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에서 언론, 출판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

언론과 출판의 자유, 사상과 양심의 자유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그런데 요즘에 이런 자유권적 기본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조짐이 곳곳에서 보인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 두 가지가 바로 MBC의 '고정출연자 제한 심의조항' 문제와 대한출판문화협회의 '2011년 올해의 청소년 도서' 선정 번복이다. 두 사건 다 최근 한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고, 근본적인 자유권을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사태와 관련된 이야기를 지금 하려고 한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배우 김여진

일단, 문화방송의 '고정출연자 제한 심의조항' 수정 사건의 경과부터 좀 알아보자.


- 발단: MBC는 6월 27일 낮 보도자료를 통해서, 배우 김여진씨가 7월 18일부터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매주 월요일 4부에 방송할 '보수:진보 토론' 코너에 진보 쪽 패널로 참여한다고 밝혔었다. 더 정확하게는 '격주 1회' 출연 예정이었고, '주 1회 이상 출연자를 고정출연자로 정의한다'는 MBC 사규에 따르면 그녀는 고정출연자 신분이 아니었다.

- 전개: 그런데 이 보도자료와 관련해서, 문화방송이 지난 1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라디오본부장과 대변인 겸 홍보국장을 징계하는 일이 벌어졌다. MBC 사측은 김여진씨의 고정출연에 대한 보도자료 배포와 관련해 이들에게 관리 감독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밝혔는데, 문화방송노조는 이것이 '명백한 제작 자율권의 침해이자 김여진씨를 몰아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주장했다.

- 현재 상황: MBC 이사회는 이번 주 내로 심의규정 중 '고정출연자제한 심의조항' 최종안을 승인할 예정인데, 앞서 본 '주 1회 이상 출연자를 고정출연자로 정의한다'는 기존 조항의 단서가 삭제됐다. 그리고 개정 심의 조항 제 56조 4항을 보면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대립한 사안에 대해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하는 발언이나 행위를 한 사람은 고정출연이 제한된다'고 나와 있다. 사실상, 김여진씨의 (격주) 고정출연을 제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누가 봐도 특정인을 겨냥한 사규 수정이라고 의심될 만한 사안이다. 그러면, 도대체 왜 MBC는 배우 김여진의 출연을 막으려고 할까?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요즘에 주목 받고 있는 '소셜테이너(소셜+엔터테이너)'에 대해 먼저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시사IN의 고재열 기자에 따르면, "소셜테이너라는 말은 이명박 정권이 방송 장악에 나서면서 윤도현 등 사회참여 연예인을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킬 때 이들과 폴리테이너, 즉 정치참여 연예인과 구분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만들어낸 말이다. 연예인들이 특정 정치인 지지활동을 해서 정치적 이익을 얻는 행위와 자신을 희생하면서 사회참여 활동을 하는 것을 구분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소셜테이너의 대표적인 인물이, 다들 알다시피 배우 김여진씨였다. 그녀는 트위터 등 SNS를 통해 각종 사회적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이고 적극적으로 밝혔고, [MBC 백분토론]에까지 출연하며 소위 말하는 '개념있는' 소셜테이너가 된 것이다. 김여진씨는 곧 네티즌들의 큰 지지를 받았고, 아마도 그것이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격주'로 고정출연하게 된 계기가 된 듯하다.

소셜테이너의 방송 출연을 막으려는 방송국

배우 김여진씨는 대중의 인기를 얻었고,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인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진보 쪽' 패널로 출연할 예정이었다. MBC라는 거대 방송국이 직접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던 사항이었고, 이에 대해 많은 네티즌들이 환영의 뜻을 표한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문화방송은 보직 간부들을 징계까지 해가며, 또 이사회를 열어 사규를 수정까지 하며 그녀의 출연을 제한하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5, 6공을 대놓고 미화하던 자들이 이 정부 들어 언론사 핵심 요직을 싹쓸이"했다고 한다]
MBC 노조가 "타당한 근거없이 피디와 시피의 고유권한인 출연자 섭외 하나하나까지 임원들이 참견하는 것은 아마 창사이래 초유의 일"이라고 지적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소셜테이너의 방송 출연을 막으려는 것이다.

과연 우리가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에서 언론의 자유, 사상의 자유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좌: 대한출판문화협회 홈페이지(http://www.kpa21.or.kr)에 발표된 2011년 올해의 청소년 도서 목록
우: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 물리학과 이승헌 교수의 저서 [과학의 양심, 천안함을 추적하다] 표지

다음으로, 대한출판문화협회가 '2011년 올해의 청소년 도서'로 선정했던 책에 대해 그 선정을 번복한 사건의 현재 경과를 좀 살펴보자.

- 발단: 대한출판문화협회는 6월 15일 '2011년 올해의 청소년 도서'로 [과학의 양심, 천안함을 추적하다](창비 펴냄)를 선정했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갑자기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실무자의 전산 착오로 인한 오류였다"며 선정을 취소했다. 경향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과학의 양심, 천안함을 추적하다]는 재미 물리학자 이승헌 버지니아대 교수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혹을 중심으로 사건의 전개 과정과 정부가 내세운 과학적 증거의 허구성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다."

