한국현대사학회의 고문이며, 초대 회장과 2대 회장인 권희영과 이명희는 당연히 창립준비위원회 명단에 올라가 있다.

 

 

또한 어제 방송통신심의위원장으로 취임한 박효종의 이름도 보이고, 그 옆에는 정종섭이라는 사람이 보인다. 이 이름, 어디서 좀 들어본 적 있지 않나? 이번에 박근혜가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내정한 바로 그 정종섭이다. 이런 거 보면 정말 꼼꼼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어떻게 이렇게 한국현대사학회 이사 명단에 나란히 올라 있는 두 사람을 방통심의위원장과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거의 동시에 임명할 수가 있는지,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혹시 박근혜가 이 명단을 보고 사람을 뽑았나 하는 어이없는 의구심까지 들 정도다.

 

아무튼, 역사왜곡 문제를 촉발시킨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집필을 주도한 한국현대사학회는 정말 엄청난 집단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을 듯싶다. 초대 회장이 한국학 대학원장이 됐고, 고문이 국사편찬위원장이 됐으며, 이사 두 명이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 안전행정부 장관이 됐으니 말이다(물론 정종섭은 아직 후보자다). '권희영-유영익-김명수-송광용'도 놀라운데, 모든 방송과 통신을 심의할 박효종과 대한민국의 모든 행정활동을 관장할 정종섭까지 보유했으니, 이 인간들은 진짜 못할 게 없을 것 같다. 역사왜곡 교과서는 '식은 죽 먹기'고, 역사왜곡 방송은 '엎드려 절 받기', 역사왜곡 행정은 '누워서 떡 먹기' 아닌가?

 

당연히 문창극도 문제지만, 우리는 박근혜 정권의 전반적인 경향성에도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 2013년의 역사왜곡 교과서 논란 이후 권희영-유영익-김명수-송광용 라인이 이제 완성됐고, 여기에 박효종과 정종섭까지 가세하면 이건 정말 감당하기 힘들다. 만에 하나 제2의 교학사 역사 교과서가 나왔을 때, 권희영·유영익·김명수·송광용이 엄호하고, 박효종이 언론을 막으며 정종섭이 경찰을 움직인다면, 도대체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 현재 박근혜 정권은 역사 과목을 '국정교과서' 체체로 환원하는 걸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데, 국정교과서는 박정희가 유신을 선포한 뒤 도입한 국가 집필 교과서 체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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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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