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직원이 아닌 동포여학생에게 한 박근혜식 '비공개' 유체이탈 사과에 대한 고찰.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전문을 바탕으로, '셀프 사과'(또는 '창조 사과')에 이은 박근혜 정권 청와대의 사과 방식 자체의 문제점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이건 정말 형식적으로도 이상하고, 내용적으로 너무 이상하다.

 

"지난주에 취임 후 첫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방미 일정 말미에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불미스런 일이 발생해서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 드린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 성추행을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불미스런 일"이라고 말하는 게 과연 상식적인 표현일까? '정상회담 와중에 대변인이 밤새 술을 마신 일' 정도라면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불미스런 일이라고 표현하는 게 괜찮을지 몰라도, 무려 인턴직원을 성추행한 것인데 그저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불미스런 일이라니.. (본인이 직접 사과문을 작성했는지 안했는지 확실치 않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이 정도로밖에 표현하지 못한다는 게 참 한심스럽다. 공직자가 아니면 성추행을 해도 되는 게 아닐진대....

 

[사진자료: 연합뉴스]

 

"이번 일로 동포 여학생과 부모님이 받았을 충격과 동포 여러분의 마음에 큰 상처가 된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 아니, "동포 여학생"이라니! 피해자가 그저 동포 여학생의 자격으로 그 자리에 있었나? 그녀는 엄연히 인턴직원의 자격으로 그 자리에 있었고, 대변인에게 도움을 주는 게 그녀의 일이었다. 그냥 동포들이 모여있는 파티에서 옆에 서있던 여학생을 윤창중이 성추행한 것인가? 전혀 아니다.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권력을 이용해서 짧은 시간이나마 함께 일한 인턴직원을 성추행한 것이다. 이건 일종의 '직장내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다(이 직장의 최고 책임자는 대통령인 셈). 그런데 동포 여학생이라고? 윤창중이 '인턴직원'을 굳이 '가이드'라고 칭하며 자신의 행동을 조금이라도 정당화하려고 하는 것과, 윤창중을 임명한 대통령이 '인턴직원'을 굳이 '동포 여학생'이라고 부르며 자신의 책임을 조금이라도 피해보려고 하는 게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을까?

 

[사진자료: 연합뉴스]

 

"이 문제는 국민과 나라에 중대한 과오를 범한 일로 어떠한 사유와 진술에 관계없이 한점 의혹도 없이 철저히 사실관계가 밝혀지도록 할 것입니다.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고 미국 측의 수사에도 적극 협조할 것입니다.
관련자들은 어느 누구도 예외없이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고,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비공개'로 주재하면서 사과를 했다고 하는데, 이런 자리에서 한 사과조차 지극히 사무적이고 추상적인 문장들로 점철되어 있다. 매일같이 이어진 대통령의 사과와 허태열 비서실장의 사과 그리고 이남기 홍보수석의 사과 사이에 어떤 질적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공개 사과도 아니고 비공개 수석비서관 회의 사과라면, 뭔가 구체적인 대책이 나올 법도 한데 말이다(사실,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비공개로 사과를 했다는 것 자체가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뜻). 아니, 진짜 사과를 하기는 한 건가? 이런 식의 비공개 사과에서 과연 국민들이 진정성을 느낄 수 있을지 굉장히 의문스럽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서실 등 청와대 직원들의 공직기강을 바로세우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관련 수석들도 모두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청와대뿐만 아니라 모든 공직자들이 자신의 처신을 돌아보고, 스스로의 자세를 다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대하던 윤창중을 자기 고집대로 억지로 대변인 자리에 앉힌 잘못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말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저 자신은 왕처럼 군림하고(또는 피해자 코스프레), 이번 일의 책임은 모두 아랫것들이 져야 한다는 듯한 말투다(무조건 남탓).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불통 인사'를 하겠다는 것인가?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스타일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제2·제3의 윤창중은 계속 나타날 테고, 이번 일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재앙은 박근혜 정권 남은 기간 동안 언제나 반복될 것이다. 대통령은 정녕 이걸 모른단 말인가?

 

박근혜식 비공개 유체이탈 사과, 이건 사과를 한 것도 아니고 안한 것도 아니다. 그저 여론의 화살을 당장 피하기 위해 벌이는 진정성 없는 제스처일 뿐.... 아니, 실상은 '사과'가 아니라 그냥 '입장표명'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직접 나서서 사과하지 못하는 이유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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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ART

Posted by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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