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이 성공하는 시대, 최소한의 상식도 지키지 않는 나쁜 회사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 전문지인 <포춘(Fortune)>이 선정한 100대 기업을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회사들과 비교해 본 결과 흔히 말하는 '착한 회사'의 주가가 다른 기업에 비해 더 높았으며,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의 주식 가치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또 2010년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거의 4명 중 3명의 미국인은 할인을 많이 해주는 비윤리적인 기업보다,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윤리적인 기업과 거래를 하겠다고 답변했단다. '시민 소비자(citizen consumer)'가 등장하며 윤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사회적 가치의 시대'인 21세기에, 기업은 이제 주주뿐만 아니라 직원과 소비자 · 협력업체와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착한 회사가 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착한 회사는커녕 가장 기본적인 상식도 지키지 않는 '나쁜 회사'들도 존재한다. 사업 파트너인 가맹점주가 자신들의 부당한 압력 때문에 세 명이나 자살하는데도 가만히 있다가, 사망진단서 변조가 들통나 검찰에 고발되고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될 상황에 처하자 잘못을 인정한 기업도 있다. 또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이 전국의 산과 등산로에서 불매운동을 벌인다며, 자사의 매장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유명산과 등산로에까지 '불매운동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황당무계한 회사도 있다. 그리고 밀어내기와 폭언 등으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자 대국민 사과까지 자청했으면서도, 그 이후에는 피해 대리점주와 현직 대리점주의 손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태 해결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악덕기업도 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이런 나쁜 회사들의 비상식적인 행태를 한 번 정리해 보고자 한다.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사그라질 때까지 버티기?

 

남양유업의 폭언과 밀어내기가 전국민적인 관심을 받으며 불매운동이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매출 감소에 직면한 남양유업이 사태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장에 홍원식 회장(이 와중에도 주식 먹튀와 동생 회사에 광고 몰아주기 등의 지저분한 의혹을 받고 있는 남양유업의 오너) 대신 김웅 대표이사가 나올 때부터 뭔가 낌새가 이상했고, 사측이 피해대리점협의회를 와해시키려고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정황이 몇몇 언론에 보도되면서 상황은 점점 더 꼬여만 갔다.

[남양유업 새 대리점협의회가 남양유업 본사에 의해 만들어진 '어용단체'임을 뒷받침하는 내부 문건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급기야 지난 28일에는 3차 협상을 위해 피해대리점협의회 구성원들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다렸지만, 남양유업 사측 임원들은 끝내 나타나지도 않았다(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 단체교섭은 장소를 놓고 피해대리점주협의회는 국회를 주장하고 남양유업 사측은 종로3가 러닝스퀘어를 주장하며 각각 주장한 장소에서 상대를 기다리다 결렬됐다고 한다). 게다가 29일에는 '현직'대리점협의회가 "본사가 전국대리점협의회 회원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으며 피해 대리점주들과의 피해보상을 신속하게 진행하지 않음으로써 현직 대리점에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남양유업의 조속한 협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과연 남양유업은 자신들의 불공정한 영업 행위로 인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빚을 진 피해 대리점주들과 제대로 협상할 의지가 있기나 한가? 자청해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 정말 진심이었다면, 도대체 국회 의원회관에서 협상을 하지 못할 이유는 뭔가? 불매운동으로 인해 현재 남양유업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쨌든 손실을 볼 수밖에 없을 텐데, 이들은 피해를 보든 말든 그냥 버티며 사태를 장기화시키고 있다는 건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약 대리점주들의 손해를 발판으로 피해 대리점주들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고 하는 거라면(불매운동 중단 압력), 그것이야말로 진짜 파렴치한 짓이다. 불매운동이 사그라질 때까지 전국민을 상대로 한 번 해보자는 건가? 이제 소비자들은 악덕기업에 대해 예전처럼 그렇게 너그럽지 않다!

 

[사진자료: 뉴시스 <오지 않는 남양우유 사측 관계자>]

 

코오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산과 등산로를 향한 엽기적 코미디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절대 지어낸 게 아니다. 실제로 스포츠용품 업체인 코오롱인더스트리(우리가 산에 갈 때마다 자주 보고 입고, 언제나 쉽게 떠올리는 바로 그 kolon이 맞다)가 이번 달 13일 법원에 가서 '불매운동 등 업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이라는 명목으로 직접 저지른 일을 최대한 간단하게 정리한 내용이다. 아래 글을 보면서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거짓말이 아니고 언론에 보도된 사실 그대로니까 한 번 끝까지 읽어보길 바란다. 대한민국의 기업과 변호사라는 집단이 과연 어디까지 비상식적일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얘기다.

