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지역의 숨어있는 1% 싸움과 투표율, 우리가 투표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이유.

 

제6회 6.4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끝났고, 선거 다음날 오후에 개표율 100%를 달성했다. 사실 후보자 당락은 6월 5일 새벽에 모두 결정됐지만, 어차피 최종결과는 분명한 기록으로 남겨야만 하기 때문에 '개표 완료'는 아주 중요한 과정이다. 물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보고서는 앞으로 몇 달 뒤에 나올 테지만, 어쨌든 일단 개표작업은 마무리됐다.

[선관위의 2012년 4.11 총선 투표율 분석 결과는 그해 6월 중순에 나왔고, 12.19 대선 분석 결과는 다음해 2월 중순에 발표됐]

 

개표율 100%인 상황에서 각 후보자의 득표율을 지금 포털사이트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방송 3사(SBS, KBS, MBC) 공동 출구조사와 비교해 보는 것도 나름 재밌을 것 같다. 그래서 지금부터 전국 시도지사 선거구 총 17개의 지상파 3사 출구조사와 최종 선거결과를 살펴보면서 나름대로 분석을 좀 해보려고 한다(출구조사는 오후 5시까지의 통계 발표). 최대한 보기 쉽게 정리하기 위해 각 선거구별로 출구조사와 최종결과를 이미지로 이어붙여서 설명하겠다.

 

그 전에 먼저, 6.4 지방선거의 지역별 투표율부터 잠깐 보고 넘어가자. 17개 광역 선거구 중 전국 평균인 56.8%보다 낮은 지역이 7곳(부산, 대구, 인천, 대전, 울산, 경기, 충남)이다. 이 중에서 여당이 승리한 게 다섯 군데이고, 야당이 승리한 선거구가 두 군데다.

[전체적으로는 '야당 9 : 여당 8'이다. 상대적으로 여당이 차지한 지역 중에는 투표율이 낮은 데가 많고, 야당이 차지한 지역 중에는 투표율이 높은 데가 많다]

 

[출처: 아시아경제(2014/06/05)]

 

이번 지방선거의 출구조사와 최종결과를 비교·분석함에 있어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전체 17개 시도지사 선거구 중 출구조사 결과가 유일하게 빗나간 곳이 딱 한 군데 있다는 점이다(16개 시도지사 선거구는 출구조사와 최종결과의 당락이 동일하다).

 

 

이 곳은 바로 경기지사 선거구인데, 출구조사 지지율과 선거결과 득표율 둘 다 굉장히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그래서 이 글의 본격적인 시작은 경기도부터 하는 게 좋을 듯싶다. 여기서부터 하나씩 얘기를 풀어나가 보자.

 

[출처: SBS <6.4 지방선거 2014 국민의 선택> 방송화면(상), 포털사이트 Daum 선거 결과페이지(하)]

 

자, 이게 17개 선거구 중 출구조사와 실제 개표결과가 유일하게 다른 경기지사 선거의 당락이다. 출구조사만 봐도 딱 2% 차이, 그러니까 ±1%면 양쪽이 비기는 상황이다. 그리고 최종결과도 겨우 0.8% 차이, 그러니까 ±0.4%면 동률이다(원래 경기지사 후보는 3명이었지만, 기호 3번 통합진보당 후보가 사퇴함으로써 양자 구도가 됐다). 결국 1% 이내 한끗 차이 초박빙의 싸움이었던 것이다.

 

경기도의 이번 지방선거 투표율은 53.3%로 전국 평균인 56.8%보다 3.5%나 낮고(경기도가 대구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다), 출구조사가 끝난 오후 5시의 투표율이 48.5%였다. 그러니 5시부터 6시까지 마지막 1시간 동안 4.8%의 투표율이 올라간 것이다.

 

총 유권자수가 1000만 명에 가깝고 두 후보간의 표 차이가 4만 표 남짓이기 때문에, 어쩌면 출구조사 이후 1시간 동안 당락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투표율 1%가 약 10만 명). 물론 가상이지만, 5시부터 6시까지 경기도 도처에서 10분당 8만 명이 투표했으니 전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닌 셈이다.

 

그럼 이런 상상도 한번 해보자. 오후 5시까지의 경기도 투표율이 전국 투표율에 비해 유난히 낮다는 걸 알아차린 유권자들이, 서둘러 투표소로 가 양자택일 상황에서 김진표 후보를 찍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절대 특별한 걸 바라는 게 아니다. 그저 경기도민들이 다른 지역 유권자들만큼이라도 투표를 했다면?

