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와 폭리로 점철된 공공 부문 민영화를 우리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이유.

 

요즘 전력수급 불안과 블랙아웃의 공포가 대한민국을 온통 뒤덮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절약' 시책으로 인해,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해야 할 학생들이 무더위에 지쳐가고 있으며, 일반 공무원과 경찰들 역시 뜨거운 사무실에서 힘들게 버티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절약은 뭔가 한참 핵심에서 벗어난 대책이다. 정부는 매번 블랙아웃을 걱정하면서 전기 절약을 부르짖지만, 근본적인 모순을 해결하지 않는 한 상황 자체가 개선되기는 힘들다.

 

전기가 왜 부족하게 되었는가? 그건 최근 십몇 년 동안 전력 소비가 급증해서인데, 이는 원전마피아에 의해 '원자력 발전으로 인한 값싼 전기'라는 거짓된 판타지가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낮은 전기 요금 수준이 오랫동안 현실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체 전력판매량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는 발전 원가보다 싸게 공급됐고(여기에는 교차보조 문제도 있다), 이렇게 비합리적인 전기요금 정책은 결국 기업들의 전기 과소비를 불러왔다.

[교차 보조: 산업계에 밑지고 팔아서 생긴 손실을 일반 가구와 상업용 건물 입주자들에게 비싸게 팔아서 메운다]


한마디로, 전력수급 불안을 해결하려면 산업용 전기요금의 정상화가 필수적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서 각 기업이 스스로 전력 소비를 줄이도록 유도해야 하고, 지나치게 값싼 산업용 전기 대신 다른 에너지원을 활용하기 위한 다각적 노력을 펼치도록 해야 한다. 다른 선진국 기업들은 벌써 이런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모범 사례들도 많다. 우리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KEPCO)은 전기 판매 수익이 늘어나서 좋고, 기업은 전기 과소비를 줄여서 좋고, 국민은 더이상 교차 보조를 해주지 않아서 좋다.

 

 

이렇게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확실한 해결 방법이 있는데도, 산업용 전기요금 정상화는 아직도 요원하다. 지금도 산업용 전기는 다른 에너지보다 싸게 원가 이하로 기업에 공급되고 있으며, 전력 수급 불안에 따른 블랙아웃 우려 때문에 오히려 '절전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회사에 국민의 혈세를 수천 억 원씩 퍼다주고 있다(대부분 대기업 지원). 그러면서 공공기관과 학교는 정부의 에너지 '절약' 시책 때문에 무척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이런 식의 어처구니 없는 대처는 전기 과소비와 전력 부족의 모순을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그저 악순환만 계속 반복되게 할 뿐이다.



그리고, 이번 포스트의 주제인 '민영화' 문제가 여기에도 역시 도사리고 있다. 현재 재벌그룹 대기업들이 발전소 사업으로 매년 수천 억 원대의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대기업에 대한 '특혜'와 '폭리' 구조에서 나오는 것인데, 쉽게 말해 한전은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전기를 비싸게 사서 싸게 공급하는데 반해 재벌 대기업 발전회사의 민간 발전소는 생산한 전기를 이익 제한 없이 한전에 비싸게 공급하기 때문이다(2001년부터 국내 전력 산업의 소매 판매는 한국전력이 전담하되 생산 부문은 경쟁 체제로 운영).

 

[2013년 3월 10일 MBC뉴스 캡처]

 

결국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한국전력의 부채는 자꾸 늘어날 수밖에 없고, 발전사업에 진입한 극소수의 대기업은 전력 소비량이 늘면 늘수록 더 큰 폭리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산업용 전기는 싸게 공급 받고, 생산한 전기는 비싸게 팔아먹는 재벌 대기업들.. 우리는 언제까지 이들에게 속아야만 하는가? 그런데 지금, 전기 민영화의 이와 같은 근본적 모순이 가스 민영화에도 똑같이 나타날 위험에 우리는 처해있다.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실제로 6월 19일 수요일 국회의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직접 벌어질 일이다.

 

지난 4월 9일에 새누리당 소속 의원 11명은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 법안이 바로 오늘과 내일 열리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심의 안건에 포함된 것이다. 이 개정안은 재벌 대기업이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해 정해진 용도로 쓰고 남는 경우 국외로 재판매하거나 다른 수입업체에 다시 팔 수 있도록 처분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민간기업이 반출 목적의 LNG를 도입하면서 관세 부과가 유보된 지역 내의 저장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액화천연가스는 흔히 '도시가스'라고 불리며, 공장이나 발전소 등에서도 사용하고 가정에서는 주로 난방용과 조리용으로 사용하는 연료다.

