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의 저주와 산업재해 1위, 재앙은 경고 없이 오지 않는다.

 

제2롯데월드타워.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현재 건설중인 지하 6층, 지상 123층(높이 555m)의 초고층 빌딩이다. 사업 추진 단계부터 특혜와 안전 문제로 끊임없이 논란을 빚더니, 급기야 어제 6월 25일 작업용 거푸집 추락으로 근로자 6명이 죽고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언제나 그렇듯 롯데건설 관계자는 '인부의 과실로 인한 사고'라고 말했지만, 소방당국 관계자는 '안전장치 미비로 인한 사고'라고 말한다. 언제쯤 우리는 이따위 '재수 없어서'류의 해명을 듣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사건은 절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제2롯데월드는 그 인허가 과정에서부터 건설, 완공계획까지 모든 부분에 걸쳐 우리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초고층 빌딩이 바로 공군 활주로의 각도까지 바꾸게 만든 원흉이다. 한국에서 소위 '보수'라는 인간들이 말하는 '안보'가 얼마나 거짓투성이인지를 만천하에 폭로한 사건이자, 이명박 정권의 정체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그 일 말이다. 그래서 결국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13년 숙원사업(그만큼 문제가 많았다)은 본궤도에 오르게 되고, 이제 우리 앞에는 '괴물'이 점점 더 그 형체를 완성해 가고 있다.

 

[2013년 6월 25일 SBS뉴스 캡처]

 

이뿐만이 아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착공에 들어간 후부터 지금까지 건물 메가기둥(건물을 지탱하는 핵심 구조물)의 심한 균열로 인한 안전성 논란, 인허가 과정에서 건축물의 규모가 급증했는데도 불구하고 잠실 일대 교통체증 해소방안 부재 등 굉장히 심각한 문제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찌된 게 안전진단 검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롯데 측은 그대로 공사를 강행했고, 가장 기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교통수요 예측에서도 관련된 공공기관이 내놓은 것과 롯데 측이 내놓은 게 큰 편차를 보일 정도로 교통대책은 '총체적 부실' 상태다.

 

롯데월드몰(롯데월드타워, 명품백화점, 면세점, 쇼핑몰, 대형마트, 멀티플렉스극장 등등)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완공된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이 주변의 '교통지옥'을 피할 수 있을까? 지금도 그 일대는 교통체증이 심하지 않나? 그리고 건물 자체의 안전도 무척 의문스럽다. 엄연히 안전성과 관련해 문제가 생겼는데(공사 감리사 "메가기둥 9층 철골용접 부위의 콘크리트에서 균열이 발생해 심각한 수준"), 공사기간을 맞춘다고 무조건 작업을 진행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과연, 어제의 인명사고는 무리한 공사 진행과 관계가 없을까? 대한민국 현실의 축소판인 롯데월드타워 참사를 제대로 정리하기 위해, 일단 이 부분부터 좀 얘기를 해보자.

 

산업재해 사망자수 1위 그리고 '하인리히 법칙'과 영국의 '기업살인법'

 

대한민국은 산업재해 사망자수에서 단연 OECD 1위다(다른 선진국에 비해 최대 6배). 우리 나라의 산업현장에서는 매일 3시간에 1명씩 사망하고, 5분에 1명씩 다친다. 놀랍겠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다들 알고 있듯이, 한국은 세계 최고의 자살률을 가진 나라(지금 이 순간에매일 34분에 1명씩 자살하고 있다. 단 하루에 무려 42명 이상 자살한다)지만 매일 저녁뉴스에는 잘 나오지도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매일 수많은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죽고 다치지만 뉴스에는 안 나온다. 산업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분야가 바로 건설부문인데, 어제도 롯데월드타워 사고로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작업용 거푸집 추락으로 발생한 사고였고, 거푸집 위에서 작업하던 근로자의 사망을 비롯해 아래에 있던 5명도 부상을 입었다(안전점검 후 불과 두 달 만의 사고였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이 있다. 이름하여 세계 최초로 현장에 적용된 '무교체 자동상승(Auto Climbing System, ACS)' 거푸집인데, 롯데건설이 자랑하는 최첨단 기술이란다. 층을 올릴 때마다 거푸집을 새로 만들 필요 없이 유압장치에 의해 스스로 거푸집이 위로 올라가는 것인데, 롯데는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1개월 정도 공사기간 단축)' 롯데월드타워 건설에 이 신기술을 적용했다고 말한다.

 

신격호 회장이 13년 동안이나 매달려서 겨우 공사에 들어갔으니, 롯데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완공하고 싶을 법도 하다. 그런데, 이 새로운 기술의 안전성 검증과 작업자 교육이 제대로 진행됐을까? 오늘 현장검증이 있고 계속 경찰 조사가 진행될 것이다.

