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과 대중의 관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인한 근본적 변화에 대하여..

 

바로 어제 Social Network Service(SNS)로서 대표적 플랫폼인 트위터에서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끄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각 국가별로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선호도가 약간 다른 것 같다. 어떤 나라에서는 트위터보다는 페이스북이 더 인기를 끄는 반면, 한국에서는 그 반대로 트위터가 좀 더 활발한 듯하다). 세계적인 인권단체인 엠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국제사면위원회)의 첫 한국인 집행위원을 지냈고 한국지부 이사장을 했던 한 인권운동가(이 포스팅의 취지에 맞게, 굳이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겠다)가 젊은 여성을 향해 성희롱을 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일은 여러 언론에서도 기사화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서도 계속해서 상당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단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좀 정리해 보면, 한 20대 여성 트위터리안이 유명 인권활동가로부터 자신이 성희롱을 당했다는 걸 SNS를 통해 폭로했고,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대표적인 인권운동가이자 대학교수인 당사자(파워트위터리안)가 이 사실을 SNS를 통해 인정했으며, 앞으로 자숙의 시간을 갖고 부도덕한 처신에 대한 반성을 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사건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 정도인데, 그 외에 각종 언론에서 선정적으로 다루고 있는 관련자의 성적 취향에 대한 이야기들이나 'DS(domination 주인, submission 노예) 관계'에 대한 가십은 그저 곁가지에 불과하다. 이 사건의 핵심은 유명인이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서 소위 말하는 일반인에 대해 성희롱을 한 것인데, 주목할 만한 사항은 이 일의 주된 무대 자체가 Social Network Service였다는 점이다.

 

자, 성희롱의 피해 여성이 "난 유명 인권운동가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라고 말했고,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은 "자숙의 시간을 가지고 반성하겠다"라고 인정했다. 분명히 성희롱이 있었고, 지극히 부도덕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법적 처리와는 별개로, 이 사건의 성희롱 여부나 도덕적 판단에 대해서는 따로 할 얘기가 별로 없다. 그저 반복적 확인의 의미가 있을 뿐, 실질적으로 논쟁을 벌일 만한 특별한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다른 트위터리안들에 의한 '2차 가해' 등과 같은 논란이 있겠지만, 이것 역시 다른 모든 사회적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부수적인 파열음에 불과하다. 쉽게 결론지어질 사안도 아니고, 단번에 해결될 성질의 것도 아니다. 그냥 우리 사회 자체가 원래부터 안고 있던 고질병이 여러 다양한 사람들의 입을 통해 터져나오는 것이다.

[비단 이 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2차 가해가 너무나 비일비재한 건 정말 심각한 문제다]

 

[2013년 3월 21일 국민일보 보도]

 

어차피 유명인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

 

우선 이번 일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을 잠깐 적어보자면, (성희롱에 대한 당연한 환멸과 그나마 강간과 같은 직접적으로 물리적인 범죄 행위가 없었다는 점에 대한 일말의 다행스러움 등을 다 빼고 나면) 솔직히 좀 우스운 생각도 들었다. 과연 이 사건이 그렇게 충격적인 일일까? (물론 심각하게 잘못된 일이다) 관련 기사들도 그런 식으로 다루는 게 꽤 있는데, 인권활동가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게 무슨 전무후무한 사상 초유의 일인 것처럼 써놓고 대중이 엄청난 충격과 함께 일파만파 사건이 거대한 파문을 일으킨 듯이 말하고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좀 놀라긴 했을 것이다. 하지만 '놀라움'을 넘어 진짜 '충격' 받을 만한 일인지는 의문이다. 우리 모두 다름 아닌 대한민국에서 보고, 듣고,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면 말이다.

 

가치판단을 제쳐놓고 그냥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이 정도 성희롱은 대한민국에서 그리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범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서 계속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며, 우리가 아는 사람들 중에도 이런 파렴치한 범죄의 가해자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단지 피해자들이 여러 가지 복잡다단한 사정으로 말미암아 문제 삼지 않는 것일 뿐, 좀 심하게 말하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이다. (남성에 대한 성희롱은 일단 차치하고) 대한민국에서 돈과 권력이 있고 나이가 더 많은 남성이 자기보다 힘이 없고 나이 어린 여성을 향해 성희롱을 하는 행위는 (우리의 어머니, 누나, 여동생, 여자친구를 생각하면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오르겠지만) 그다지 충격적인 일이 못 된다.