 

우리 나라는 이 필수 에너지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데, (한국전력공사가 전기를 도맡았듯이) 1990년대까지만 해도 가스의 도입과 공급을 한국가스공사(KOGAS)가 전담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초반을 넘어서면서, (전력 생산이 민간 기업에 개방된 것처럼) 가스가 필요한 민간 기업이 가스공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해외에서 LNG를 수입하는 '가스 직수입 제도'를 도입했다. 그래서 재벌 대기업들이 가스 시장에 뛰어들었고,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듯이 전력 산업에 뛰어든 재벌 대기업과 가스 산업의 재벌 대기업은 대충 다 동일하다.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특정한 극소수의 재벌 계열사들이 전기에 이어 가스 산업까지 장악하려고 하는 셈이다.

 

[2013년 6월 17일 한겨레 보도]

 

그럼,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발의했고 내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의되는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에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좀 살펴보자.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언제나처럼 "경쟁체제를 도입해 요금을 인하한다"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민영화' 이후 공공 요금이 인하된 경우가 도대체 이 세상에 존재하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새누리당이 개정안을 낸 가스 민영화와 비슷한 사안으로 철도 민영화가 있는데, 박근혜 정권은 최근에 수서발 KTX를 비롯해 향후 신규 노선마다 지분 입찰 등을 통해 민간자본이 들어올 길을 열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서도 역시 '서비스 개선'과 '경쟁을 통한 요금인하'가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하는데, 과연 그럴까?

 

 

외신에 따르면, 2013년이 시작되자마자 예전에 철도가 민영화된 영국 전역에서는 철도 요금 인상에 대한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2008년 세계 경제 공황 이후 영국 철도의 운임은 평균 임금 상승률보다 3배나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다른 유럽 시민들이 정기승차권에 지불하는 비용에 비해 영국인들은 무려 10배 이상을 부담하고 있단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철도 요금이 빠르게 인상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영국 철도의 서비스 수준은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영화를 추진하는 이유로 항상 등장하는 '서비스 개선'과 '경쟁을 통한 요금인하'는, 마치 '낙수 효과'처럼 전혀 현실적으로 실현되지 않는 망상이자 진실을 호도하는 거짓된 미끼인 셈이다.

 

[2012년 4월 18일 시사인 보도]

 

가스 요금은 좀 다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가스산업 구조를 조금만 들여다 보면, 이는 오히려 더 맞지 않는 얘기란 걸 금방 알 수 있다. 현재 전국 각 지역 30여 개의 소매 가스 공급회사는 소매용 도시가스 외에 산업용 가스도 판매하고 있다. 소매용과 산업용 비중은 거의 1:1 정도라는데, 특히 공단이 있는 지역은 산업용 가스의 비중이 70% 이상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재벌 대기업의 산업용 가스 직수입이 확대되면, 소매 가스 공급회사는 산업용 시장을 잃을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소매용 가격을 올리며 소외지역에는 공급을 중단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2007년에 가스 직수입을 허용받은 포항의 포스코는 가스 공급회사로부터 산업용 가스를 구입하지 않게 됐고, 급기야 포항 지역의 소매용 도시가스 요금은 무려 10% 넘게 인상되었다고 한다]

 

가격을 인상하며 소외지역에는 공급을 중단한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시추에이션 아닌가? 바로 철도가 그렇다. 철도가 민영화되면, 소외지역의 열차 운행이 중단되고 요금이 인상된다. 비단 철도만 그럴까? 민자고속도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기는? 얼마 전에 이런 뉴스가 있었다. 전기 요금을 내지 못한 가정에서 밤에 촛불을 켜놓고 잠을 자다가 불이 나서 일가족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는 뉴스.


