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으로 착취당하는 대한민국 젊은이들, 그 결과는 자살과 인구감소.

 

가장 최근의 공식적인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2012년에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1년 기준 자료), 통계 작성 이래 2011년에 대한민국에서 사망자수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이는 5년 연속으로 사망자수가 증가한 것이며, 인구구조 자체의 고령화가 가장 큰 원인이므로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극심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향후에 인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단언컨대, 현재와 같은 상태라면 우리 나라의 인구 감소를 막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고령화는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인데 비해, 저출산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최상의 복지국가들인 스칸디나비아의 나라들은 적극적인 출산장려정책에 힘입어, 출산율이 원래 1.5명 수준에서 단 10년 만에 약 2명 수준까지 상승했다. 사실 이 정도만 되어도 인구감소의 재앙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을 텐데, (각 국가별 장기전망을 제공하는 여러 해외 리포트들이 말하는 것처럼) 몇 세대 뒤에 대한민국이 멸망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쨌든 스칸디나비아 복지국가들을 롤모델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 10~39세 사망원인 1위가 '자살'

 

그리고 또 한 가지, 외면하고 싶지만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되는 사실이 하나 더 있다. 대한민국은 하루에 43.6명이 자살하는 나라라는 것.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표준인구로 계산한 한국의 자살률은 33.5명인데 이는 전세계적으로 봐도 거의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충격적인 자살률이며, 당연히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고 OECD 평균(12.9명)과 비교하면 무려 2.6배나 높은 수준이다. 자, 한 번 생각해 보자. 대한민국은 출산율도 1.23명(초저출산국 기준인 1.3명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참담한 수치)으로 OEC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데, 자살률도 세계 최고다. 이런 나라가 도대체 어떻게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2012년 9월 13일 파이낸셜뉴스 보도]

 

게다가 더 암울한 건, 40대 이상 장년층과 노년층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인데 반해 이보다 나이가 적은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사망원인 1위가 바로 '자살'이라는 것이다. 10대, 20대, 30대 모두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고, 20대는 전체 사망자 중에 절반 정도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인 20대에 사망하는 대한민국 국민 2명 중에 1명은 자살하는 셈이다. 도대체 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것일까? 과연 대한민국에서는 지금 이 순간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이번 포스트에서는 이와 관련된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전교 1등도 자살하는 나라

 

며칠 전인 지난 3월 25일 오후 4시 37분, 16살 고등학생 한 명이 부산의 자기집 아파트에서 투신해 자살했다. 이 아이는 투신하기 직전에 어머니에게 문자로 "제 머리가 심장을 갉아먹는데 이제 더이상 못 버티겠어요. 안녕히 계세요. 죄송해요"라는 글을 보냈다고 한다. 도대체 이 학생은 왜 투신할 수밖에 없었을까? 졸업생 가운데 100여 명이 소위 말하는 SKY대에 합격하면서 전국적으로도 손꼽히는 자율형사립고에 다녔고, 지난 13일 모의고사에서는 2학년 인문계에서 전교 1등을 하기도 했으며, 1학년 땐 반장으로 2학년에서는 부반장을 맡았던,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모범생이 왜 자살했을까?

 

투신한 학생이 다닌 학교는 전교생 1380여명 가운데 220명가량이 방학 때도 기숙사에서 지내며 공부하는 학교라는데, 이 아이도 겨우 주말에만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걸로 보인다(학교는 경북에 있고, 집은 부산이었다). 과연 이게 정상적인 10대의 생활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건 한마디로 공부하는 기계에 불과하다. 이게 제대로 사는 건가? 아마 모르긴 몰라도 다른 나라의 10대와 학부모들이 이 광경을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할 듯하고, 분명히 누군가는 청소년 인권과 착취 문제를 들며 분노하지 싶다. 도대체 대한민국 어른들은 왜 이렇게 아이들의 인권을 무시하며 마구 착취하는 것일까?

 

관련 보도에 따르면, 2011년 12월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대구 중학생(14)이 목숨을 끊은 이후, 학교폭력이나 성적 스트레스, 가정 문제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고교생이 대구에서만 무려 14명, 경북지역에서는 이 아이까지 포함해서 12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쯤되면, 10대들의 자살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 "전국 곳곳에서 선행학습에 몰두하는 학원들을 먹여 살리는 수많은 학생들은 교육이 아니라 뇌에 놓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있는 것"이라는 어느 선생님의 말처럼, '교육'이 아니라 '사육'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10대는 지금 너무나 불행하다. 이러니 1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 아닐 수가 있겠는가?

