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하는 독재 찬양과 신격화, 박근혜 정권이 최악의 집권세력인 이유.

 

북한은 독재국가다. 하지만 공식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朝鮮民主主義人民共和國,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고, 실제로는 조선노동당 1당 독재체제이지만 어쨌든 헌법에 따라 형식적으로라도 권력이 분립되어 있다. 북한에서 "독재를 해야 된다"라고 대놓고 말하는 걸 들어본 적 있는가? 아마 없었던 것 같다. 북한의 권력층 내부에서는 그런 얘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독재'라는 말을 함부로 입 밖에 내지는 않는 듯하다. 아무리 명실상부한 독재국가라고 한들, 자기들 스스로 독재라고 부를 생각은 없는 것이다.

 

그럼 중국이나 러시아는 어떤가? 이 두 나라에서도 대놓고 "독재를 해야 된다"라고 말하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예전에 스탈린도 있었고 마오쩌둥도 있었지만, 아무튼 자신들이 독재국가로 불리는 건 절대 원치 않을 것이다. 그외 나라들도 "독재를 해야 된다" 따위의 정신 나간 소리는 당연히 하지 않을 테고, 웬만한 국가에서는 이런 말을 대놓고 한다는 건 정말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 아닐까 싶다. 실상이 어떻든지 간에, 독재라는 말은 그 자체가 극히 부정적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 추모 예배 "한국은 독재를 해야 돼"

 

그런데, 2013년의 대한민국에서는 대놓고 "독재를 해야 돼"라고 말한다. 어디 비밀회합이나 가족들끼리 밥 먹는 자리가 아니라, 공개된 교회의 예배 시간에 목사라는 사람이 기자들 앞에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당당하게 얘기한다. 이게 과연 정상적인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일까? 설사 진짜 독재를 하자는 말이 아니라 그저 레토릭일 뿐일지라도, 이렇게 함부로 독재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있다는 것부터가 너무나 경악스럽다. 어떻게 보면 이건 꽤 상징적인 사건인데, 이 발언은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나들목교회에서 열린 '제1회 박정희 대통령 추모 예배'에서 나온 것이다.

 

[이미지 출처: 미디어몽구(@mediamongu) 촬영 영상 갈무리]

 

평생 친일과 독재를 일삼다가 부하한테 총 맞아 죽은 지 30년도 더 된 사람을 위해 '제1회' 추모 예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참 어처구니 없지만, 이런 근본적인 문제 외에도 우리가 이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점들은 몇 가지가 더 있다. 우선, 이미지를 보면 알겠지만 보통 십자가가 있는 자리에 박정희 초상화가 걸려 있다. 다른 곳도 아니고 '교회'에서 어떻게 이런 짓을 벌일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건 말 그대로 '우상숭배' 아닌가?

 

 

이뿐만이 아니다. 박정희의 새마을운동을 성경 구절에 빗대어 성찬하고, 찬송가를 불러야 할 때 박정희가 만든 노래를 부른다. 북한에도 교회가 있다는데 북한 교회조차 김일성 초상화를 걸어 놓고, 김일성의 정책을 얘기하며, 김일성의 노래를 부르면서 예배를 보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나라 개신교인들이 이 장면을 보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할까?

 

 

목사라는 인간들이 앞장서서 우상숭배를 하는 이 현장, 진정한 교인이라면 박정희 추모 예배에 진심으로 분노해야 하는 것 아닐까? 대한민국에서 개신교를 믿는다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일에 과연 어떻게 대처하는지 우리 함께 지켜보자. 이런 치명적인 잘못에도 아무런 비판을 하지 않고 그저 침묵한다면, '개독'이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그리고 문제의 발언, "한국은 독재를 해야 돼. 정말이야 독재 해야 돼." 만약 미국의 목사 하나가 교회 안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런 말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미국 교인들이 가만히 있었을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미국 교회뿐만 아니라 그 즉시 사회 전체가 발칵 뒤집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그냥 고개만 끄덕인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제34기 박정희 추도식 "아버지 대통령 각하"

 

10월 26일 오전 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가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생가에서 연 '박정희 대통령 제34기 추도식',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경북 구미시갑)은 추도사에서 "아버지 대통령 각하"라고 운을 뗀 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34년이 됐다. 아버지의 딸이 이 나라 대통령이 됐다"고 말했단다. '아버지 대통령 각하'와 '아버지의 딸'이 묘하게 공명을 일으켜, 마치 세습의 '자연스러움'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 심학봉은 공직선거법위반으로 당선 무효형인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아 대법원 상고심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사진 자료: AP/뉴시스, 뉴스1]

 