[사건 현장의 소방 관계자 "바람도 불지 않았는데 작업용 발판이 떨어져 사고가 발생했다"]

 

[SBS CNBC 뉴스 캡처]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게 있다. 미국 보험사에 근무하던 하인리히라는 사람이 산업재해 사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알아낸 통계적 법칙인데,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법칙이다. 1:29:300의 법칙이라고도 하며, 산업재해가 발생해 중상자가 1명이 나오면 벌써 그 이전에 같은 원인으로 29명의 경상자가 발생했고 또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이미 300명이 있었다는 것이다.

 

어제 롯데월드타워 건설현장에서 1명이 죽고 5명이 다친 사고를 여기에 대입해 보자. 과연 이번 사고 이전에 ACS와 관련된 사고가 한 번도 없었을까? 세계 최초로 적용된 신공법이라는데, 메가기둥의 심각한 균열에도 계속 작업을 강행하는 그런 현장에서 '하인리히 법칙'이 나타나지 않았을까? 사망 사고 이전에 얼마나 많은 사고가 있었을까? 일단, 경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자.

 

산업재해에 대해서잠깐 이 얘기를 하고 넘어가자. 대한민국에서는 산업재해로 인해 관련자나 사업주가 처벌 받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매일 3시간에 1명씩 사망하고, 5분에 1명씩 다치는데도 말이다. 우리가 이런 나라에 산다. 반면 영국에는 '기업살인법'이라는 게 있단다. 영국은 지난 2000년 발생한 철도 사고에 대해 철도회사 고위 임직원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바 있으며, 드디어 2007년에 산재 예방 조치의 미비로 인한 사망시 기업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는 기업살인법을 제정했다고 한다.

 

 

영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법을 도입하려는 흐름이 있다는데, 산업재해 사망자수 1위인 우리 나라가 제일 시급한 거 아닌가? 자살률 최고에 출산율 최저, 거기다가 산업재해 사망자수 1위.. 대한민국은 자살과 산업재해로만 매일 50명씩 죽는다.

 

이미 진행중인 '마천루의 저주'.. 그런데 롯데월드타워는?

 

롯데월드타워가 완성되면, 이 초고층 빌딩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건물이 된다. 현재는 두바이의 부르즈칼리파(163층, 828m)밖에 없지만, 중국에서 600m가 넘는 건물 2개를 짓고 있으니 롯데월드타워가 네 번째인 셈이다. 중국도 벌써 부동산 가격 거품이 국가적 골칫거리가 됐지만, 한국의 상황 역시 굉장히 심각하다. 원래는 서울과 수도권에 총 9곳의 초고층 빌딩 건설 계획이 있었지만, 롯데월드타워를 뺀 나머지 8개는 이미 백지화됐거나 파산 직전 상태에 처해 있다.

 

사실 롯데월드타워도 롯데라는 대기업만 아니었다면 사업 자체가 현실화되기 힘들었을 텐데, 대한민국의 재벌 특혜 구조는 여기서도 어김없이 빛을 발하고 있다. 어쨌든 2016년 말에 제2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는 현시점에서는 그저 제2삼풍백화점으로 다시 반복되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좌: 롯데월드타워 조감도(출처: 이데일리), 우: 2012년 11월 26일 매일경제 보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텐데, '마천루의 저주(Skyscraper Curse)'라는 말이 있다. 1999년에 미국 도이치뱅크의 분석가 앤드루 로런스가 100년간의 사례를 분석해 내놓은 가설로서, 과거 사례를 보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초고층 빌딩 건설 프로젝트는 주로 돈줄이 풀리는 통화정책 완화 시기에 시작되지만 완공 시점엔 경기 과열이 정점에 이르고 버블이 꺼지면서 결국 경제 불황을 맞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1931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102층, 381m)이 완공되면서 대공황이 깊어졌고, 말레이시아는 페트로나스타워(88층, 452m)가 완공된 99년에 금융위기로 휘청거렸으며, 두바이 역시 부르즈칼리파가 완공된 2009년 경제 위기를 맞았다. 우리 나라도 부동산 경기 침체 이전에 여러 곳에서 초고층 빌딩 건설 계획을 세웠지만, 지금은 거의 다 사업 포기 상태다.

 

 

   관련글 - 롯데월드타워 사고, 재앙의 경고는 계속된다 [클릭]

 

 

그런데 롯데월드타워는?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열심히 건설 중이다. 초고층 빌딩의 핵심인 메가기둥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는데도 안전진단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공사는 강행됐고, 건설전문가들이 롯데월드타워 현장이 공개되지 않아 균열에 대한 판단을 정확히 할 수 없다고 지적하는데도 롯데는 "안전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만 말하고 있다.