 

[사진자료: 연합뉴스]

 

농노리아(롯데리아), 등골뻬네(카페베네).. 20대에 대한 노동력 착취

 

흔히 말하는 '알바'를,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해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 것이다. 현재 최저임금인 시급 4860원을 받으며 하루 8시간, 주 5일을 꼬박 일해서 (현실적으로 쉽게 받기도 힘든) 주휴수당까지 포함해 봐야 한 달에 겨우 100만 원 내외를 받을 수 있을 뿐이고, 요즘과 같이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기가 부모님 집에서 생활하지 않는 한 매달 비싼 월세를 내야 하는 입장에서는 무척 궁핍할 수밖에 없으며, 등록금 대출 상환까지 감안하면 언감생심 저축은 꿈도 꾸기 힘들다. 그나마 이것조차 최저임금을 정상적으로 받을 때 말이다. 법적으로 보장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4대 보험 역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프랜차이즈 대기업의 횡포에 고통 받는 알바생과 가맹점주들 사이에는 '농노리아', '등골뻬네'라는 말이 있다. '롯데리아'는 극심한 노동 강도와 최저 수준의 임금 때문에 알바생들 사이에서 농노리아로 불리며 악명이 높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마구잡이 확장사업을 벌이며 기본적인 상권보호도 하지 않는 '카페베네'는 가맹점주들조차 최소한의 이득도 얻기 어려워서 '등골뻬네'라는 별칭이 붙었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광풍이 불었던 커피 프랜차이즈(전문점이라 부르기도 낯뜨겁다)는 언제고 한 번은 큰 재앙을 맞을 걸로 보인다. 이미 카페베네는 3월 초에 더 이상 가맹점 확장을 하지 못하고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농노리아와 등골뻬네 등에서 일하는 20대 알바생들은 밥 한 끼 굶는 걸 예사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쯤에서 진지하게 좀 물어보자. 한 시간을 일해서 받는 4860원으로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한 끼를 사먹을 수 있는가? 요즘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보통 5000원이 넘고, 편의점 도시락도 몇천 원은 하지 않나? 알바생에겐 최저임금이 사실상 최고임금인데, 한 시간을 일해서 밥 한 끼도 사먹지 못한다면 분명히 뭔가 잘못된 것이다(웬만한 나라들은 이렇지 않다. 국가별로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시급을 받으면 1.5끼에서 2끼 정도는 사먹을 수 있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최저임금은 시급 1만 원 선이다. 그래서 아르바이트 노동자 단체인 '알바연대'는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알바연대 홈페이지(http://alba.or.kr)

 

대한민국은 자살률도 세계에서 제일 높지만, 비정규직 비율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무려 절반에 육박하는데, 이들은 정규직에 비해 임금이 거의 절반에 불과하다. 우리 나라는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 수준이 낮은 비정규직의 비율이 자살률 만큼이나 높고, 특히 20대 이하 비정규직과 60대 이상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서 청년층과 노년층의 빈곤이 극심한 것이다. 게다가 노동시간 역시 세계에서 제일 긴 편인데, 그 반면에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별로 높지 않은 곳이다. 쉽게 말해, 남들보다 오랜 시간 일을 하면서도 그렇게 길게 일하는 만큼의 돈은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게 노동력 착취가 아니고 도대체 뭐란 말인가? 20대에 대한 노동력 착취가 일상화된 국가의 미래는 정말 암울할 수밖에 없다.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과 인구감소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미래는 별로 밝지 않다. '사육' 받는 10대들과 '착취' 당하는 20대들.. 일상적으로 경쟁교육에 시달리는 동시에 왕따와 학교폭력의 먹잇감이 되는 10대들은 전혀 즐겁지 않다. 그렇다고 20대가 된다고 상황이 나아지느냐 하면, 이것도 절대 아니다. 비싼 대학등록금은 대출로 마련해야 하고, 그 대출금 상환을 위해 최저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알바 때문에 노동력을 착취당해야 한다. 졸업 후에는 취업을 해야 등록금을 갚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기껏 취업을 해봐야 비정규직이기 일쑤고, 추가수당도 잘 안 주는 야근과 주말근무가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주변에 누군가 돈을 대주지 않으면 30대에 자기집을 마련하기 어렵고, 불안한 미래는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을 망설이게 만든다. 출산율 1.23명과 하루 자살자수 43.6명이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항상 경쟁만 시키며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비정규직으로 노동력만 착취당하는데,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도대체 무슨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그냥 다 포기하고 혼자살기로 마음 먹어도, 몽상가처럼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면 기본적인 생활 자체가 위태로울뿐더러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기적이다'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그 어떤 젊은이가 행복할 수 있을까? 요즘은 누가 자살해봤자 뉴스에도 잘 안 나오지만, 젊은이들의 신병비관 자살은 너무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10대부터 30대까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고, 그 중에서도 20대 사망자의 절반이 자살이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지 않고 자살하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 어쩌면 우리 나라의 인구감소는 필연적이다. 각 국가별 장기전망을 제공하는 여러 해외 리포트들의 예상처럼, 몇 세대 후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아예 사라져버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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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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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손정란 2013.03.29 10: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겠더군요..내 위치의 불안함...저 뿐만 아니라 한국사람들 대부분이 이 불안감을 가지고 고통받고 있군요.. 모두가 잘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주변에서 보면 모든 것이 경제논리와 경쟁에서 앞서가느냐 퇴보되느냐로만 평가기준이 되더군요..남과 끊임없이 비교대상이 되어가며 그 기준에 맞춰가기가 이제 버겁습니다. 이러한 것을 개인의 문제로도 해석할 수 있고 님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풀어야할 문제로 해석할 수도 있지요.. 어쨋든 즐거운 삶, 좋은 삶, 의미있는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여러가지 각도에서 조명하고 빨리 해결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2. 안타까운이 2013.03.29 11: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안타깝습니다....
    다른 물가는 다 오르는데 인건비는 오르지 않는 기현상을 누가 설명 좀 해주세요.
    한창 혈기왕성할 나이에 자살밖에 선택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
    정말 대한민국에 희망이란게 있나 싶네요.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3. 참교육 2013.03.29 12: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막힌 현실입니다.
    양극화현상 그리고 대학서열화....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입니다.

