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권영세, 김재원, 서병수, 이혜훈.. 대표적인 친박의 작품에 박근혜가 안 보인다?

 

한때 우리 나라 영화계에 조폭영화 붐이 일었던 적이 있다. 초반에는 꽤 흥행도 됐었고, 시리즈물로도 만들어졌으며, 몇몇 배우들이 단골로 출연하기도 했다. 주로 코미디와 접목된 형태가 많았고, 주요 인물에는 대부분 '시대착오적인' 촌스러운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그래야 스스로는 멋있다고 생각하고 폼을 잡지만 결국 시대와 동떨어진 우스꽝스런 인물로서 웃음을 주기가 쉽기 때문이다. 또 멍청한 보스를 향한 조폭들의 충성 경쟁과 어이없는 해프닝으로 정체가 탄로나는 에피소드도 코믹한 요소로 자주 사용됐다. 

 

이제 조폭영화는 유행이 다 지나갔는데, 갑자기 정치권에서 때아닌 조폭영화 한 편이 요즘 만들어지고 있다. 주요 출연진은 김무성(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캠프 총괄선대본부장, 현재 새누리당 부산영도구 국회의원), 권영세(박근혜캠프 종합상황실장, 현재 주중 한국대사), 김재원(박근혜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총괄간사, 현재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 서병수(대선 당시 새누리당 사무총장, 현재 새누리당 해운대구기장군갑 국회의원), 이혜훈(박근혜캠프 선거대책위 부위원장, 현재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이다. 이 정도면 캐스팅 하나는 상당히 막강한 편인데, 주요 배역이 다 알짜 '친박'으로 채워져 있다.

 

#1. 권영세 "우리가 집권하면 NLL(서해북방한계선) 대화록을 까자"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의 NLL 관련 발언.

 

[사진자료: 연합뉴스]

 

최근 공개된 남북정상회담 NLL 대화록(기밀 문서)이 이미 12월 19일 대선 이전에 무단으로 불법 유출됐고, 그것을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캠프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가 벌써 공유하고 있었다는 걸 증명하는 녹취록을 박범계 의원이 공개했다.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배후'로 권영세를 지목한 바 있는데,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권영세 당시 상황실장의 공작정치로 인한 관권선거 의혹의 중요한 퍼즐 한 조각이 맞춰진 셈이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 "권 대사가 대화하는 지인들에게 구체적으로 3개의 패러그래프(단락)에 해당하는 남북정상회담 관련 이야기를 한 것으로 돼 있으며, 이번에 공개된 전문과 거의 일치한다"]

 

#2. 김무성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그 대화록을 다 입수해서 읽어봤다"

 

지난 6월 26일 새누리당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 김무성 전 총괄선대본부장의 발언.

 

[2013년 6월 27일 경향신문 보도]

 

사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자체가 굉장히 무모한 짓이었고, 이는 곧바로 새누리당 내부의 갈등이 되어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그 절차상 잘못과 파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하며, 이는 그 자리에 있던 '개국공신' 김무성의 심기를 건드린 걸로 보인다. 흥분한 김무성은 급기야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을 했고(발언 직후 자신도 아차 싶었는지 회의를 속기하는 당 관계자를 향해 "이 발언은 지우래이"라고 했단다), 이것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폭탄이 된다. '내가 박근혜 정권을 만들었다' 같은 지나친 오만은 언제나 재앙을 낳는 법이다. 

 

#3. "어제 대표님 발언을 유출한 사람은 김재원, 확인해준 사람은 서병수·이혜훈"

 

어제 6월 27일 오전 7시 27분,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 핵심당직자로부터 받은 문자 내용.

 

[사진자료: 한겨레]

 

대선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어가던 작년 9월 초, 박근혜측 공보위원이었던 정준길이 안철수측 금태섭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안철수의 대선 불출마를 '협박'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자 금태섭 변호사의 기자회견 직후 새누리당 당직자가 당시 황우여 대표에게 이런 문자를 보낸 게 한 언론사 카메라에 잡혔다. "안철수 관련 '협박'이 이슈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사실관계가 이슈가 되도록 해야 함" 결국, 새누리당 당직자들도 그것이 심각한 협박이었음을 원래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이렇듯, 요즘은 중요한 내용이 당 내부에서 문자로 곧잘 전달되기도 한다.

 

그리고 바로 어제, 새누리당의 핵심당직자(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측근)가 김무성 의원에게 보낸 문자가 또 카메라에 잡혔다. "어제 대표님 발언을 유출한 사람은 김재원, 확인해준 사람은 서병수·이혜훈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습니다" 이 메시지의 내용 즉 슨, 김무성이 그제 새누리당 비공개 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전 입수' 발언을 한 사실을 언론에 알려준 인물이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이고, 친박계인 이혜훈·서병수 의원이 추가 확인을 해준 듯하다고 전한 것이다. 한마디로 새누리당 내부에서 '색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뜻이고, 마치 조폭처럼 발설자의 이름을 행동대장에게 보고하는 장면과 비슷하다.

[무려 아침 7시 27분에 보낸 문자, 도대체 새누리당 당직자들은 밤새 뭘하고 있었나?]

 

#4. 김재원 "형님.... 맹세코 저는 아닙니다."

