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을 상대로 또다시 시작된 폭력, 상식적 질문을 비상식적 상황이 집어삼키다.

 

최근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정몽준과 재선에 도전하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시장 간에, '천안함 침몰'과 관련된 과거 발언을 놓고 몇 차례 공방이 있었다. 겉으로 보면 양쪽이 구체적 발언을 문제로 삼은 듯이 보이지만, 사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결국 "천안함 침몰사건을 정말 북한의 소행으로 보느냐?"라는 근본적인 물음이 깔려 있다. 지금으로부터 딱 4년 전 발생한 사건이 (이때도 똑같이 2010년 6월 2일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였다)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쟁점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 또다시, 북한의 '무인기 도발' 이슈가 신문 지면을 온통 차지하고 있다. 며칠 전 이와 관련한 중간 조사결과 발표가 있었고, 몇몇 신문들을 보면 당장에라도 북한에서 보낸 무인기 때문에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것만 같다. 그런데 조금만 더 상황을 들여다 보면, 명색이 대한민국 국방부의 공식 발표인데 흔히 말하는 '결정적 증거'는 하나도 없고 그저 '정황 증거'밖에 없다. 일반인이 잠깐만 생각해 봐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점들 투성이인데, 우리의 국가정보원(한 국가의 최고정보기관으로서, 선거에 개입하고 간첩을 조작한 걸로 밝혀진 바로 그 국정원)과 국방부가 북한에서 보낸 거라고 하니까 그냥 그렇게 믿으란다.

 

하지만 국내 언론들의 떠들썩한 '무인기 마케팅'과는 달리, 외신에서는 '취미생활용 모형 비행기(Economist)' 또는 '장난감 가게에서 파는 원격 조종 무인기(CNN)'와 같은 표현을 쓰며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무인기 자체는 별로 대수롭지 않지만,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응이 더 관심을 끄는 것 같다. 한국 내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외국에서는 "소형 무인기 단 3대가 한국 사회에 불러일으킨 소란"이 더 흥미로운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과연 남한의 '북조선 마케팅'을 어떻게 생각할까? 2014년 6월 4일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4년 전 발생한 침몰사건이 한 서울시장 유력후보에 의해 '선거용'으로 십분 활용되고 있는 이런 현실에 대해서 말이다.

 

[사진자료: 노컷뉴스, 연합뉴스]

 

해군 함정이 침몰해 장병 수십 명이 사망했는데, 그 지휘관들은 진급했다?

 

국방부는 천안함 최종보고서에서 천안함 사망자들의 사인을 모두 '익사'로 추정하고 있다. 어떻게 배는 '폭침'이고, 그 안에 탄 사람들은 '익사'일 수가 있을까? (해난구조 인양 전문가 "폭발의 충격이 가장 큰 지점에서 발견된 시신의 사인이 익사라는 것은 스스로 폭발이 아니라는 것을 얘기하는 것")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조사 결과데,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불과 2년 전만 해도 천안함 침몰 당시 지휘관들은 대부분 군내 요직으로 '진급'했다. 2012년 3월에도 관련 글을 쓴 적이 있는데, 해군 장병 46명이 사망하고 함정이 침몰한 대참사와 관련해 軍 지휘관들이 그 책임을 지지 않은 것이다. 천안함 2주기(2012년 3월)를 기준으로 침몰 당시 주요 지휘관들의 보직 이동 결과는 다음과 같다.

 

- 당시 합참 작전부장: 소장(별 2개)에서 중장(별 3개)으로 진급, 6군단장으로 발령됨.
- 당시 국방부 정책기획관: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 8군단장으로 발령됨.
- 당시 합참 정보작전처장: 준장(별 1개)에서 소장(별 2개)으로 진급, 2함대 사령관으로 발령됨.
- 당시 3군사령부 작전처장, 전 해병대사령부 참모장: 준장에서 소장으로 진급함.
- 당시 해군 2함대사령관(소장): 해군작전사령부(해군의 작전을 총괄하는 최상급 부대) 부사령관으로 임명됨.

- 당시 해군 작전사령관(중장), 전 합참 작전본부장(중장): 동기 중에 총장이 배출되어 전역함.
- 당시 합참 전력기획본부장: 중장으로 전역한 뒤, 군 관련 요직이라는 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으로 임명됨.
- 당시 천안함장(중령): 해군본부에 근무하다 해군 교육사령부의 기준교리처장(해군의 해상작전과 훈련 교리교범 작성을 책임지는 자리)에 임명됨.

 

이들은 도대체 뭘 잘했다고 영전한 것일까? 만약 국방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천안함 사건은 북한 잠수정의 '1번 어뢰'를 맞고 폭침된 최악의 패전 기록이다. 수십 명의 장병이 죽었고, 다름 아닌 잠수함 경계가 주요 임무인 초계함 하나가 완전히 파괴됐다. 그렇다면 직업군인으로서 최소한 진급은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어떻게 하나같이 다들 승진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이들의 영전은 다큐멘터리 <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 중단 만큼이나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부터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 되었고, 의문투성이 사건의 관계자들이 나중에 보면 오히려 보상을 받는 경우도 많은 세상이 됐다. 이건 무엇에 대한 보상일까?