 

바로 어제 ACS 거푸집 추락사고도 있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런 식으로 무리하게 작업하고 있는데도, 현재 공정률은 9.7%로 당초 목표인 15%보다도 많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도대체 얼마나 문제가 많으면, 크랙이 발생하든가 말든가 무조건 작업을 진행하는데도 불구하고 공정률이 목표보다 훨씬 낮을까?

 

 

재앙은 경고 없이 오지 않는다. 마천루의 저주는 단순히 결과론이 아니라, 초고층 빌딩 건설이 일정 부분 원인이 되어서 발생하는 재앙이기도 하다. 마천루는 보통 20~30층 오피스 빌딩 건축비의 3~4배 정도가 들 정도로 건축비가 비싸고, 그래서 100층 이상 빌딩은 경제성을 맞추기가 아주 어렵다. 그런데도 이런 사업이 추진되는 것은 흔히 말하는 '랜드마크'와 경기 활황에 대한 판타지가 상당 부분 작용하는 것이며, 대부분 사업 과정에서 무리수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는 롯데월드타워도 마찬가지이고, 어쩌면 롯데월드타워 자체가 재앙의 경고일 수도 있다. 지금 공정률이 목표보다 낮다는데, 모르긴 몰라도 아마 십중팔구 과도한 공기단축 시도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현장 근로자들이 산업재해의 위험에 빠져야 하나?

 

게다가 다들 포기하는데 롯데그룹은 억지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설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자원이 여기에 들어가겠으며, 롯데월드타워·명품백화점·면세점·쇼핑몰·대형마트·멀티플렉스극장에 얼마나 많은 상인들이 입점해야 할까?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울 송파구 잠실동으로 가서 물건을 팔아줘야 하나? 교통지옥이 뻔한 상황에서 말이다. 이미 초저성장 장기불황시대에 접어든 대한민국이 이런 거대한 빌딩과 상업시설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롯데가 만든 이 괴물은 아마도 주변 상권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테고, 모든 것이 한 곳에 집중된 상태는 언제나 위험 부담이 크고 단 한 번의 사고로 인해 모두에게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는 법이다. 그나마 이것도 기본적으로 '안전하다'는 전제 하에 가능한 얘기이고.. 롯데월드타워 자체가 경고이자 원인일 수 있다. 제발, 대한민국 현실의 축소판인 롯데월드타워 참사가 경고하는 비극을 외면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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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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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포장지기 2013.06.26 09: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보고 갑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이어가세요^^

  2. sephia 2013.06.26 10: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이거... 남일 같지 않을텐데 롯데와 대한민국은 그걸 모르고 있습니다.

    야이 멍청한 신격호 이 XXX할 놈아! 외국을 잘 살펴보라고!!!!!!!! ㄱ-

  3. 몽돌 2013.06.26 13: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호텔도 소규모지만 예정이 되어 있던데,
    업계에서 보는 사업전망이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애초의 계획과 차이가 클 경우, 악영향이 롯데그룹자체의 명운에 파급이 있을 구소 있을 것으로도 보던데...
    편법과 특혜등으로 얼룩진 허가과정도 그렇고, 건축도 그리고 완공후의 사업성도 불투명하고 주변상권에 미치는 영향도 부정적이니...참으로 말 많고 문제 많은 사업으로 보이네요.
    롯데, 평판에 어울리는 참 지저분한 기업입니다.

  4. 이즈 2013.06.26 14: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일 글을 볼때마다 하나하나 공감하는 좋은 글만 올리시니 감탄할 뿐입니다.

  5. 2013.06.28 05: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먼저, 잠실동이 아닌 신천동임을 알려드립니다. 롯데라는 기업을 비하하기위해 여러 근거로 잘도 뒷받침하셨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표현하신 '괴물'이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을 겁니다. 편협된 관점으로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면 제대로된 진실을 보지 못하죠. 먼저 마천루의 저주에 대해선 과장된 표현입니다. 일본의 스카이트리,바로 1년후 일본의 양적완화로 일본의 경제는 인위적이지만 회복세를 나태내고있으며, 크라이슬러 빌딩,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모두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이젠 랜드마크로 '뉴욕'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그렇다면 사고가 없었을까요? 건설 중 5명이 사망했습니다. 고층 건물같이 대형 프로젝트에 사람이 죽는건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 jjryu 2014.02.16 08: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람이 사고로 죽는다는 걸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씀하시면 안되죠 피할수 있는거지만 안전관리 부주의로 인해 소중한 생명이 희생 된 것이고 그런 사소한 부주의가 대형 참사까지 불러오는 겁니다 피할 수 없는 현실에 당신도 직면해 보십시요 피할 수 있었을 거라고 평생 후회 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