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작 전 광고, 우리는 왜 약속된 시간에 영화가 아닌 광고를 봐야만 하는가?

 

한국 사람들은 2013년 한 해 동안 평균적으로 1인당 4편이 넘는 영화를 봤다고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간 영화관람 횟수이며(할리우드가 있는 미국보다 더 자주 극장에 간다), 지난해 총 영화관람객은 최초로 2억 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의 흥행을 전체 영화시장 흥행의 바로미터로 보는 경우도 있고, 다른 나라 영화인데도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단다. 그만큼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는 아주 보편적인 문화·여가 활동이라는 뜻이며, 유아나 노약자를 빼면 다수의 한국인들이 보통 1~2개월에 한 번씩은 극장에 가는 셈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기 위해서 관람료를 지불하고 시간 맞춰 상영관 안에 들어가도, 우리는 정해진 시간에 곧바로 영화를 볼 수가 없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약 10분 정도는 상업광고를 봐야만 하는 것이다(티켓에 표시된 시간이 7시라면, 한 7시 10분부터 본 영화가 시작된다). 도대체 왜 우리는 돈을 내고도 정각부터 시작하는 영화를 볼 수 없을까? '영화' 관람료를 낸 것이지 '상업광고' 관람료를 낸 게 아닌데 말이다. 정해진 시간에 시작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 돈을 지불했지만, 극장들은 그 시간에 맞춰서 영화를 시작하지도 않고 원치 않는 광고까지 보여준다. 이건 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이미지 출처: 2014년 3월 17일 소비자TV '영화 시작 전 광고시간' 갈무리]

 

오죽하면, 제19대 국회에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900305)'까지 발의하여 이 문제를 고치려고 했다. 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딱 이거다. "영화상영시간을 명확히 규정하고, 영화상영시간에는 광고상영을 제한한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이 법안은 2012년 중반에 발의됐다가 그저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 단계에서 멈춰섰고, 2014년 현재도 우리는 제시간에 시작하는 영화 대신에 매번 10분씩 상업광고를 보고 있다. 그리고 이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극장 측에서는 '에티켓 타임'이니 '코리안 타임'이니 하면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우리는 왜 극장에서 돈을 내고 광고를 봐야 할까?

 

티켓 판매와는 달리 광고 판매는 전액 영화관 수입

 

한국에 존재하는 전체스크린 중 약 90% 정도는 재벌 대기업의 멀티플렉스 극장체인(CJ CGV · 롯데시네마 · 메가박스)이 장악하고 있다. 작년에 한창 논란이 됐던 '스크린 독과점' 사태에서도 봤듯이, 이 영화관들이 어떤 영화를 몇 개의 스크린에서 얼마나 길게 상영하느냐에 따라 영화 흥행의 성패가 결정될 정도로 요즘 한국 영화시장의 독과점은 무척 심각한 상황이다.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관객의 영화 선택권 제한은 물론(극장이 그렇게 많은데도 보고 싶은 영화를 원하는 시간에 보기가 쉽지 않다), 영화관람료 인상에서도 '담합' 의혹을 받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 CGV가 티켓 가격을 1000원 올렸고, 곧이어서 바로 어제부터 롯데시네마 역시 영화관람료를 인상했다. 만약 업체들이 가격 인상 전 공모했다면 담합에 해당한다]

 

[이미지 출처: 2014년 3월 5일 YTN뉴스 갈무리]

 

그리고 바로 이런 멀티플렉스에 영화 시작 전 약 10분 내외의 상업광고 시간이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극장의 '티켓 판매' 매출액은 배급사와 영화관이 나눠가지는 반면, '광고 판매' 매출액은 전액 영화관 수입이라는 점이다. 결국 독과점 멀티플렉스는 원가의 몇 배가 넘게 폭리를 취하는 팝콘과 음료수 가격도 모자라, 영화 시작 시간에 관객들로 하여금 상업광고를 보게 함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전체 매출액 중 10% 정도가 광고 판매 매출이라고 한다). 대형 극장체인에서는 영화가 끝나자마자 엔딩 크레딧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곧장 불이 켜지고 직원들이 들어와서 좌석 정리를 해버린다. 그만큼 관객들을 급하게 몰아붙이면서도 정작 본 영화는 10분 늦게 시작하는데,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영화 시작 전 광고에 대한 멀티플렉스의 비상식적인 변명

 

관객들이 극장에서 돈을 내고 광고를 봐야 하는 상황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언론에서 관련 보도를 내보내며 국회에서 개정안까지 발의했지만, 대기업 극장 체인은 고작 아래와 같은 변명만 늘어놓을 뿐이다. 