 

 

천안함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결정적 증거도 없이 폭주하는 軍과 일부 언론

 

4년 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천안함 폭침에 의문을 제기했고, 지금도 이것이 북한 소행이라는 걸 믿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워낙 다양한 측면에서 여러 가지 의혹들이 있었기에 여기서 다 다룰 수는 없지만, 어쨌든 전문가들은 전문가대로 또 일반인들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얼마든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얘기가 나오면, 정부에서는 자신들의 조사자료에 근거해서 그에 맞는 설명을 해야 된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렇게 소통을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 사실, 천안함 4주기가 된 현재까지도 이런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거의 없다.

 

[2014년 4월 11일 연합뉴스 보도]

 

2010년 지방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2014년에도 '북한 소행'이라는 헤드라인이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4년 전에는 바다였고 이번에는 하늘이라는 것만 다를 뿐, 초반에는 눈치를 보는 듯하다가 갑자기 어느 시점에서 국방부가 직접 북한을 지목하기 시작하고, 심지어 일부 언론은 아직 결정적 증거도 나오지 않았는데 마치 확정된 사실인냥 보도하기에 이른다. 무인기에 관한 한 전문가에 가까운 'RC(Remote Control, 무선조종)' 동호인들이 "기체 무게와 엔진·연료 등을 감안했을 때, 그렇게 긴 거리를 왕복할 수는 없다"고 말하고, 천안함의 '1번'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날자' 역시 북한 서체가 아니라고 야당 의원이 말해도, 국방부와 일부 언론은 합리적인 설명을 내놓지는 않고 그저 무인기의 GPS 좌표 분석에 2주~1개월이 걸릴 거라는 말만 하고 있다.

 

아마도 천안함 조사결과처럼, 무인기 분석결과도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발표될 것이다. 선거의 승패에 무척 중요한 서울과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과 강원도 지역의 후보들은 유세 기간 내내 이 문제와 맞닥뜨려야 할 테고, "천안함 침몰사건을 정말 북한의 소행으로 보느냐?"라는 질문과 똑같이 "무인기를 정말 북한의 소행으로 보느냐?"라는 얘기가 후보들 간에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언론들은 유력 후보의 관련 발언을 대서특필할 게 뻔하고, 어떤 후보들은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마치 폭주기관차처럼 무조건 북한 소행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앞에서, 합리적인 의심과 상식적 질문은 갈 길을 잃고 말 것이다. 다들 똑똑히 보지 않았는가? 천안함 사건 이후 4년 동안 얼마나 폭력적인 흑백논리가 한국을 지배했는지를..

아무도 믿지 않지만, 모두가 그렇다고 말해야 하는 사회

 

천안함을 북한이 침몰시키고, 무인기를 북한이 보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 증거가 없고 북한이 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천안함 프로젝트>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천안함 사건을 북한이 일으키지 않았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영화가 아니다. 그저 이런 저런 의문점들이 있고 정부 조사에 비합리적인 부분이 있는데,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정부가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는 걸 지적한 영화다. 그런데도 이 다큐멘터리는 개봉에 어려움을 겪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극히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상영이 중단됐다. 우리도 머리가 있는데, 그저 한국에 산다는 이유로 국방부의 발표와 일부 언론의 보도를 맹종해야만 하는 것인가?

 

지금 무인기 사건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국정원과 국방부가 관련 정보를 모두 장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일부 언론은 벌써부터 북한 무인기로 확실시 된다는 보도를 버젓이 1면에 내보내고 있으며, 외국 전문가는 "장난감 가게에서 살 수 있는 원격조정 비행기와 매우 비슷하게 만들어졌으며 그저 군대 버전의 장난감 원격조정 비행기일 뿐(CNN 인용)"이라고까지 말하는 상황에서도 한국 관계자들은 생화학무기나 핵탄두까지 들먹이면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도대체 지금이 2014년이 맞기는 한가? 인터넷으로 몇십 만 원만 지불하면 아무나 드론을 구입할 수 있고, 구글에 접속만 해도 무인기가 찍은 사진보다 훨씬 더 화질이 좋은 이미지를 찾을 수 있는 시대에, 과연 이렇게 몇십 년 전에나 사용했을 법한 구닥다리 무인기에 이토록 난리법석을 피울 필요가 있느냐 이 말이다.

 

이런 어이없는 일이 반복되는 건, 천안함 사건의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도 크지 않을까 싶다.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정부의 발표를 완전히 신뢰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선거를 앞둔 북조선 마케팅 앞에서 그 누구도 이 문제를 전면적으로 공론화하기 힘든 사회이다 보니, 수많은 의문점에도 불구하고 이건 그냥 북한 소행으로 정해져 있다. 아무리 봐도 이상한 상황인데,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그래서 아무도 믿지 않지만 모두가 그렇다고 말해야 하고, 천안함 사건의 진상규명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천안함 당시 지휘관들은 대부분 진급했고, 이는 굉장히 안 좋은 선례로 남았다. 어쩌면 지금 무인기 사건의 군 관계자들도 천안함 지휘관들을 떠올리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번에 무인기도 천안함처럼 얼렁뚱땅 넘어가면, 다음에 또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말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바보짓을 계속해야 하나..

 

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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