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끝이 아니라 긴 싸움의 시작, 박근혜 정권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이 필수적.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은, 최근 이명박과 전두환에 관련된 일련의 조사는 어쨌든 정당한 직무집행이라는 것이다. 많이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고, 이번만이라도 좀 제대로 수사하길 바란다. 그렇지만 이것 자체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우리가 꼭 명심하고 넘어가야 할 점들이 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그걸 좀 정리해 보려고 한다.

 

도대체 지난 2012년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개입 사건이 그 어떤 무시무시한 내막을 갖고 있길래, 박근혜 정권이 이토록 빠른 시간에 신속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을까?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불과 5개월도 채 안 지난 시점에서(마치 50개월 같은 힘든 시간이었지만, 불행하게도 아직 4년 반이 더 남았다), 이 정권은 벌써 이명박 카드와 전두환 카드를 양손에 쥐고 마구 흔들고 있으니 말이다. 박근혜를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이른 시점 아닌가?

 

물론 취임 초기에 강력한 추진력을 갖고 각종 정책들을 펼쳐나가야 하는데 국정원 게이트가 발목을 잡고 있으니 어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그런다는 점에서는 일견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전광석화처럼 빠른 행동은 참 놀랍기까지 하다. 그리고 일의 순서도 사실 좀 뒤죽박죽이다. 전두환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기 전에, 박근혜가 전두환으로부터 받은 6억 원 문제를 먼저 처리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또 이명박의 (4대강 사업을 가장한) 한반도 대운하를 까기 전에, 최소한 그 예산을 통과시켜 준 새누리당과 친박 인사들의 문제는 먼저 털고 그 다음 단계를 진행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상식적으로, 양심적으로 말이다.

 

[이미지 출처: 팝아티스트 '이하' 작품 중 전두환, 박근혜, 이명박]

 

검찰, 국세청, 금융감독원이 총동원된 2013년 7월 16일

 

아무튼, 일단 방아쇠는 당겨진 걸로 보인다. 바로 어제 7월 16일, 검찰은 전두환의 연희동 자택을 비롯해 그와 관련된 장소 총 18곳을 검사와 수사관 등 무려 100여 명에 가까운 인원을 투입해 동시에 밀고 들어갔다. 금속탐지기와 무진동 특수차량까지 동원된 대대적인 압수수색이었고, 사상 처음으로 독재자 전두환이 쓰는 내실과 침실까지 수색했다. 집안 물건에 빨간색 압류딱지도 붙였으며, 고가의 미술품도 다수 확보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우선 수확은 나쁘지 않은 듯하고, 그동안 마치 성역처럼 경찰의 경호를 받던 연희동 자택을 직접적으로 타격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으로도 꽤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한편 검찰의 전두환 압수수색과 똑같은 날 약속이라도 한 듯이, 국세청도 예전부터 이명박 정권과 밀월관계를 누렸다는 의혹을 받아온 롯데그룹의 주력사이자 '실질적 지주회사'인 롯데쇼핑에 대해서 전격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시네마 등 롯데쇼핑 전체 4개 사업본부에 대한 동시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이며, 특별 세무조사를 한다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이 나선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금융감독원도 조세피난처를 통한 '역외탈세' 혐의자 184명에 대한 불법외환거래 조사에 착수한다는 걸 16일에 밝혔다고 하니(금감원이 조세피난처를 통한 외환거래법 위반 여부를 이렇게 대대적으로 조사하는 건 최초란다), 어찌 보면 2013년 7월 16일은 대한민국의 조세정의 확립에 기념비적인 날이라고 할 수도 있을 성싶다.

 

  

 전직 대통령 중 특히 건강한 두 사람, 전두환과 이명박의 후안무치 건강법 [클릭]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언론까지 총동원된 날

 

사실 바로 어제 대반전의 날에는 금융감독원, 국세청, 검찰 같은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그동안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거의 보도하지 않았던 언론들까지 총동원됐다. 이 얘기를 굳이 길게 서술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냥 아래 사진들을 보고 넘어가자.

 

[사진자료: 미디어오늘, go발뉴스]

 

첫 번째 사진: "연희동 전두환 자택앞 취재진들 중 오늘 1보를 날린 조선일보와 TV조선 취재차량" - 미디어오늘

두 번째 사진: "'촛불집회'서 사라진 언론, 연희동엔 대거 출현" - go발뉴스

세 번째 사진: "전두환 사저 앞, 급기야 국정홍보방송 ‘KTV’까지 등장" - go발뉴스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이나 세무조사보다 더 중요한 것

 

잠시 기억을 더듬어 삼성 비자금 수사를 떠올려 보자. 그때도 역시 국세청의 세무조사니 검찰의 압수수색이니 금융당국의 전면조사니 하면서, 어제처럼 떠들썩했었다. 언론도 '전격 압수수색', '대대적인 세무조사' 등의 온갖 표현을 동원해가며 속보를 터뜨렸고, 그래도 어느 정도는 처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결과적으로 삼성 비자금 수사는 이건희 일가의 차명재산에 면죄부를 주는 식으로 어처구니 없게 마무리됐다. 세무조사나 압수수색은 그냥 보여주기식 이벤트일 뿐, 실질적인 처벌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어제의 광란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진짜 주목해야 될 건 따로 있다.