 

"고객이 늦게 입장하게 되는 다양한 상황들을 감안하여 약 10분의 에티켓 타임을 도입"

"상업 광고 뿐 아니라 비상시 대피로 안내나 영화 관람 시 휴대폰을 진동으로 바꾸게 하는 등 관람 예절에 대해서도 안내"

"기존 착석 관객들의 관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된 시간"

 

멀티플렉스 측에서는 영화를 약속된 시간에 시작하지 않고 10분 늦게 시작하는 이유가, 고객들이 늦게 입장해서란다. 영화 시작 시각 기준 평균 70%의 관객이 입장하기 때문이라는 건데(일명 '코리안 타임'), 이런 핑계는 한마디로 "늦게 오는 30%의 관객을 위해 시간을 지킨 70%의 관객이 기다려라"는 말이다. 상식적으로, 약속을 지킨 사람이 손해를 보는 시스템이 과연 정상적인 걸까? 오히려 시작 시간을 철저하게 준수해서, 늦는 30%가 점차 줄어들도록 만드는 게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에 더 나은 방향 아닌가? 이렇게 이상한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이제는 관객들도 영화가 10분 뒤에 시작하는 게 마치 당연한 것인냥 착각한다. 그동안 제시간에 도착한 사람들은 원하지도 않은 상업광고를 줄창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멀티플렉스에서 영화를 자주 보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비상시 대피로·휴대폰 진동 안내나 영화 예고편 등에 소요되는 시간은 채 2~3분이 안 된다. 영화 시작 전 전체 광고 시간이 10~15분인 걸 감안하면, 불과 5분의 1 정도에 그치는 것이다.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은 일반 상업광고이고, 관객들은 어두운 상영관 안에서 어쩔 수 없이 계속 광고를 봐야만 한다. 그렇다면 극장들은 도대체 왜 영화 시작 시간을 7시 10분이라고 안내하지 않고 굳이 7시라고 예매시스템에 올려놓을까? 그 이유는 바로 영화 시작 직전의 광고비가 더 비싸기 때문이다(극장 관계자 "광고주들은 관객들이 자리에 앉아 있는 영화 시작 시각 이후에 광고를 내려고 하기 때문에 이 시간대 광고는 더 비싸다").

 

상식적으로, 광고에 노출되는 인원이 70%일 때보다 그래도 100%에 가까울 때 광고비가 더 비싼 건 당연하다. 그래서 멀티플렉스는 영화 시작 시간을 7시라고 해놓고, 해당 시간이 되면 상업광고를 계속 틀면서 그 사이사이에 영화예고편과 비상시 대피로·휴대폰 진동 안내 등을 끼워넣는 것이다. 보통 5개 중에 4개 이상은 다 상업광고면서, 말로는 '에티켓 타임'이라는 변명을 한다. 실제로는 더 많은 광고비를 받기 위해서 영화 시작 시간 이후에 광고를 내보내면서 말이다.