 

6월 27일 오전 9시 35분, 김재원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이 김무성에게 보낸 문자 내용.

 

[사진자료: 뉴시스(상), 서울신문(하)]

 

그러자 단 2시간 여 만에 김재원이 김무성에게,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문의 메시지를 보낸다. 다른 말이 더 필요 없을 듯하다. 그냥 문자 전문을 그대로 한 번 옮겨보겠다.

 

"형님, 김재원입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뵈려고 전화드렸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먼저 문자메시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제 최고중진회의에서 형님 말씀하신 내용에 대한 발설자로 제가 의심받는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맹세코 저는 아닙니다. 저는 그저께밤 30년 단짝친구가 사망하여 수원 화장장 장례식에서 밤새 있다가 회의에 들어갔던 터라 비몽사몽 간이어서 형님 말씀에 대한 기억도 없습니다. 오후에 기자 전화가 찍혀 있어서 전화한 적은 있지만 '회의 중 깜빡 졸아서 아무 기억이 없다'고 말해준 것이 전부입니다. 저는 요즘 어떻게든 형님 잘 모셔서 마음에 들어볼까 노심초사 중이었는데 이런 소문을 들으니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형님께서 무엇이든 시키시는 대로 할 생각이오니 혹시 오해가 있으시면 꼭 풀어주시고 저를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중에 시간을 주시면 찾아뵙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이만하면 거의 웬만한 조폭영화 뺨칠 정도다. 대사가 너무나 절절해서 그 마음이 다 느껴지는 듯하고, 어찌나 공손하게 굽신거리는지 내용을 읽는 사람이 오히려 미안할 것 같다. 자신이 '오해'라고 말하는 부분에 대해서 동료 의원에게 인정 받기 위해, 연신 '형님'이라고 칭하며 자신을 사정없이 낮추는 집권여당의 전략기획본부장.. 과연 이들에게 국민이 제대로 눈에 들어올까?

 

#5. 김무성 "괜찮아.. 괜찮아.."

 

6월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김무성 의원이 자신에게 달려온 김재원 본부장의 등을 두드려주며 한 말.

 

[2013년 6월 27일 국민일보 보도]

 

그냥 사진만 봐도 어떤 상황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지 않나? 이게 국회 본회의장인지 마피아 소굴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다. 그런데 김무성과 김재원 의원의 표정을 보니 생각나는 일이 하나 있다.

 

작년 9월 말,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부터 박근혜 후보를 바로 옆에서 보좌하며 친박의 핵심으로 알려져 있던 김재원 의원(경북 군위군 의성군 청송군)은 당 대변인에 내정된 상태였다. 그런데 그는 임명 직전, 기자들을 초청해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기자들에게 막말을 해서 논란이 불거졌다. 또한 바로 그때 김재원은 "박 후보가 정치하는 목적이 아버지 명예회복"이라고 말함으로써 큰 파문을 일으켰으며, 이에 깜짝 놀란 새누리당은 대변인직 임명을 결국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새누리당을 장악하고 있던 친박의 핵심 인물이 당 공동대변인으로 내정되자마자 엄청난 사건을 저질렀고, 미처 임명장을 받지도 못한 채 자진사퇴한 기막힌 사건이었다.

 

[사진자료: 연합뉴스, 2012. 9. 27 <박근혜 후보 지나는 김재원 의원>]

 

바로 이때,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재원 의원이 당시 박근혜 후보 옆을 지나는 순간의 표정이 지금 다시 떠오른다. 자신도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국회의원인데, 박근혜나 김무성 앞에서는 어쩜 저런 표정을 지을까? 완전히 조폭영화에서 부하가 두목에게 까이는 장면에서나 나올 법한 표정이다.

 

 

자, 친박이 출연한 '유사' 조폭영화를 이렇게 쭈욱 살펴봤다. 마지막으로 주요 출연진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자. 김무성(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캠프 총괄선대본부장, 현재 새누리당 부산영도구 국회의원), 권영세(박근혜캠프 종합상황실장, 현재 주중 한국대사), 김재원(박근혜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총괄간사, 현재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 서병수(대선 당시 새누리당 사무총장, 현재 새누리당 해운대구기장군갑 국회의원), 이혜훈(박근혜캠프 선거대책위 부위원장, 현재 새누리당 최고위원)..

 

그런데 가 좀 빠진 것 같지 않나? 조폭영화에 두목이 없다. 그것도 원톱 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인물이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도대체 주연은 언제쯤 나올까? 짐작컨대, 아마도 '여자' 주인공일 듯싶다. 아니, 어쩌면 남자주인공도 한 명 있을지 모른다. 이쪽도 조연이 몇 명 있을 텐데, 원세훈이나 김용판 등은 이미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 영화에 정의로운 검사는 전혀 등장하지 않고, 아직도 부정선거의 전말은 암흑에 싸여있다. 과연 우리는 이 조폭영화의 제대로 된 결말을 볼 수 있기나 할까? 중국에서 돌아온 여주인공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만약 이번에도 "나는 모른다"는 대사만 반복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환불을 받아야만 한다!

 

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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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ephia 2013.06.28 12: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쥐새끼 감독, 홍보에 보수 언론이군요.

    이왕이면 환불 받을 준비를 서둘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