 

어제 전두환 일가 압수수색을 통해 많은 미술품을 비롯해 다양한 재산들이 압류되었다고 하는데, 과연 이것을 사정당국이 부패 재산으로 제대로 밝혀내고 추징할 것인지가 정말 중요한 문제다. 괜히 국면전환용으로 썼다가 관심이 좀 사그라지면, 이건희 일가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흐지부지하다가 오히려 면죄부를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삼성 비자금 수사로 면죄부를 받은 차명재산은 어떻게 됐는가?

 

 

결국 이건희가 가져갔고, 이걸 또 CJ 이맹희와 삼성 이건희가 서로 자기 거라고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근본적으로 정당한 재산도 아닌데, 원래 자기 재산인냥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다. 독재자 전두환의 재산도 이런 식으로 면죄부를 받고, 나중에 전두환의 자식들이 재산다툼을 벌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 꼴을 한 번 봤으면 됐지, 또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전두환과 삼성 스페셜리스트 이상호 기자(@leesanghoC) 트윗 모음]

 

롯데그룹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나 역외탈세자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탈세조사도 그렇다. 언론 보도만 보고 잘 하겠지 생각하며 더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나중엔 진짜 아무것도 제대로 정리가 안 될 게 뻔하다. 언제나처럼 국가경제 기여가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롯데그룹은 분명히 빠져나갈 궁리를 할 테고, 정권은 못 이기는 척하며 봐줄 것이다.

 

롯데 계열사의 악질적인 '갑질'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고, 지난 4월에는 롯데백화점 파견직원이 매출압박으로 인해 투신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슈퍼갑' 재벌 대기업인 롯데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얼마 전의 롯데월드타워 공사현장 인명 사고도 건물 핵심기둥의 균열 문제와 함께 '안전불감증' 의혹을 강하게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처리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롯데쇼핑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최대 지분으로 장악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로서, 삼성그룹 이건희 일가의 에버랜드와 비슷한 존재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롯데쇼핑에서 물건을 사지 않고 삼성 에버랜드에 가서 돈을 쓰지 않는다면, 악덕기업인 삼성과 롯데를 소비자들이 직접 압박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되지 않을까? 그러니 검찰,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이런 국가기관을 그저 믿기만 하고 마냥 기다리는 바보 같은 짓은 그만 두자. 이제까지 그렇게 속고도 아직 미련이 남았나? 우리 스스로 자발적 불매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사실 걱정이에요. 통제 기관이 없잖아요. 언론은 알아서 기고 있고, 국가기관도 다 그렇잖아요.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이 대한민국에는 진짜로 소비자밖에 없어요 ... 삼성의 진짜 핵심은 금융이에요. 생명, 화재, 카드, 증권 등등. 100% 내수고 전부 조 단위 흑자를 내요. 그래서 삼성은 절대로 밖으로 못 옮겨요. 혹시 자영업자 있으면 카드 가맹점 철회하세요 ... 만약 삼성 카드가 조 단위 흑자를 내는데, 전부 카드를 안 써버린다, 가맹점 계약 철회한다, 바로 효과 오죠. 삼성화재 자동차 마켓 쉐어가 50% 이상의 마켓 쉐어죠. 조금 서비스가 불편하더라도 현대나 메리츠로 가면 효과가 오죠. 그 방법 빼놓고는 방법이 없어요. 손을 들게 하는 것 말고는.."
- 2010. 3. 25, 김용철 변호사와의 만남 중에서 (yes24 작가 강연회)

 

절대 끝이 아닌, 곧 본격화될 긴 싸움이 이제 시작된 것..

 

1997년 4월 대법원은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에게 군형법상 반란, 내란 혐의와 뇌물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으며, 노태우에게는 징역 17년과 2천 628억 원을 선고했고 전두환에게는 무기징역과 추징금 2천 205억 원을 선고했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났는데, 노태우는 추징율 90%가 넘는 반면 전두환은 겨우 24%(533억 원)에 불과하다. 과연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남아있는 1672억 원 추징을 위한 물꼬를 틀 수 있을까? 이건 사실 정권과 사정당국의 의지 문제다.