이걸 그대로 가스에 적용해 보면 답이 나온다. 한겨울에 비싼 가스 요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정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추위에 덜덜 떨 수밖에 없고, 최악의 상황에서는 만약 전기처럼 가스가 끊기면 집에서 얼어 죽는 서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물론 극단적인 경우지만, 가스 요금의 인상 자체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전력 산업에서 재벌 대기업 발전소들이 폭리를 위하는 게, 가스 산업에서도 똑같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가스공사 입장에서는 액화천연가스의 국제 가격이 올라가거나 겨울철 맹추위로 도시가스가 부족한 상황이 오면, (전기와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가스 공급을 위해 설사 가격이 비싸더라도 무조건 구입해서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재벌 대기업은 LNG의 국제 가격이 쌀 때 물량을 대거 확보해 놓고, 국내에 가스가 부족한 상황이 되면 (대기업 발전회사가 한전에 비싼 가격으로 전력을 판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가스공사에 비싼 가격으로 판매해서 폭리를 취하는 동시에 가스요금 인상을 부추길 수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개정안이 통과되면, 가스나 전기 공급의 기본 매커니즘 자체가 상당히 비슷해지는 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KEPCO와 KOGAS의 상황도 유사하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호구 노릇을 해야 하는가? 극소수 재벌 대기업은 요즘 같은 여름철에 전력난을 기회로 '절전지원금'까지 엄청나게 받아 챙기고, 또 재벌 계열 발전회사들은 한국전력공사에 비싼 값으로 전기를 팔아치우며 폭리까지 취한다. 원가 이하의 산업용 전기를 쓰는 민간기업들은 전력 대란이 일어나도 맨 나중에 단전이 이뤄지는데, 기업에 교차보조까지 해주는 일반 시민들은 누진제로 전기요금을 내면서도 전력 대란시에 가장 먼저 단전 조치를 당한다.


이런 걸 다 계산하면, 서민들이 재벌 대기업에 매년 전기와 관련해서 갖다 바치는 돈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해서 블랙아웃의 위험이 사라지면 몰라도, 다들 알다시피 블랙아웃은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전기로 당하는 것도 모자라서, 가스로도 똑같이 당해야 하나? 극소수 재벌 대기업들은 겨울철에 가스 부족을 기회로 한국가스공사에 비싼 값으로 가스를 팔아치울 테고, 우리는 지금도 가스 요금이 겁나서 난방을 제대로 못하는데, 새누리당의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에는 이전보다 훨씬 더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전기가 끊긴 가정에서 촛불 켜고 자다가 불이 나서 일가족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가스 끊긴 가정에서 나무 태워 난방을 하다가 화재가 나는 비극으로 또 반복되지는 않을까 정말 우려된다. 민영화를 통해 서비스를 개선하고 요금을 인하하겠다는 건 한마디로 '사기'다. 오히려 서비스는 더 엉망이 되고 요금은 인상되는 게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6월 19일, 새누리당의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우리는 두 눈을 똑똑히 뜨고 분명히 지켜봐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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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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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 날 2013.06.18 11: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상황을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군요. 무섭고 두려운 얘기지만, 공감하고 갑니다.

  2. 이즈 2013.06.18 16: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답답합니다. 경제를 살리자니 하면서 각종기업들 민영화로 오히려 세금은 오르지만, 월급은 그대로고, 이젠 적게쓰던 전게도 더 적게 써야하고, 가스도 더 적게 써야하는군요. 탁상위에서 고작 내린 결론이 민영화라니 공기업 낙하산에 4대강에 돈을 펑펑쓸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공기업적자에 민영화 언급을 하는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놀이를 하네요. 더욱 비참한 사실은 저런 뉴스가 언론에서 찾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3. 몽돌 2013.06.19 00: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겉으로 드러난 정부측의 핑계가 뭔지는 대충 알겠으나, 이미 산적한 관련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 자체를 상실한 듯~
    가격이 올라 서민들이 추위에 벌벌 떨고 더위에 내 몰려도, 민간에서 하는 일이니 신경 안 쓰도 되고....
    아예 정부도 민영화 한다고 하겠군요.

  4. sephia 2013.06.19 13: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국회의사당에 폭탄들고 돌격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ㄱ-

    탁상위에서 한다는 소리가 저따구. 확 나가 뒤지라고들 해요!

  5. 전기민영화 2013.12.18 12: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민영화돼서 좋은점을 잘생각해보세요.
    이것도 집단이기주의..

  6. 나라가 망해가요 2016.06.18 21: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까지 세누리당이 한일에 잘한일이 있기는 하냐?
    민영화 좋은점 ㅈㄹ하고있네 누가 ㅅㅂ 닭그네 뽑았냐
    서민들만 죽어나가지 나만죽나 다죽지 다죽어
    가진놈들만 부자되고 서민들은 노력해도 안되는 시대 다음 대통령이 세누리당에서 뽑히면
    이제답없다. 이제 의료 민영화 될려나? 나라가 망해가 망해

  7. 전기요금 민영화 왜 누굴 위해서??? 2016.06.20 09: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기민영화 님 장점 좀 제가 납득할수 있도로 설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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