 

코오롱은 정리해고된 노동자 3인이 자사 242개 코오롱스포츠 매장뿐만 아니라 전국 102개 산과 1000개가 넘는 등산로에서 1인시위, 현수막과 피켓 사용, 유인물 배포, 스티커 부착, 집회 (SNS와 인터넷 등에 관련 내용을 게시할 경우도 금지행위에 포함) 등을 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시키면 1일 100만원을 지급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2013년 5월 13일 수원지법 안양지원에 접수했다. 여기에 더해 코오롱은 피켓 등에 '고통', '탐욕경영', '자살', '부도덕한 기업' 등의 단어를 비롯해 '이상득', 'MB정권', '박근혜', '박지만', '4대강', '불법정치자금' 등 정경 유착을 연상케 하는 일체의 문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이밖에도 '장자연 리스트', '부산저축은행', '발암물질', '듀폰' '낙동강 페놀유출', '부산저축은행', '발암물질' 등 사주와의 관계설이 나돌았던 사건이나 코오롱과 연관됐던 부정적인 사건을 연상시키는 단어의 사용도 금지해야 한다고 신청했단다.

 

관련 기사에 의하면, 현재 코오롱은 계열사 '코오롱워터텍'이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금품 로비 정황이 드러나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금품 제공 의혹으로 감사원과 국세청,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또 박지만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는 지난 2010년 물 산업에 뛰어든 코오롱의 고문변호사가 되기도 했다. 그러니 한마디로, 코오롱은 공유지인 전국의 유명산과 등산로에서 노동자와 시민들이 불매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려고, 자신들이 의혹을 받고 있는 온갖 지저분한 사건과 관련해 떠올릴 수 있는 연관 단어들을 다 사용 금지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무려 전국 102개 산(설악산 북한산 지리산 한라산 등 국립공원 15곳, 무등산 칠갑산 태백산 등 도립공원 16곳, 명지산 천마산 등 군립공원 9곳 등 우리 나라의 유명산이 다 포함됨)과 1000개가 넘는 등산로에서.. 이걸 어기면, 하루에 100만 원을 내야 한다.

 

(설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법원이 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법원은 전국의 산과 등산로에 집행관을 보내서 가처분 내용을 공시해야 한단다. 일개 사기업의 범죄 의혹과 관련된 단어들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을,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집행관들이 102개 산과 1000개가 넘는 등산로에 가서 알려야 한다는 말이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일일까? 이 산과 등산로가 무슨 코오롱 사유지도 아니고 우리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하는 대한민국의 자연인데, 어째서 코오롱은 불매운동을 못하게 하는 것도 모자라 특정 단어까지 사용 금지시키려고 하는 것인가? 이제 사기업이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 · 집회결사의 자유까지 막으려고 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고, 의혹이 있으면 마땅히 수사를 받는 게 정상인데 어떻게 된 게 연관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지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디어오늘(2013/5/27): 코오롱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가 벌이고 있는 '안티 코오롱 원정대 시즌1' 포스터]

 

CU, 사망진단서 변조는 엄연한 위법 그러나 회장의 사과는 없었다

 

다음은 본사와의 계약문제로 갈등을 빚다 자살한 경기도 용인의 편의점주 김씨와 관련해, CU측이 이상호 기자가 몸담고 있는 go발뉴스에 보낸 해명자료 내용이다.

(관련 기사 <CU편의점주, 본사직원 앞에서 자살기도…결국 숨져>)

 

"고인이 5월 8일 심장질환 등 건강상의 이유로 중도해지 요청을 했다 ... 과도한 위약금이나 영업 강요는 전혀 없었으며 고인의 요구 사항을 최대한 수용하는 입장이었다 ... 16일 대화 도중 폐점 절차 및 내부의사결정을 위해 일주일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는 말을 듣자 돌연 근처 약국으로 달려가 수면유도제를 구입해 복용했다. 당시 고인은 소주 2병을 취음한 상태였다 ... 17일 오전 병원측에서는 환자가 평소 앓고 있던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왔다"

 

백 번 양보해서 회사측의 해명을 다 믿는다고 하더라도, 고인의 자살과 CU의 행태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이 보도되자 CU측은 21일 '용인 가맹점주 남편 사망관련 사실 관계 확인'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와 함께 고인의 사망진단서를 첨부해 배포했다. 그런데 CU는 김씨의 사망진단서 내용 중 '항히스타민제(수면유도제 성분) 중독' 부분을 삭제해서, 마치 수면유도제 복용과 고인의 사망이 관계가 없는 것처럼 조작했다(고인의 주치의였던 아주대의료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소장의 의학적 소견을 일부 삭제해 배포함).