 

 

전재산 29만 원이라는 전두환이 항상 호화생활을 즐겼고, 별다른 재산이 없었던 전두환의 아들들이 지금은 완전히 재벌이 되어 있지 않은가? 그동안 재산은닉의 기회가 수없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어제 압수수색 단 한 번으로 이렇게 많은 성과가 있었다는 건, 그만큼 이제까지 전두환에 대한 추징 노력이 없었다는 걸 반증한다. 압류물을 통한 추징금 환수는 것을 부패 재산으로 입증해야만 가능한데, 사정당국이 이걸 입증하도록 만드는 건 결국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 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박근혜 대통령이 1979년에 전두환으로부터 받은 6억 원 문제. 박정희가 축적한 비자금을 그가 총에 맞아 죽은 후 실권을 장악한 전두환이 청와대 금고에서 발견했고(전체 9억 6천만 원 중에 6억 원을 줬다), 박근혜는 그 돈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받았다. 이것 역시 익히 알려져 있던 사실이고, 전두환이 재판 받을 때 법정에서 진술하기도 했다. 당시로서는 굉장히 어마어마한 금액이었을 이 돈은 어쩌면 박근혜가 현재 보유한 경제력에서 상당 부분 토대를 이뤘을 수도 있는데 이제까지 제대로 된 검증이 단 한 번도 없었고, 박근혜는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이정희 후보가 이 문제를 지적하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선된 뒤에는 아무런 말이 없다.

 

전두환 일가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도 했으니, 박근혜도 전두환으로부터 받은 돈에 대해 어떻게 정리를 할 생각인지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34년 전의 6억 원을 2013년에도 달랑 6억 원으로 때울 심산인지 몰라도, 이 부분 역시 우리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만 한다. 전두환과 관련된 싸움만 해도 이렇게 간단치 않은데, 이명박과 관련된 사안(하나같이 심각한 폭탄들이다)이나 역외탈세 혐의자 184명(이건 어느 한 정권의 문제라기보다 고질적인 병폐다)에 대한 조사까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둘 다 이제 겨우 판도라의 상자 뚜껑을 어떻게 열 수 있을지 확인했을 뿐이며, 아직 제대로 그 안을 들여다 보지도 않은 상태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 하나만 해도 제대로 수사하고 처벌하려면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릴 텐데, 이외에도 이명박 정권의 전횡은 여러 가지가 많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184명을 모두 조사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시일이 소요될지.. 박근혜 정권은 이제 4년 반 남았다. 이 시간 동안 우리가 박근혜 정권을 철저히 감시하고 지속적으로 압박하지 않는다면, 전두환과 이명박과 탈세범들은 '또다른 이건희'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러면 2013년 7월 16일의 광란은 그저 국면전환용 해프닝으로 끝날 뿐이며, 대한민국 국민들은 매번 똑같이 속는 바보로 공개 인증되는 셈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것은 절대 끝이 아니라 곧 본격화될 긴 싸움이 이제 시작된 것이다. 두 눈 제대로 뜨고, 정신 똑바로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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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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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포장지기 2013.07.17 09: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처럼 시원한 뉴스 접했네요...
    끝까지 마무리 잘 하기를 기대 해 봅니다..

  2. 늙은 호텔리어 몽돌 2013.07.17 10: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단한 물타기입니다.
    국정원 건의 파급이 엄청나긴 한 모양이네요.
    그동안 조사 다 해놓고 뒤로 숨겨두었던 곶감을 하나 둘 내 놓는군요. 종국엔 흐지부지 되겠지만...
    전두환이나 대기업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ㅋㅋ
    말씀대로 국민들 정신차리고 있어야 합니다. 국정원 건은 탄핵감입니다.

    • 아서정 Arthur Jung 2013.07.17 11: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박근혜 측이 국정원 게이트와 도대체 얼마나 관련이 있길래
      벌써부터 이렇게 필사적으로 나올까요?
      다른 나라 같았으면 바로 탄핵이죠~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3. sephia 2013.07.17 13: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현 정부... 물타기의 귀신이라니까요.

    이번에 국민들이 눈뜨고 지켜보면서 언제든지 사정없이 두들겨야 할 겁니다.

  4. 티스토리 운영자 2013.07.17 14: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TISTORY 입니다.


    티스토리 메인에서 '전두환'을 주제로 회원님의 글을 소개하였습니다.
    궁금하신 사항은 tistoryeditor@daum.net 메일을 통해 문의 주세요.
    앞으로도 재미있고 유익한 글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5. 머찐남 2013.08.11 21: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명박이나박근혜이전에대한민국을생각해주세요
    지금ㅡ임진왜란ㅡ당시ㅡ보다더한ㅡ상황입니다.
    이명박이니ㅡ김정은이니ㅡ보다ㅡ우리대한민국을봅시다

  6. 장대영 2015.02.17 22: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패아닌가요? 야당에 털렸다면 아웃됐을텐데 입장이 있으니 적당히 털고 끝내야 담야당이 종결된 사건을 안털지 안을까요? 왠지 같은패거리였는데 여론때문에 갑자기 치진 못하겠죠 여기까지만이 박대의 명분과 전통들의 내줄수있는것들 협의된듯

  7. 이젠모든것이~! 2017.11.06 23: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