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금주의와 갑을관계, '손님은 왕이다'가 뒤섞인 결과..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한 대기업 임원이 괜한 트집을 잡아 항공기 승무원을 폭행한 사건 때문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일이고 다시는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지만, 사실 이 사건의 내용 자체만 놓고 보면 그리 특별한 일은 못 된다. 사건의 무대가 운항 중인 항공기 내부였다는 특수한 상황이었고 피해 승무원의 즉각적인 대처로 FBI까지 개입되어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솔직히 한국사회에서 이런 사건들은 너무나 일상적으로 흔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이보다 더 심한 일들도 그냥 묻히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왕상무 사건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여느 때처럼 '냄비 근성'의 일회성 논란으로 그친다면 우리 사회는 계속 이모양 이꼴일 것이다.

 

"머리 맞는 것뿐만 아니라 따귀도 맞아봤고요. 저는 무릎도 꿇어봤고 질질 끌려서 백화점도 한 바퀴 돌아봤어요."

 

바로 어제, SBS뉴스가 대표적인 감정노동자인 백화점 직원을 인터뷰한 내용이다("한 노동단체의 조사 결과 감정 노동자 네 명 중 한 명꼴로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 증세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 한 번 생각해 보자. 백화점 직원이 고객에게 도대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길래 따귀를 맞고, 무릎을 꿇고, 질질 끌려서 백화점을 돌 수밖에 없었을까? 무슨 죽을 죄를 졌길래 이렇게 완전히 인권 파괴적인 폭행을 당했을까? 상식적으로, 백화점 내에서 직원이 고객에게 잘못을 저질러봐야 그게 뭐 특별히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질 만한 게 있기나 한가? 기껏해야 불친절 아니면 상품 불만과 관련된 일일 것이다. 과연, 백화점 직원의 그 어떤 잘못이 이런 막무가내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이 정도 폭행이면 아예 형사 사건으로 다뤄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2013년 4월 22일 SBS뉴스 화면 캡처]

 

그런데 어이없게도, 한국사회에서 비일비재한 이런 감정노동자에 대한 극단적인 폭언과 폭행은 대부분의 경우 직원의 일방적 사과로 마무리된다. 더 웃긴 건, 고객이 직원을 상대로 '진상'을 부리면 왕처럼 대접 받지만, 똑같은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 일도 직원이 아니라 회사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면 완전히 다른 정반대의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정작 모든 책임을 져야 할 회사는 하급 직원들을 그냥 총알받이로 쓰고 있을 뿐이며, 고객 역시 불만사항에 대한 합리적이고 제도적인 구제보다는 그저 만만한 감정노동자들을 상대로 비이성적인 분풀이를 하는 걸로 때우는 셈이다. 결국, 우리 사회의 감정노동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함께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 받지 못하는 한계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배금주의와 갑을관계, 한국사회의 근본적 병폐

 

많은 사람들이 한국처럼 약자를 위한 배려에 인색하고, 윗사람(돈 많은 사람, 권력을 가진 사람, 나이 많은 사람,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사람 등)과 아랫것(가난한 사람, 소수자, 나이 어린 사람, 비정규직 등)에 대한 차별이 심한 나라도 흔치 않다는 말을 하곤 한다.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인간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사회,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상대에게는 아무렇게나 막 대해도 된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한 사회, 흔히 말하는 '천민자본주의'가 만연한 사회, 자신이 돈과 빽을 가지고 있으면 뭐든지 마음대로 해도 되는 줄 착각하는 인간들을 어딜가나 쉽게 볼 수 있는 사회.. 어쩌면 이런 사회에서는 '포스코의 왕상무' 같은 이들이 항공기에서 더한 난동을 부리지 않는 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배금주의(拜金主義): 재물을 지나치게 숭배하여, 모든 판단의 기준을 재물에 두고 그것에 집착하는 경향이나 태도

[포털사이트 Daum 국어사전 검색 결과]

 

짐작건대, 한국처럼 물질만능주의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사회도 그리 많지 않을 듯싶다. 가진자의 '미덕'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발견하기 어렵고,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대한 기본 개념도 없으며, 단지 가진자의 '횡포'만이 존재하는 사회. 쉬운 예로, 알바생이 한 시간을 일해서 단 한 끼도 제대로 사먹을 수 없는 사회가 바로 대한민국이다(웬만한 나라들은 전혀 이렇지 않다. 국가별로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시급을 받으면 1.5끼에서 2끼 정도는 사먹을 수 있다). 그런데 비정규직은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하게 늘어났고, '파리 목숨' 비정규직 중에 상당수가 서비스 업종의 감정노동자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보여준다.

