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서 돈으로, 불행한 대한민국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살충동을 느낀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는 매년 공동으로 3월부터 4월에 걸쳐 전국 초등학교 4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 비교'에 관한 대규모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이 조사 결과는 '가정의 달'이라고 불리는 5월에 '어린이날'을 기해 매년 발표되는데, 올해에도 역시 설문 결과가 며칠 전 공개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국가 중 가장 낮고(대한민국은 23개국 중 최하위인 23위인데, 심지어 22위 국가와도 큰 격차를 보이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악의 어린이·청소년 불행 국가이다), 초등학생 7명 중 1명·고등학생 4명 중 1명은 가출 및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한다.

[전체 자살률에서도 대한민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악의 자살 국가이다]

 

그런데 진짜 심각한 건, 이게 단순히 지표상으로만 그런 것이 전혀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난 5월 2일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 나라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는 고의적 자해(자살)이다. 다들 알다시피 한국은 출산율이 몇 년째 계속 세계 최하위 수준이고, 청소년 인구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민 10~39세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정말 암울할 수밖에 없는 미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013년 5월 2일 아시아경제(상), 머니투데이(하) 보도]

 

초등학교 4학년은 '가족', 고등학교 3학년은 '돈'

 

그리고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의 올해 설문 결과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부분이,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가장 나이가 적은 초등학교 4학년은 '화목한 가족'을 첫손에 꼽은 반면, 조사대상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고등학교 3학년은 '돈'을 제일 앞에 놓았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우리 아이들은 나이가 들수록 가족보다는 돈에 더 우선순위를 둔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비극적인 현실인가?

 

 

게다가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의 공식 발표 자료에서는 대한민국 청소년(15~24세) 중에 무려 11.2%가 지난 1년 동안 한 번이라도 자살을 생각해 봤으며, 그 이유로는 첫 번째가 누구나 예상 가능한 '성적·진학 문제'였고 두 번째는 놀랍게도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그러니 2013년 5월 현재 시점에서 공개된 두 자료를 통해 유추해 보면, 우리 나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돈'을 더 중요시하고, 자살충동을 느낀 5명 중에 1명은 경제적 어려움이 주된 원인인 셈이다.

 

그렇다면, 위의 표에서 보듯이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인데 바로 이 자살의 이유 중에서도 역시 경제적인 문제가 상당 부분을 차지할 거라는 걸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부터는 이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도대체 왜 우리 아이들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살할 수밖에 없을까? 과연 대한민국의 경제적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하길래 이런 슬픈 결과가 나오는지 한 번 살펴보자.

 

[2012년 10월 24일 한겨레 보도(상), 2013년 5월 3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가 공개한 자료(하)]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우선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양극화 현황부터 좀 정리해 보는 게 좋을 듯싶다. 작년에 동국대 경제학과 김낙년 교수가 발표한 논문을 보면, 1996년과 2010년 사이에 상위 근로소득자(기업의 최고경영자, 회사 임원 등)와 하위 근로소득자(일반 회사원)의 급여액 변화 추이를 파악할 수 있다. 위 표를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좁게는 상위 1% 넓게는 상위 20% 이상의 근로소득은 크게 증가한 데 반해, 전체 근로자 평균이나 하위 20%는 별로 증가하지 않았거나 오히려 근로소득이 감소했다.

 

근로소득이 전체 가구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60%가 넘는다는 걸 감안했을 때, 이와 같은 변화 추이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소득 분배 지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며, 흔히 말하는 '경제 민주화'에도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상황이 최소 15년 이상 계속되다 보니, 결국에는 아래 표에서 보듯이 과세소득자 연평균소득에서도 상위 5%와 하위 20%의 차이가 무려 14배에 달할 정도로 소득 양극화가 극심해졌다.

