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젊은이들의 미래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 30대 중반 사회운동가의 자살.

 

박은지. 그녀는 1979년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학 졸업 후 한 중학교의 계약직 교사로 일했지만, 임신했다는 이유로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야 했다. 결국 생활을 위해서 학원 강사로 일하지만, 입시위주 교육에 괴리감을 느꼈. 많은 고민 끝에 진보정당 공채에 지원했고, 군소정당의 언론국장 활동을 하게 된다. 이후 그녀는 노동당 대변인과 부대표를 겸직하다가 몇 달 전부터 우울감을 느껴왔고, 지난 1월 대변인직은 사임했다. 그리고 2014년 3월 8일 새벽,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30대 중반이었던 노동당 박은지 부대표의 자살은 우리 사회 젊은이들의 미래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물론 이전에도 청년 운동가가 자신의 목숨을 던져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경우는 있었다. 흔히 말하는 민주화운동 시절에도 있었고, 슬프지만 요즘도 그렇다. 하지만 이런 경우들은 자살의 이유가 비교적 명확한 반면(대체로 특정한 시국사건과 관련이 있다), 박은지의 자살은 그렇지 않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그저 또래 젊은이들의 무수한 죽음과 비슷하다. 상당 기간 지속된 우울증 이후 갑작스러운 자살. 요즘 수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이렇게 죽어간다.

 

[이미지 출처: 레디앙]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가장 높은 '일 중독 국가'에서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기

 

지난 3월 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3년 고용전망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토대로 작성된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25.1%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고, '워킹푸어(일해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저임금 노동자)' 10명 중 7명은 저임금 수렁에서 계속 빠져나오지 못하는 '반복 저임금 노동자(근로소득이 중간값의 3분의2 미만인 근로자)'였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노동자 4명 중에 1명은 일을 아무리 해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저임금 근로자의 75.3%가 6년 이상 저임금 근로자]

 

그리고 한국의 최저임금은 OECD가 권고하는 최저임금 기준인 '평균임금 대비 50%'에 크게 못 미치고(작년 최저임금은 5210원인데, 평균임금 대비 50%를 달성하려면 5910원이 되어야 했), 노동자들의 전체적인 임금 수준도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낮다. 게다가 해외에서는 한국을 '일 중독 국가'라고 부를 정도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과로공화국'이다. 2012년 기준으로 연간 노동시간이 2092시간인데, 이는 OECD 평균인 1705시간보다 무려 400시간 가까이 더 일하는 셈이다(주간 평균 노동시간은 42시간으로, OECD 회원국 평균보다 8시간 정도 더 많이 일한다).

 

[좌: 2014년 1월 15일 문화일보 보도, 우: 2013년 12월 10일 한겨레 보도]

 

자, 우리의 현실을 직시해보자.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노동시간이 긴 편에 속하는 나라지만,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별로 높지 않은 곳이다. 쉽게 말해, 남들보다 오랜 시간 일을 하면서도 그렇게 길게 일하는 만큼의 돈은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또한 정규직과 똑같이 일을 하고도 정규직의 절반 정도밖에 임금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비율이 OECD 국가들 가운데서 가장 높은 축에 드는 반면, 이를 상쇄시킬 수 있는 복지제도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무척이나 취약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정부 전체 지출 중 사회보장비 지출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가장 적다).

 

그럼, 이런 나라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삶은 어떨까? 2013년 12월 한국은행의 발표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 청년층의 고용률은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인 50.9%를 크게 밑돌았고, 고용률로만 따지면 IMF 외환위기 때만큼 나빠졌다고 한다. 위 도표에서 보듯이, 전체 고용률보다 청년층 고용률이 훨씬 더 낮고,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들도 단 몇 년 사이에 크게 늘어났다. 설사 취업을 하더라도 젊은이 3명 중에 1명은 비정규직이고, 그들 다수는 저임금 노동자 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아마 이들 중 상당수는 아무리 계속 일한다고 해도 평생 빈곤을 벗어나기 힘들 텐데, 복지제도도 취약한 일 중독 국가에서 젊어서부터 비정규직으로 40~50년을 살아가야 하는 지금 청년들에게 과연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을까?

 

출산율은 가장 낮고 자살률은 가장 높은 나라에서 평생 혼자 살아가기

 

올해 2월 27일 발표된 통계청의 출생 통계를 보면, 2013년의 출생아 수는 전년에 비해 9.9%나 감소하며 조출생률(인구 천 명당 출생아 수)이 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그리고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겨우 1.19명에 불과해,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13년 내리 1.3명 미만을 기록했다. 또 지난 3월 6일 발표된 통계청의 사망원인 자료를 보면, 2012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고의적 자해 사망자(자살)는 28.1명으로 OECD 회원국 중 부동의 1위를 고수했다(약 10년 동안 연속 1위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이고,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20년 사이에 무려 3배나 늘었다.