'메이지 유신'과 군국주의 등 박정희가 모방한 일본 정치는 독특한 정치 환경을 가지고 있다. 작년 12월에 치러진 일본의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입후보자 가운데 30% 정도가 지역구를 친족으로부터 물려받은 세습 후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는데, 일본 정치는 특이하게도 세습 정치가 오랜 관행으로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이런 세습을 일본 정치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목하기도 하는데, 어쨌든 경제적으로 선진국인 일본은 정치 세습만 보면 영락없는 후진국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A급 전범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손자인 '아베 신조' 역시 일본 세습정치인의 대표주자다]

 

[사진 자료: 로이터, 중앙뉴스]

 

그렇지만 이런 일본도 정치인을 대놓고 '신격화' 하지는 않는다. 전세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긴 해도, 오래 전에 죽은 사람을 탄신제니 추도식이니 하면서 세금까지 들여 가며 의도적으로 축제 분위기를 만들고 억지로 신격화한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대한민국 곳곳에서는 요즘도 수백 억씩 들여서 박정희 기념공원을 만들고, 매년 추도식과 탄신제를 한다고 수천 만 원의 혈세가 투입된다. 게다가 전국에 박정희 동상까지 세워지고 있으며, 2015년까지 '새마을운동테마공원'을 조성하는 등 오로지 박정희 신격화를 위해 전체적으로 수천 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고 있는 것이다.

 

 

정상국가 대한민국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할지도 모른다. 독재를 찬양한 건 교회 쪽이고 신격화를 한 것도 지방정부 쪽인데, 왜 박근혜 정권을 욕하냐고.. 과연 그럴까? 이와 유사한 두 가지 예를 들어보자. 교학사 역사 교과서 논란에서 보듯이 직접 교과서를 집필한 건 뉴라이트 성향의 '한국현대사학회' 쪽지만, 교과서 편찬 책임이 있는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수장 임명(박근혜는 얼마 전에 국사편찬위원장으로 뉴라이트 출신의 유영익을 내정했다) 등을 통해 청와대가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지난 6월 문제가 불거진 서울 중구의 '박정희 기념공원 조성 사업' 역시 직접 계획을 추진한 건 중구청 쪽이지만, 전체 예산 중에서 구 예산은 고작 2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충당할 예정이었다(시 예산 30%+국가 예산 50%). 서울시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어떠한 '교감'도 없이 이런 사업을 구청이 단독으로 추진한다는 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자, '제1회 박정희 대통령 추모 예배'를 수행한 개신교 집단과 뉴라이트 성향의 한국현대사학회 그리고 매년 세금으로 박정희 탄신제와 추모식을 거행하는 구미시(또는 앞다퉈 박정희 동상을 건립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예산으로 서울 한복판에 '박정희 기념공원'을 조성하려는 중구청.. 결국 모두 비슷한 거 아닌가? 목적 자체도 다 친일·독재 미화와 신격화인데, 그 수단만 종교 · 역사 · 토목 등으로 나눠질 뿐이다.

 

만약 박근혜 정권이 집권하지 않았다면, 대놓고 이렇게 어이없는 일들이 마구잡이로 발생할 수 있었을까? 물론 이전에 이명박 정권 5년이 있긴 했지만, 박근혜 정권은 이제 겨우 8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벌써부터 역사를 건드리고 있으며 개신교는 아예 회복 불능일 정도로 타락했다. 우리는 향후 4년을 도대체 어떻게 버텨야 하나? 대놓고 독재 찬양과 신격화가 벌어지고 있는 나라, 대한민국은 이제 '비정상국가'인 셈이다. 민주화 이후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정상국가'는 지금 존재하지 않는다. 이게 바로 박근혜 정권이 최악의 집권 세력인 이유다.

 

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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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웃한의사 2013.10.28 09: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쓴웃음이 나옵니다.
    설마설마 했던 일들이 이제 아주 대놓고 시작되네요
    신격화라도 하겠다는건지..ㅎㅎ
    요즘에 티비에도 아주 자주 출연하시더라구요

  2. 2013.10.28 11: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었습니다. 후..... 굉장히 짜증나는 현실이네요. 저 모습이 그렇게들 욕하는 북한 독재정권과 다른게 뭔지....

  3. 이즈 2013.10.28 15: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http://kcm.co.kr/bible/kor/rev13.html

    요한계시록 13장의 두 짐승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첫번째 나온 짐승은 절대 권력자요. 둘째 나온 짐승은 타락한 종교 지도자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타락한 두 집단이 권력을 행사할 때 진정한 종말이 온다고 성경는 경고하고 있습니다.

    카톨릭과 동방정교의 타락 뒤에 그것을 고치기 위해서 나타난 개신교. 우리나라의 개신교는 고려시대 불교 이상으로 타락을 하고 있습니다. 이 암울한 세대를 사는 사람으로써 답답함을 금할 길이 없네요.

  4. sephia 2013.10.30 13: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게 남한인지, 북한인지... 혀가 내둘러집니다.

  5. jsLee 2018.03.04 15: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몰랐던 일인데...
    정말 엉터리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군요.

    나들목 교회에서 일어난 이 일들을 잘 기억하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