[1990년대보다 2010년대의 계층간 소득 불균형이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다]

 

그리고 사회 구성원의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지니계수'를 보면, 우리 나라의 암울한 상황은 더 분명해진다. 일반적으로 지니계수는 그 수치가 '0'에 가까울수록 소득 분포가 평등하다고 판단되고 보통 '0.4'미만이면 비교적 안정적인 사회로 평가되는데, 이번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가 민주당 홍종학 의원실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자체 분석한 결과, 한국의 지니계수는 2007년 0.431에서 2011년 0.448로 더 악화됐다는 게 밝혀졌다. 원래 지니계수가 0.4를 넘으면 소득 분배가 상당히 불평등하다는 말인데, 이 와중에도 우리 나라의 지니계수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재벌닷컴이 발표한 어린이 억대 주식부자]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부유층의 주식부자 아이들

 

'가정의 달'이라고 불리는 5월에 '어린이날'을 기해 매년 발표되는 자료가 하나 더 있는데, 이것은 재벌닷컴의 어린이 주식부자 명단이다. 매년 상장사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지분 가치를 4월 30일 기준으로 분석하여 공개하는 재벌닷컴은, 만 12세 이하(올해는 2000년 4월30일 이후 출생자, 작년에는 1999년 4월 30일 이후 출생자) 어린이 중 주식지분 가치 1억 원 이상 보유자가 누구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한다.

[소위 말하는 '편법' 주식 증여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살펴보면 대한민국의 부자들이 얼마나 뻔뻔한지 단박에 알 수 있고("짬짬이 증여는 회사 주식을 조금씩 증여하는 것으로, 나중에 증여하는 주식에 대해 배당금 등 소득원을 제시할 수 있어 세금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대량 주식증여에 따른 세금 부담과 사회적 비판시각도 피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10억 원 이상의 '철판'은 과연 누구인지도 쉽게 알 수 있다. 작년 2012년에 사상 최초로 어린이 억대 주식부자가 100명을 넘어섰다고 하는데(2011년 87명 --> 2012년 102명), 이때 10억 원 이상은 18명이었다. 그런데 단 1년 만에 2013년의 10억 원 이상 어린이 주식부자는 무려 31명으로 크게 늘어났다(1억 넘는 어린이 주식부자 118명).

요즘 모두가 다 경제적으로 힘들다고 말하는데, 부유층은 별로 그렇지 않은가보다. 도대체 초등학교 6학년도 안 되는 아이들이 10억 원 이상의 주식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무엇이며, 또 2012년 18명에서 2013년 31명으로 그 수가 늘어난 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작년에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보고도 이 나라의 부유층들은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더 많은 편법 증여를 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결과 아닌가? 만약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작년에 어린이 억대 주식부자가 처음으로 100명을 넘었을 때, 곧바로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왜 책임이 없는 99%의 청소년들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살까지 해야 하고, 전혀 기여한 바가 없는 1%의 어린이들은 주식 편법증여를 통해 부자가 되어야 하는가? 지금 대한민국은 뭔가 크게 잘못되어 있는 것 아닌가? 더 안타까운 건, 이와 같은 한국 아이들의 비극적인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 어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돈이 있다고 꼭 행복한 건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불행할 확률은 높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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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ART

Posted by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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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연lius 2013.05.07 14: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청소년도 돈때문에 죽는구나
    돈때문에 돈뺏으니 학교폭력도 발생하고 자살하고
    도대체 돈이 무어길래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걸까요
    고작 십여년 사이에 왜 이렇게 된건지

  2. 감사합니다. 2013.09.09 08: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놈의 빈부 격차 ㅎㅎ ㅎㅎ ㅎㅎ
    언제나 남탓하기 바쁘군요..ㅎㅎㅎㅎ

    청소년 자살도 중요하며 분명 바뀌어야합니다.

    그 런 데 노인 자살에 관해서는 들어보셨는지요 ㅎㅎ ㅎㅎ
    아마 보시면 무엇이 먼저 공론화 되었어야 할지 느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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