[그래서 2013년에 한 사법연수생이 "우리가 돈을 주고 영화표를 산 건 광고가 아니라 영화를 보기 위한 계약인데 반 강제로 광고를 보게 하는 건 계약위반이며, 원하지 않은 광고를 본 10분 동안의 정신적·시간적 피해 배상금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하기도 했다]

 

[자료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문화 향유권 강화를 통한 지역문화 활성화 방안 연구> 2012. 12]

 

정확한 영화 상영시간을 명시하고, 상업광고와 에티켓 타임을 구분해야

 

영화 시작 전 상업광고에 대해 얘기를 하면, 일부에서는 편리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 또는 영화관람료 인상을 막는 도구 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스크린 독과점과 관람료 인상 담합 의혹은 물론이고(이제 영화 한 편 보려면 10000원이다), 그외 소위 말하는 '서비스'도 한국 극장 체인들은 그다지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예로 2012년 말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영화문화 향유권 강화를 통한 지역문화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전체 230개 시군구 중 무려 절반에 가까운 109개의 지역에 극장이 없는 걸로 나온다. 전국에 멀티플렉스만 해도 280여 곳이 영업 중이라는데, 그만큼 고른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접근성' 면에서 굉장히 편중되어 있는 셈이다.

 

그리고 장애인 복지의 측면에서도 여타 문화시설이 장애인 할인을 온라인 예매에서 적용하고 있는 반면에,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극장에서는 온라인 예매에서 장애인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 영화는 온라인 예매가 대세인데, 도대체 장애인들은 인기 있는 영화를 어떻게 보라는 말인가. 장애인이 아닌 대다수 관객들이 영화 시작 시간 이후에 상업광고까지 보면서 멀티플렉스의 매출액을 올려주는데, 극장은 장애인이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온라인 예매 시스템조차 갖추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편리한 서비스를 운운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관람료가 딱히 싼 편도 아니고, 관객의 영화 선택권을 특별히 존중해주는 것도 아니면서..

[영화관 위생문제(세균, 미세먼지, 의자진드기 등등)까지는 여기서 논하지 않겠다]

 

영화 시작 전 상업광고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단, 영화 상영시간을 정확하게 명시해야 한다('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서도 영화 광고 및 예고편 상영시간을 제외한 본 영화 상영시간을 분명하게 신고하도록 했다). 그저 비싼 값에 광고를 팔기 위해 시작 시간을 10분 전으로 공지하는 꼼수를 더이상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비상시 대피로나 휴대폰 진동 안내 등의 에티켓 타임과 일반 상업광고를 확실히 구분해서(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둘 사이에 예고편을 넣는 게 어떨까 싶다), 제시간에 입장한 관객이 원하지 않는 광고를 보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본 영화 시간에는 에티켓 안내 외에는 상업광고가 아예 상영되지 않게 하고, 일반 관객들도 영화 시작 시간을 꼭 지키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다들 1~2개월에 한 번씩은 극장에 가는데, 언제까지 늦게오는 사람들을 시간 맞춰 온 사람들이 기다려야 하는가? 일반적으로 상영시간 10분 전에 입장할 수 있으니, 상업광고와 예고편도 보는 이들은 이때 미리 입장하면 될 일이다. 예전 단관시절의 극장들은 원래 이런 식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지금도 시네마테크들은 상영시간 이후에 상업광고를 내보내지 않는데, 재벌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극장체인이 이렇게 못한다는 건 도무지 말이 안 된다. 애초에 정확한 본 영화 상영시간을 공지하고, 우리 모두 그걸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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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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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쓴이입니다 2014.03.22 13: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를 볼 돈을 내고 왜 광고를 봐야하는지..

  2. 넛메그 2014.03.23 17: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을 논리적으로 잘 정리해주셨네요.
    부랴부랴 시간 맞춰 가도 한 십여분을 광고만 보고 기다리는 건 이제 다반사죠뭐.
    심지어는 같은 광고가 반복되어 나오기도 하고...

    멀티플렉스만큼 폭리를 취하는 곳이 또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음료수와 팝콘값에 광고료에.....

  3. 이즈 2014.03.24 13: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관에 가는 것도 쉽지가 않지만, 사실 영화관은 영화 수익을 제외한 팝콘이나 음료수, 오징어 같은 부가수익도 상당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 그냥 맨입으로는 잘 안보죠. 광고 내용을 보느라 진이 빠진적이 한 두번은 아닙니다.

  4. 주둥이담으삼 2017.11.27 23: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개돼지들은 알면서도 말안하고 또 그러면서도 영화보러 감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