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강제연행과 사법처리, 알바 동원과 시신 탈취, 시국선언 색출과 유가족 미행.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무려 34일만에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담화 발표 바로 전날은 '제34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이었고, 대통령은 19일 오전에 담화를 발표하고 오후에 곧장 아랍에미리트(UAE) 방문길에 올랐다.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박근혜는 눈물을 흘렸지만, 담화 직전인 18일과 발표 직후인 20일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과연 여기에 진정성이 있는지 무척 회의감이 든다. 도대체 무엇이 대통령의 눈물을 '악어의 눈물'로 보이게 했는지, 담화 발표 직전 하루와 직후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시간 순서대로 한 번 간단히 정리해 보도록 하자.

 

[출처: 미디어오늘 트위터(@mediatodaynews)]

 

5월 18일 오전 -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립싱크 알바 동원

 

국가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을 끝내 거부했고, 유족 등 관련 단체 회원들은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기념식에 불참했다. 이렇게 기념식에 관련 단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자, 국가보훈처는 '일당 5만원'의 알바를 동원했고 이들은 급조된 '연합 합창단'의 일부로서 5·18 기념식 중에 흔히 말하는 립싱크를 했다. 유족뿐 아니라 야당과 대통령도 불참한 껍데기 기념식은 '립싱크 알바'로 인해 더욱 더 초라한 모양새가 됐고, 박근혜 정권은 이런 식으로 조작된 기념식을 강행함으로써 국가의 공식 기념행사에 씻을 수 없는 커다란 오점을 남겼다.

 

5월 18일 오후 - 자살한 노동자의 장례식, 시신 탈취

 

지난 17일, 염호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이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삼성노조 활동을 힘겹게 이어가던 그는 유서에 "저의 시신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주십시오. 지회가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하여 뿌려주세요"라고 썼다. 자살한 노동자는 노조가 자신의 시신을 맡아주길 분명히 바라고 있었기에,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장례식을 진행했다. 그런데 5월 18일 오후 시신이 안치된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에 경찰 200여 명이 아무런 사전고지도 없이 갑자기 들이닥쳤고, 조합원 25명이 연행되는 와중에 경찰은 염 분회장의 시신을 탈취해 갔다. 1991년의 박창수 시신 탈취 사건과 똑같이..

 

[출처: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 트위터(@history_hongkoo) 갈무리]

 

5월 18일 밤 - 광화문 침묵행진 참가자, 대규모 강제 연행

 

전국에서는 지난 주말에 세월호 참사 애도와 진상규명을 위한 집회가 곳곳에서 열렸고, 수만 명의 시민이 참가했으며, 이들 중에는 가족 단위로 촛불을 들고 온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경찰은 무리하게 집회를 해산시키려 했고, 이 과정에서 주말 동안에만 침묵행진 참가자들까지 포함해 총 215이 연행됐다. 다들 알다시피, 침묵행진은 참가자들이 마스크와 국화를 통해 지극히 평화적인 방법으로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은 도대체 무엇이 그리 두려운지 시민들의 평화적인 침묵행진에도 공권력을 투입해서 강제 연행했고,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서울의 밤은 폭력 진압으로 얼룩졌다.

 

5월 19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

 

5월 19일 오후 - 세월호 집회 참가자 사법처리 방침, 구속영장 신청

 

박근혜는 눈물까지 보이며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는데, 서울지방경찰청은 세월호 추모집회 참가자들 중 연행된 213명(총 215명 가운데 고등학생과 인터넷신문 기자로 확인된 2명은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힌다. 그리고 추모집회 이후 청와대 행진에 참여했다가 연행된 자영업자 한 명에게는 일반교통방해·해산명령불응·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다. 강제 연행 과정에서 성추행 논란이 일었고 청와대 주변 집회현장 뿐만 아니라 경복궁에서도 노란 리본을 단 시민들의 가방을 뒤지며 불심검문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경찰은 전혀 상황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5월 19일 밤 - 진도로 향하는 세월호 유가족, 경찰의 미행

 

경기 안산에서 전남 진도로 향하던 세월호 사고 유가족 30여 명은 19일 오후에 전북 고창 고인돌휴게소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중, 뒤따른 남성 2명의 신원이 안산 단원경찰서 소속 정보과 형사인 사실을 발견했다. 정보과 형사들이 사복을 입고 몰래 가족들을 미행하다가 덜미를 잡힌 것이다. 격분한 유가족들은 부모를 범죄자 취급하는 불법 사찰이라며 항의했고, 결국 이날 밤 늦게 최동해 경기경찰청장이 유가족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최 청장은 "세월호 참사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을 뿐 불법 사찰은 아니었다"고 변명했고, 이를 보는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공권력 자체에 대해 일종의 환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출처: go발뉴스(2014/05/19) <경찰, 세월호 유가족 미행.. “명백한 민간인 사찰”>]

 

5월 20일 오전 - 시국선언 교사 색출 작업, 중징계 방침 통보

 

스승의 날이었던 지난 15일, 전국의 교사 1만5853명은 '세월호 참극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교사선언'을 발표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마련과 재발방지책을 요구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 직후, 일선학교에서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교사들에 대한 색출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각급 학교별로 학교장들이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린 교사들을 면담하고 본인여부 확인과 함께 중징계 방침을 통보했다고 한다.

[20일 경기도 고양시 소재 중학교의 한 교사 "오늘 아침 교장이 불러 시국선언 교사들의 명단과 공문을 보여주며 본인 여부를 일일이 확인했고 참여가 사실이면 감봉 이상의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5월 19일 오전 대국민담화 발표 직전 하루와 직후 하루의 타임라인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담화 직전에는 하루 동안(18일 오전~18일 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립싱크 알바를 동원했고, 자살한 노동자의 장례식장에 경찰을 투입해 시신을 탈취해 갔으며, 세월호 참사 애도를 위한 집회의 참가자들을 대규모로 강제 연행했다. 그리고 대국민담화 직후 하루 동안(19일 오후~20일 오전)에는 세월호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밝히며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진도로 향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미행했으며,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을 색출해 중징계 방침을 통보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다 알고 나서도 박근혜의 대국민담화가 진정성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순간적으로 잠깐 눈물을 보이는 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다. 정작 필요한 건,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으로서 비탄에 빠져 있는 국민들의 마음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더 이상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빌어먹을 정권은 5·18 기념식 조작으로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더렵혔으며, 자살한 노동자의 시신을 모욕했고, 시민들의 슬픔을 폭력으로 짓밟으며 철창에 가둬버렸다. 또한 불법 사찰로 세월호 유가족들까지 모독했으며, 교사들의 선의마저 처벌하려 한다.

 

이게 악어의 눈물이 아니면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이건 대국민 담화가 아니라 대국민 사기극이다. 조금이라도 국민의 아픔을 생각했다면, 절대 이런 짓들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 대통령이 귀국하고 곧 개각을 한다. 더이상 박근혜의 눈물에 속지 말고,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똑똑히 지켜보자. 자기 대선캠프 출신인 박효종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하고, 뉴라이트 성향의 권희영을 '한국학대학원 원장'에 임명하며(역사왜곡 의혹을 받은 교학사 교과서의 대표저자이기도 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무리한 수사에 관여한 우병우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내정하는 것과 같은 행위가 이번 개각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면, 이는 한마디로 '독재국가로의 회귀'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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