- 전개: 7월 11일, 창비의 해명 요구에 대한출판문화협회는 "[과학의 양심, 천안함을 추적하다]가 청소년들이 읽기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일부에서 제기됨에 따라, '올해의 청소년 도서' 선정 도서를 최종 확정하는 기구인 운영위원회를 6월 23일에 소집하여 재논의한 결과, 위 도서를 봄 분기 선정 도서에서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지난 12일에 창비를 방문한 대한출판문화협회 박익순 사무국장도 "(운영위원회뿐만 아니라) 출판계 내외부에서 이 책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있어 재심에 의하여 해당 책의 선정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 현재 상황: 이에 대하여 창비는 7월 13일에 "이런 해명을 절차상으로나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출협은 출판계 내외부에서 이 책의 선정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재심사를 했다고 해명했으나 ‘내·외부’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출협은 어떤 인사의 요구에 따라 재논의가 이뤄지고 이번 선정이 취소됐는지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대한출판문화협회는 [과학의 양심, 천안함을 추적하다]를 뺀 나머지 29권만 최종 선정하여 발표했으며, 정치적·이념적인 도서는 선정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도대체 왜 출협은 이렇게 무리한 번복을 해서라도 이 책의 선정을 취소하려고 했을까? 이것은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한 현재 대중의 광범위한 의심 상태만 생각해봐도 그리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듯하다.

한 가지만 예를 들어 보겠다. 며칠 전,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벌어졌다. 여기서 가장 큰 쟁점은 조 후보자의 국가관이었는데, 통칭 '보수' 진영이 청문회에서 보인 조 후보자의 천안함 관련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조 후보자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일 가능성은 매우 높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는 답변을 했었다. 이 사례만 봐도,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의 조사 결과가 얼마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그런 상황에 대해 '보수' 쪽 인사들이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마저 확신을 못하고 있으니, 일반 국민들은 오죽하겠는가.

청소년들에게 과학자의 양심을 보여주길 원치 않는 이들

이승헌 교수는 과학자다. 그리고 미국에 살면서 미국 대학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한국 국내에 있는 교수나 학자들보다는 자유롭다. 이런 그가 과학자로서의 양심을 걸고, 천안함과 관련된 의혹을 '과학적으로' 검증한 책을 내놓았다. [과학의 양심, 천안함을 추적하다]가 나름대로 괜찮은 책이었는지, 대한출판문화협회는 '2011년 올해의 청소년 도서'로 선정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이것이 번복된 것이다.

이 사건은 창비처럼 한국 출판계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역사도 오래된 출판사의 관계자들조차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고, 어떤 식으로보든 지극히 '과학적'인 결과물로 보이는 책에 대해 뭔가 '불편해하는' 이들은 언제나처럼 정치와 이념의 색안경을 끼고 창작물에 덧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과학자의 양심을 보여주길 원치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상식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정도 다 짐작할 수 있으리라.

이러고도 우리가 지금 이 순간 한국에서 출판의 자유, 양심의 자유가 온전히 지켜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과학의 양심, 천안함을 추적하다 - 10점
이승헌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배우 김여진씨와 물리학자 이승헌 교수가 시련을 당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현재 한국에서 언론과 출판의 자유,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헌법이 유린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김여진이었고 이승헌이었지만, 다음번에는 바로 우리 자신이 될 수도 있다. 이제 어떻게 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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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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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괞찬아 2011.07.19 13: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치 목소리 큰 사람만 정의롭고 양심이 있다는 말인가요?

    • Arthur Jung 2011.07.20 08: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기서 목소리가 크든 작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정의롭고 양심이 있다, 없다도 그 다음 문제구요.

      중요한 건 저들의 기본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겁니다.

      목소리가 크든 작든, 저들은 말할 자유가 있습니다.
      또 '정의롭고 양심이 있다'라는 건 누가 정해주는 게 아니라, 각자가 스스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 어두운 시절에 할말은 하는 사람이 정의로운 거겠죠. 그 말을 듣기 싫은 2011.08.07 01: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람들, 즉 괜찮아 님같은 분들에게는 할말은 하는 사람이 그저 목소리 큰 사람들일뿐이겠지만.

  2. Lyle 2011.07.20 15: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단란에서, 개인의 시련으로 결론짓기보다 사회적인 시련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네요.

    조종하는 자가 있는가하면 조종을 용인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게 우리들 자신임이 뻔히 보입니다.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에 분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겠어요? 돌아서면 남의 문제인 거고, 주관이나 주장 같은 걸 갖기보다 밥그릇 채우는 게 더 중요한 사람들이 문제입니다. 정권은 그런 국민성을 참 잘 이용하고 있는 샘이죠.

    • Arthur Jung 2011.07.20 22: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죠~ 개인의 시련이면서, 또 사회의 시련이죠..
      다만, 그걸 '국민성'이라고 말하는 건 좀 가혹한 게 아닌가 싶네요..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특별히 한국사람들이 제 밥그릇 채우기에 민감하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

    • Lyle 2011.07.21 00: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굳이 상대적으로 비교하자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할 게 아니라 우리들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따졌으면 좋겠네요.

      조선이 망했어도 그 이후의 백성들에게 유교적 도덕이 남아있어 지금까지도 장유유서 따지는 사람들이 있는 겁니다. 조선은 체제보다 사람들의 의식과 이념이 지탱하는 나라였다고 보여지는 이유죠. 그런데 오늘날의 한국 사람들의 의식이란 밥벌이 앞에서 유효한가요? 도덕 뿐만 아니라 정의감이나 주인의식도 마찬가지 입니다. 국민의 정신으로 지탱하는 나라가 아닌 건 분명하죠. 국가는 북한처럼 국민들에게 의식을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멍청한 국민들을 이용할 뿐이죠. 국민성을 이용한다는 말은 그런 뜻이었어요.

      의미하신 시련보다 더 암울한 이야기를 해버렸네요. ㅡㅡ;

    • Arthur Jung 2011.07.21 06: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럼, '국민성'이라기보다는 '국민의 의식수준'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네요.
      지금 말씀하신 그런 뜻이라면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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