[민영기 아주대의료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소장 "고인의 직접적 사망원인이 심근경색인 것은 맞지만 수면유도제 40알을 복용하고 위세척을 했다고 해서 의학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없어 ‘항히스타민제 중독’을 명시한 것 ... 의사의 동의 없이 임의로 진단서를 변조했다면 이는 엄연한 위법이다"]

 

결국 보다 못한 시민사회단체는 CU의 본사인 BGF 리테일(원래 훼미리마트였고 작년 8월부터 CU 브랜드로 변경했으며, 현재 점포수가 가장 많은 편의점 1위 업체. BGF는 Bo Gwang Family mart의 약자이고, 보광은 1999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됨. 오너인 홍석조 회장은 홍석현 JTBC·중앙일보 회장의 동생이며, 이건희의 처남)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사망진단서 변조와 고인 명예훼손 혐의로 홍석조 BGF 회장을 고소·고발하려고 한 것인데, 몇몇 언론에 본격적으로 CU의 사망진단서 변조가 보도되기 시작하자 BGF 리테일이 바로 어제 사과 기자회견을 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홍원식 회장 대신에 김웅 대표이사가 나온 것과 마찬가지로, CU의 사과에서도 홍석조 회장 대신에 박재구 사장이 나섰다. 어쩜 이렇게 하는 짓이 똑같은지 참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편의점 CU의 본사 BGF 리테일의 비상식적인 행태는 이것말고도 많지만, 고인의 사망진단서 변조 하나만으로도 심대한 법적·도덕적 책임을 면키 어렵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닐진데 자기들이 먼저 나서서 사망진단서를 첨부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그 사망진단서가 변조된 것이었으니, 바로 이 사실 자체가 CU의 계획적이고 고의적인 사건 조작의 증거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자신들의 사업 파트너인 편의점주가 연거푸 자살하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가, 세 번째 자살이 벌어지고 그것도 변조된 사망진단서 배포가 문제시되고 나서야 오너도 없는 기자회견을 했다. 도대체 이걸 보고 어떻게 사과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을까? 이재용은 자기 아들의 부정입학 문제에 대하여 삼성그룹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 전 MBC 보도국 부국장)을 통해 삼성전자 기자실에 사과문을 전달하더니, 범삼성가는 항상 다 이런 식인가?

[그러고 보면,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도 이런 점은 비슷하다. 17초 대독 사과와 셀프 사과 등..]

 

누가 뭐래도 시대는 변했다. 미래에 성공하는 기업은 분명히 착한 기업이다. 그렇지 못한 기업에 대해서는 다수의 시민들이 여러 웹사이트와 SNS를 통해 '나쁜' 회사라는 판정을 내릴 테고, 이런 기업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 최근에 우리 사회도 '갑을 논란'에서 보듯이 나쁜 기업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과 불매운동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런 경향은 더욱더 확산될 것이다. 자동차 회사가 연비를 속일 정도로 불투명한 경영을 하고,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월급은 절반밖에 못 받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며, 국내 소비자와 국외 소비자에 대한 차별을 밥 먹듯이 하고, 바다에 엄청난 양의 기름이 유출되는 치명적인 사고를 저지르고도 아예 반성이 없으며, 여러 명의 직원이 자살을 하는 데도 전혀 상황을 개선시키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기업은 절대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없다. 이번에 문제가 된 비상식적 악덕기업 3인방, CU · 코오롱 · 남양유업도 지금 이대로는 성공적인 기업 활동을 전혀 이어갈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세상은 바뀌었고,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포장지기 2013.05.31 10: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 합니다..
    좋은글 대하고 갑니다..

  2. 몽돌 2013.05.31 22: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양유업의 경우 매출이 30% 이상 감소했다는데, 조금 조용해지면 다시 회복되겠지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걸 바라고 저렇게 막무가내 버티기를 시전하고 있겠군요.
    소비자들의 현명한 소비생활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요즘이라 생각됩니다.
    저들의 저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상행위로 인한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지요.

  3. 춤추는 뚜비 2013.06.08 20: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4. 나무보다는 숲을 2013.06.09 10: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코오롱 정리회고관련해서는 대법원까지 가서 결국 기업에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저렇게 까지 해야하는지 안타까울따름입니다 그시간에 다른일자리 혹은 가족과 시간을보내는게 현명하지않을까요?

  5. 사모님 처단 2013.06.09 10: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근 그것이알고싶다에서 방영된 사모님편도 내용 정리부탁드려요 법조계 의료계 기업 종합선물세트입니다

  6. conan 2015.04.20 17: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양이 드러나서 그렇지.. 드러나진 않았지만, B모 기업도 마찬가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