 

그 중에서도 전 연령을 통틀어 가장 투표율이 낮았던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남성'들이 투표소로 갔다면, 상황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중앙선관위의 '4.11 총선 투표율 분석 자료(2012/06)'와 '12.19 대선 투표율 분석 자료(2013/02)' 보면,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남성들은 같은 세대 여성들보다도 투표율이 훨씬 더 낮았다]

 

[출처: SBS <6.4 지방선거 2014 국민의 선택> 방송화면(상), 포털사이트 Daum 선거 결과페이지(하)]

 

출구조사와 실제 결과가 동일했지만, 그래도 가장 치열했던 곳 중에 하나가 바로 인천시장 선거구다. 출구조사는 겨우 0.3% 차이였고, 최종결과는 단 1.8%차이다. 여기서도 아깝게 야권 후보가 낙선했는데(기호 3번이 나머지 1.8% 득표), 공교롭게 이 지역 투표율도 전국 평균에 비해 많이 낮은 53.7%에 불과했다.

[대한민국 정치 지형에서 좀 특이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대구를 제외하면, 경기도와 인천의 투표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다]

 

[출처: SBS <6.4 지방선거 2014 국민의 선택> 방송화면(상), 포털사이트 Daum 선거 결과페이지(하)]

 

지역 구도 타파의 측면에서 참 아쉬움이 많았던 부산시장 선거. 출구조사에서는 3.6% 차이였는데, 그래도 실제 개표결과에서는 1.4% 차이로 줄어들었다(여기서도 기호 3번 통합진보당 후보가 사퇴했다). 부산의 투표율은 55.6%이 전체 유권자가 거의 300만 명에 육박하는데, 표 차이는 고작 2만여 표였다.

 

 

만약 오거돈 후보가 당선됐다면 한국 정치 역사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이곳에서도 간발의 차이로 여당 후보가 당선됐고 또 투표율에서도 전국 평균보다 1.2%가 낮다(부산의 투표율 1%는 약 3만 명).

 

[출처: SBS <6.4 지방선거 2014 국민의 선택> 방송화면(상), 포털사이트 Daum 선거 결과페이지(하)]

 

자, 최종 개표결과가 2% 이내의 박빙으로 나온 총 4곳의 시도지사 선거구 중에서 우리는 강원도를 꼭 주목할 필요가 있다(전체 17개 중 나머지 13개 선거구는 최종결과가 2% 이상 벌어졌다). 네 군데 중 유일하게 야권 후보가 승리한 곳인데, 강원도의 투표율은 전국 평균보다도 5.4%나 높은 62.2%였다.

 

한마디로 최종 선거결과에서 2% 이내의 초접전 지역 총 4곳 중 투표율이 평균보다 높은 강원도만 야당 후보가 당선됐고, 전국 평균 투표율보다 낮은 나머지 세 군데는 모두 여당 후보가 당선됐다는 말이다. 뭔가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그럼, 결론을 내리기 전에 다른 13곳의 시도지사 선거구 최종 개표결과도 좀 보고 넘어가자. 굳이 별다른 설명은 필요 없을 듯하고, 그냥 이미지로만 정리하겠다.

 

 

 

 

 

 

 

 

 

 

 

 

 

[출처: SBS <6.4 지방선거 2014 국민의 선택> 방송화면, 포털사이트 Daum 선거 결과페이지]

 

요즘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이 투표율 상승 자체가 당락에 별로 중요한 게 아닌 것처럼 얘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과연 이 글을 보고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개표율 100%의 선거 결과에서 ±1%, 즉 최종적으로 2% 이내로 차이가 나는 초박빙 시도지사 선거구는 모두 4군데였다.

 

그 중에서 세 곳은 여당이 차지했고, 나머지 한 곳은 야당이 차지했다. 그런데 여당이 차지한 선거구 3개는 모두 평균 투표율보다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고, 야당이 차지한 선거구 1개는 전국 투표율보다 높았다. 만약, 여당의 세 군데 선거구에서 투표율이 평균보다 높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앞서 살펴봤듯이, 2%이내 경합지역 4곳의 득표수 차이가 적게는 1만 2천여 표에서 많게는 4만 3천여 표다. 가장 적은 차이가 나는 선거구인 강원도의 투표율 1%가 1만 2천여 표 정도 되고, 가장 많은 차이가 나는 경기도의 투표율 1%는 약 10만 표나 된다. 결국 경합지역 네 군데는 모두 1% 이내의 싸움인데, 유일하게 강원도만 투표율 평균을 넘었고 또 야당 후보가 승리했다.

 

투표율이 전국 평균보다 낮았던 경기 · 인천 · 부산의 유권자들이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버리고 투표소로 향했다면, 경합지역 세 곳의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많이도 필요 없다. 단 1%면 된다. 그랬다면, 시도지사 선거에서 '야당 12 : 여당 5'가 될 수도 있었다. 숨어있는 1%의 위력이 바로 이거다.

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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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지은 2014.07.09 06: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그렇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