  4. sephia 2013.03.29 12: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까지 노동력 착취가 이뤄질지... 답이 안 나옵니다.

    국가가 젊은이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꼴입니다. 이건 진짜로요.

  5. 세상관찰자 2013.03.29 13: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과거에는 모두가 가난해서, 희망이란 큰 빛을 보고 다같이 달려나갔다.
    마치 서버를 방금 오픈한 온라인게임처럼.
    모두가 부자가 되기위해 그렇게 희망차게 달려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출발선이 다르다.
    시스템전체가 바뀌어버렸다. 방금 시작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모든걸 구속당하고 착취당한다.

    손톱만큼의 희망을 주고 그렇게 달려나가게한다.
    그 작은 희망이 사라졌을때 젊은이들은 죽는다.

  6. 오호통재라 2013.03.29 14: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슴시린 진실을 이야기하고 계시는군요..공허한 기득권층들의 말잔치만 있을뿐 이러한 슬픈 현실은 심화되어 갈것입니다. 결국 소수의 조선시대 사대부와 대다수의 조선시대 노비가 존재하는 사회가 될것입니다.
    세계화와 경쟁력 우선이라는 명제가 자유민주주의라고 믿는자들이 이땅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한말입니다. 어쩌면 이 나라는 인구감소로 망하는것이 아니라 다른나라에 흡수당해 지도상에 사라지는것이 더 빠를수도 있습니다. 패망한 월남이 그 예입니다. 기득권층들의 부정부패와 만행이 극에 다다르면 민초들은 나라를 포기합니다. 더이상 기대할게 없는데 무엇때문에 나라를 지키려 노력하겠습니까? 월남패망은 월맹의 우월한 군사력이 아니라 월남국민들 스스로 나라를 포기한 결과입니다. 이 나라의 미래는 지연, 학연을 통한 부정부패의 척결과 철저한 응징, 기득권층의 특혜적 법적용을 엄벌하는 특단의 조치만이 살길입니다. 그런데 누가할까요? 이를 집행하고 감독할 기득권층 스스로의 문제인데요... 애국적인 혁명가를 기다리는 우리 국민들의 처지가 너무 안타깝습니다... 깨어있는 국민 하나하나가 다수가 되는 날이 너무 멀군요...

  7. Deflame 2013.03.29 15: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좀 어중간한.. 위치에 있지만 가능성을 보이는 사람들은 해외진출을 고려하고 있지요.. 이 사람들은 향후에 우리나라가 잘하냐? 못하냐? 에 때라서 자원이 될 수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우수한 인력의 해외유출입니다.

  8. Lipp 2013.03.29 19: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외면하고 싶은 그림이지만 불행하게도 우리의 현실이네요...
    참담하고 씁쓸하고 안타까운 한국의 모습 ... 슬프네요.
    사회구조적인 문제니만큼 국가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야하지 않을까요 ..
    서로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기엔 문제의 심각성이 너무 큽니다 --;;;;

  9. 2013.03.30 16: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0. -_- 2013.04.06 10: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샌 젊은이들이 전쟁에 희망을 품기도 하더군요. 하하하 전쟁할 때가 무르익었어요.

  11. ㄱㄱ 2014.09.10 22: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러는데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버티는게 다행인줄 알아야죠. 꼭 100%동일하다고 보고 싶지 않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월남과 다를바가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