 

[2013년 4월 23일 서울신문(좌), 2011년 11월 29일 경향신문(우)]

 

또한 우리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노동시간이 긴 편에 속하는 나라지만,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별로 높지 않은 곳이다. 쉽게 말해, 남들보다 오랜 시간 일을 하면서도 그렇게 길게 일하는 만큼의 돈은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그런데도 지금 이 순간, '대체휴일제' 도입은 난항을 겪고 있다). 게다가 정규직과 똑같이 일을 하고도 정규직의 절반 정도밖에 임금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서 아주 높은 축에 드는 반면, 이를 상쇄시킬 수 있는 복지제도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무척이나 취약한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비정규직 감정노동자들은 회사의 총알받이가 되어 매일같이 고객들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린다. 대한민국이 출생률은 가장 낮고, 자살율은 가장 높은 나라가 된 게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 특유의 '갑을관계'가 배금주의와 앙상블을 이루는 최악의 지점에 대한 얘기도 안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재벌-중소기업-하청노동자 등으로 이어지는 갑을관계는 돈과 힘을 가진 '갑'이 그렇지 못한 '을'을 향해 부당한 계약을 하고 불합리한 관행을 강요하는 문제를 일컫는데, 서비스 업종의 감정노동자는 여기서 '을'은 고사하고 '병'이나 '정'이 되는 게 보통이다(대형마트의 파견직 판매사원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니 언감생심 정당한 대우는 꿈도 못 꾸고, 기본적으로 고용관계가 비정상적일 수밖에 없으며, 일개 직원이 아니라 회사가 책임져야 할 일도 막무가내로 감정노동자에게 떠맡겨지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서, 일부 고객들은 단순한 판매자와 구매자 관계를 뛰어넘어 돈을 가진 구매 고객(갑)과 무조건 고객을 떠받들어야 하는 판매 직원(을)의 구도로 감정노동자들을 몰아세우기도 한다. 이 부분에서는 특히 '손님은 왕'이라는 케케묵은 구호가 큰 몫을 차지한다.

 

과연 손님은 왕인가?

 

서비스업에서 친절은 중요하다. 친절해서 나쁠 것 없고, 또 적절한 친절은 상당한 경쟁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전세계적으로도 단순히 친절함에 대한 평가는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게 일반적일 듯하고, 이보다는 서비스업 종사자의 전문성이나 시스템적으로 안정된 적재적소의 고객 응대가 훨씬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정작 필요한 전문성이나 적재적소 시스템에 대한 투자는 없이, 그저 말단 직원들의 과도한 친절함만 강요한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는 이게 회사 입장에서는 가장 쉽고 별다른 창의성이나 노력이 없어도 값싼 인건비로 대충 구색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 기업들의 서비스업 경쟁력은 진짜 형편없고 직원들을 향한 과도한 친절 강요는 네 명 중에 한 명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일방적인 희생의 악순환만 초래했을 뿐이다.

 

[2011년 3월 2일 한국일보 보도]

 