 

[상: 2012년 9월 13일 파이낸셜뉴스 보도, 하: 2013년 5월 2일 아시아경제 보도]

 

특히 우리가 여기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10~39세의 사망원인 1위가 바로 자살이라는 사실이다(40대 이상의 사망원인 1위는 암). 그러니 단순하게 말해서, 우리 사회는 40세를 기준으로 그 이하는 자살로 죽고 그 이상은 암으로 가장 많이 죽는 것이다. 그리고 출산율과 관련해서는, 한국인구학회의 2012년 자료를 보면 30~34세의 흔히 말하는 결혼적령기 남성 2명 중에 1명이 미혼이고 여성은 3명 중에 1명이 미혼이다. 게다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20대 초반을 기준으로 '평생 미혼' 전망치가 남성은 23.8%이고 여성은 18.9%에 달한다. 결국 지금 젊은이들은 4~5명 중에 1명이 평생 미혼일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 역시 무척 높은 셈이다.

 

그러면 비슷한 시기, 한국과 상황이 가장 유사하다고 여겨지는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부동산 문제뿐만 아니라 '건어물녀'나 '초식남'의 사례에서 보듯이, 그래도 일본의 사회상이 한국과 비교하기에 가장 비슷한 편이다) 일본의 경우 출산율은 우리나라처럼 2005년까지 계속 하락하다가 그 이후에는 조금씩 상승해서 2012년에는 1.41명까지 회복됐다. 또한 한국이 2000~2010년 사이 자살 사망률이 무려 101.8% 증가한 데 반해, 일본은 같은 기간 자살 사망률이 오히려 4.9% 감소했다. 한마디로, 최근 10여 년 동안 일본은 한국보다 출산율은 올라갔고 자살률은 내려갔다는 말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이웃나라 일본보다도 훨씬 더 안 좋은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30년 뒤, 암울한 한국 청년들의 미래

 

다들 알다시피, 한반도의 기후는 차츰 아열대성으로 변하고 있다. 한국은 이제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짐으로써, 겨울에는 눈이나 얼음이 사라지고 여름에는 지독한 더위가 일상화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여름 내내 국지성 호우가 집중됨으로 인하여 사람들은 저지대보다는 고지대를 선호하게 될 테고, 야외활동의 급격한 위축과 함께 이상가뭄과 심각한 물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일단 한반도 지역이 아열대 기후가 되면 폭염과 전염병(매개곤충과 미생물)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고, 노인이나 사회적 약자들이 각종 질병에 자주 노출될 것이다. 비가 많이 와서 습도가 높고 기온도 높은 시기에는 당연히 각종 세균이 잘 번식할 텐데, 이게 일시적으로 잠깐 한두 번 벌어지는 일이라면 큰 문제가 안 될 수도 있겠지만 기후 자체가 변화하면서 꽤 긴 시간동안 빈번히 발생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20세기에는 동남아시아 여행을 할 때마다 항상 풍토병을 조심하라는 말을 했는데, 앞으로 30년 뒤에는 우리나라도 풍토병의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 특정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유행하는 질병이 풍토병이라면, 향후 아열대 기후가 될 한반도 역시 우기마다 유행하는 전염병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전체적인 기온이 올라가면서 짧아진 겨울에는 옛날처럼 굶어죽거나 얼어죽는 사람이 줄어들겠지만, 상대적으로 여름에는 유행병에 걸리거나 더워죽는 이들이 크게 늘어날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20~30대가 40~50대가 되는 2030년대에는 한국의 40대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 중 60%를 돌파하고, 기대수명은 남녀 모두 80세가 넘는다. 게다가 바로 이때가 되면 10가구 중 1가구가 독거노인이고, 현재의 저출산 결과로 인해 실제로 인구감소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2044년 4월의 어느 날 아열대 우기에 접어든 한반도, 지독한 더위와 모기 · 엄청난 폭우와 습기가 덮쳐온다.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가장 높은 '일 중독 국가'에서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아온 1979년생 독거노인은 장대비가 쏟아지는 한밤중에 혼자서 습기찬 단칸방에 누워,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그는 출산율은 가장 낮고 자살률은 가장 높은 나라에서 평생 혼자 살아왔으며, 근로인구는 급감하고 부양인구는 급증하는 상황에서 (경제활동인구 감소-->세수 감소와 사회보장비 증대-->재정수지 악화) 재정지원이 부실해진 공공보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혹시라도 이번 여름철 우기에 말라리아 모기에 물리기라도 한다면, 그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가난한 노인들 대부분은 풍토병의 공포에 벌벌 떨고 있으며, 암울한 하루하루를 희망 없이 보내고 있다.

 

2014년 3월의 어느 밤, 노동당 박은지 부대표를 절망에 빠뜨린 건 바로 이런 젊은이들의 비참한 미래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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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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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3.10 10: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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