알다시피,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친절이라기보다는 투자와 혁신을 통해 뛰어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관광지는 특별히 '친절하다'는 평가가 없어도 매년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맛집은 딱히 친절하지 않아도 손님들이 줄을 선다. 이런 곳들이 성공하는 이유는 친절해서가 아니라 그 명성에 걸맞은 특색과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친절하면 더 좋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부분이다. 오히려 과도한 친절은 고객들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만들 수도 있고, 회사는 단순한 친절함을 혁신과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치명적 결함의 면피용으로 엉뚱하게 활용하게 될 수도 있다. 단언컨대, 이런 기업은 세계 무대에서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우리는 한국어 어법에도 맞지 않게 물건에 대해 "~ 되셨습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서비스 현장을 흔히 볼 수 있으며, 일에 대한 전문성은 떨어지면서 그저 얼굴에 경련을 일으킬 정도의 억지 미소만 짓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을 자주 만난다. 그러다 보니 고객들도 버릇이 잘못 들어서, 자기도 모르게 얼토당토않은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마치 '왕'인 고객으로서 그런 어처구니 없는 요구를 하고 직원들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는 게 별 문제 없는 듯한 심각한 착각을 하기도 한다. (감히 그러지도 못하겠지만) 외국에 나가서 한국 고객들이 우리 나라에서 하는 못된 버릇을 그대로 하면, 아마 대부분의 경우 굉장히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번에 포스코 왕상무처럼, 어쩌면 재수 없게 '추태 부리는 진상 한국인'이라는 타이틀로 뉴스를 타게 될지도 모르고..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최신 경영이론에서, 직원은 회사가 제일 먼저 만족시켜야 할 첫 번째 고객이다. 직원도 회사문을 나서면, 똑같이 회사의 고객이란 건 당연한 이치다. 그러므로 감정노동자들을 제물로 삼아 희생시킬 게 아니라 적정한 수준의 친절과 명확한 책임 소재 구분 등을 기본으로 정말 필요한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혁신과 투자가 대한민국 서비스업에 중요한 것이지, 덮어놓고 무조건 '고객은 왕'이라는 구시대적인 사고에 매몰되는 건 우리 모두에게 전혀 좋을 게 없다.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 그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 수직적 관계보다는 수평적 관계를 일반적으로 보는 시각 등이 부족한 사회는 절대 다수의 구성원들이 불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많이 자살하고 더 적게 아기를 낳는 사회를 원하는 게 아니라면, 우리들 각자가 불필요하고 과도한 외형적 친절(대부분 영혼 없는 친절이다)의 문제성을 스스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거대 조직인 회사가 먼저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 고객들부터 자기가 손님이라고 그저 유세를 떨 게 아니라 진정 합리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어딘지를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 '왕'도 잘못을 저지르면 목을 자르는 세상에, 서로가 서로의 고객인 상황에서 뭘 그렇게 '주종관계'에 집착하며 친절을 요구하는가? 평생 단 한 순간도 감정노동자가 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언젠가는 자신이 진상 부렸던 것 그대로 똑같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친절은 서비스산업의 본질이 아닐 뿐더러, 단지 친절하다고 해서 그 서비스의 질 자체가 좋은 것도 절대 아니다. 하루 빨리 우리 사회의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서, 회사는 감정노동을 하는 직원들을 착취하는 구조에서 벗어나고, 고객들 역시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잔인한 가해자가 되기를 당장 멈추어야 한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고객은 왕이 아니다!

 

우리 사회 어디에나 있는 왕상무와 그 주변인들에게..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 모두의 근본적 인식 변화 없이 그저 '냄비 근성'의 일회성 논란으로 그친다면 우리 사회는 계속 이모양 이꼴일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제2의 왕상무는 어디에나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되었다고 해서 이런 '진상'들이 금방 사라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주변에도 왕상무는 얼마든지 있다. 가족 중에 한 명일 수도 있고, 친구 중에 한 사람일 수도 있으며, 직장 동료 중에 한 명일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의 잘못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엄연히 우리 사회 불행함의 정도를 심화시키는 존재들임에도 불구하고, 공동체에서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이다. 제2의 왕상무와 그 주변인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는 잘 대해주지만 웨이터에게는 거만하게 행동한다면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웨이터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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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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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두존중받길 2013.04.23 13: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왕상무같은 경우가 매장에만 있지않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 대한민국 어디에도 있다
    알다시피 갑을관계가 업무상 계약관계로 한정되지 않는다
    특히 고용주들은 더욱 심각하다
    외부에서 맺은 관계야 일시적일 수 있지만
    일터에서 내부적인 왕상무들은 어찌해야 하는지
    스스로 높이고자하는 생각이 있다면 먼저 존중해야한다는 것을
    교육받지못한 무지랭이들이 넘쳐난다

  2. 이즈 2013.04.23 13: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대가 좀 지난 영화지만 핸드폰이라는 영화에서 X마트의 실장으로 나오는 악역의 직장 상황을 보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많이 연출됩니다. 영화 주제를 떠나서 X마트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진상 손님들을 보면 할말이 없습니다.

  3. jk 2013.04.23 18: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맛집 블로거나 동호회에 들어가보면 눈을 찌푸리게 만드는 글중에서

    아무리 맛있어도 친절하지 않으면 그 집은 싫다! 라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각외로 많더군요.
    맛만 있으면 됐지 친절까지 해야하는건지.. 이전에는 면상에다 욕해도 걍 먹었는뎅(욕쟁이 할매... ㅋ)

    걍 대충 살지 왜 그렇게 피곤하게들 사는지 모르겠다능... 밥먹으러 갔으면 맛만 있으면 되는거지... 쩝..

  4. jk 2013.04.23 18: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리고 한쿡의 서비스업이 비굴해진건 갑/을관계의 문제라기 보다는

    근본적으로 법을 안지키기 때문입니다.

    한쿡의 법은 상당히 훌륭합니다. 근데 안지켜지죠.
    특히나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합니다.

    미쿡같은경우는 법이 없지만(판례로만 판단함. 성문법이 기본적으로 없음) 고소하면 철저하게 지켜집니다. 아무리 사장이나 회장이라도 한번 고소당하면 정말 잘못했으면 일개 말단직원이라도 돈 왕창 물어줘야합니다. 그렇기에 함부로 대하지 못합니다.

    한쿡의 법은 적용할때 강자에게는 제대로 적용하지 않습니다.
    이건희만해도 사실 미쿡같은데서 이건희처럼 했으면 10년이상 감빵에 들어가야됩니다.
    근데 한쿡에서는 대충 적용하죠.

    이렇듯 사회적/권력적으로 약자들에게 불리하게 법적용을 하니
    불법적인걸 강요받고 자신의 권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거죠.
    이런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니 서비스업들이 굴종을 할 수 밖에 없는거죠.

  5. 모르세 2013.04.23 19: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에 잘보고 갑니다.

  6. 소리벌레 2013.04.26 11: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직 고객서비스 관련 전문 직무 종사자입니다.
    선생님 글에 많은 감명을 받아 페이스북 링크도 하고, 이렇게 댓글로 감사 말씀도 남겨봅니다.

    이런 좋은 글에 저도 조금 동참해서 부연 설명을 하나 좀 해볼까 합니다.

    우리나라 감정노동 근로자가 2011년 조사에서 940만명이었으니, 이미 천만명을 훌쩍 넘었을 겁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 특징적 변화가 이같은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예요.
    다시 말해, 사실은 이번에 알려진 것과 같이 소수의 "슈퍼 갑"이 부리는 행패에 약자들이 피해를 입는 것 말고도 이미 사회적으로 우리 보통의 대중들은 소비시장에서 자신도 모르게 "슈퍼 갑" 행세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것을 짚어본다면, 감정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입장이 바뀌었을 때는 자신이 한 것 만큼(또는 그 이상)의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보상 심리가 아주 강합니다.
    실제로, 소비자 불만 해소 업무 종사자들에게 가장 클레임 해결이 힘든 경우는 돈 많은 귀족도, 가난한 소시민도 아닌, 비슷한 업종의 상담 업무 종사자들입니다. 이들이 악성소비자(흔히 블랙컨슈머)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구요.

    감정노동자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지만, 사실 그런 것들 대부분이 개인의 편의 제공이나 "갑"인 척 대리만족 시켜주는 방안에 불과하기 때문에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는 것들이예요.

    우리나라 전반의 국민 의식과도 관련되는 문제이니 이래저래 마음만 아파오는군요.

    말이 너무 길어졌네요.
    좋은 글에 거듭 감사 말씀 드리구요, 선생님 앞날에 늘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7. FKI자유광장 2013.05.15 11: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정노동자에 대한 배려와 정책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