 

그러면 결국 성희롱의 가해자가 유명 인권운동가이자 대학교수이자 파워트리터리안이라는 문제가 남는데, 이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한 번 논해 보자. 먼저 가장 간단한 '대학교수'라는 타이틀. 글쎄, 우리 사회에서 대학교수라는 직업이 특별한 존경을 받던 시대는 애저녁에 끝나지 않았나? 대학교수라고 뭐 별다른 게 있을 거라는 생각은 벌써 종말을 고했다. 이제까지 대학교수에 의한 성폭력 사건들도 많이 보도됐고, 대학교수들의 부도덕함을 만천하에 알린 다양한 범죄들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대학교수가 여성을 성희롱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리 충격적일 게 없는 셈이다.

 

다음으로, 유명 인권운동가라는 타이틀. 유달리 한국 사회에서는 인권운동이 주로 좌파와만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것만으로도 소위 말하는 우파들의 공격 빌미가 되는 경우도 있는 듯한데, 본질적으로 어떤 사람이 하는 일과 그 사람의 됨됨이 하고는 사실 직접적인 연관 관계가 없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우리는 수많은 개신교 목사들의 혐오스런 범죄 행위들도 봐왔지 않은가? 인권활동가들도 마찬가지다. 인권단체에서도 각종 충돌이 벌어지고, 일반 범죄도 발생하며, 심지어는 성폭력 사건도 일어난다. 자주 보도되지 않아서 그렇지 여성 인권운동가들이 성폭행을 당하는 일도 있고, 일반 사회의 집단보다는 덜 하겠지만 성희롱도 벌어진다. 그러니 인권활동가라고 해서, 또 가해자가 유명하다고 해서 특별히 충격 받을 일은 아닌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어떤 사람이 하는 일과 그 사람의 됨됨이 하고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위치가 아니라, 그 사람이 그 일을 어떻게 수행하는지가 중요하다.

 

 

유명인에 대한 대중의 환상과 SNS

 

여기서부터는 인권활동가이자 대학교수라는 기존의 타이틀에 더해서 파워트위터리안이 된 유명인에 대한 대중의 환상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용자들에 대해서 좀 얘기해 보자. 앞서도 말했지만, 대학교수라거나 인권운동가라는 타이틀이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이것은 원래부터 그랬고, SNS의 존재 여부와는 상관없이 근본적으로 그렇다. 그러므로 과거에도 이와 관련된 성희롱은 언제나 있어 왔다. SNS를 빼놓고 보면, 이번 사건 자체가 그렇게 특별한 건 없는 셈이다. 예전부터 우리가 뉴스에서 흔히 보던 바로 그런 성희롱 사건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유명인이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서 소위 말하는 일반인에 대해 성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범죄는 항상 일어났던 일이다. 그런데 SNS 시대가 되면서 뭔가 좀 다른 점들이 여기에 추가되었다고 보는 게 적절할 것 같다.

 

SNS가 활발하게 사용되기 전에는 일반인이 유명인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상당히 제한되어 있었다.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경우도 별로 없었고, 유명인이 수많은 일반인 중에서 유독 한 개인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는 경우도 흔치 않았다. 그런데 SNS가 활성화되면서 일반인이 유명인과 개인적인 관계로 연결될 수도 있게 되었고, 서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우사인볼트 같은 유명 운동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우리는 그에게 직접 축하 인사를 건넬 수 있는 것이다(우사인 볼트의 트위터 계정에서는 그가 런던올림픽 200미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직후에, 무려 분당 8만 건의 트윗을 기록했다고 한다). 원래부터 대중은 유명인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그것이 SNS 시대가 되면서 좀 더 실체적인 방식으로 발현될 수단을 가지게 된 셈이다.

 

 

하지만 대중의 환상이 SNS 시대가 된다고 해서 곧바로 사라지지는 않듯이, 파워트위터리안이라는 위치와 그 사람의 됨됨이 역시 별로 상관이 없다. 이는 능력 있는 사람이 꼭 좋은 사람이 아닌 것과 비슷하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나쁜 사람이 있고, 능력은 별 볼 일 없지만 심성이 바른 사람도 있는 것이다. 유명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좋은 사람일 리가 없으며, 그저 우리와 똑같은 인간일 뿐이다. 그런데 과거와는 달리, SNS를 통해서 일반인이 유명인과 사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통로가 확대되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앞으로 유명인과 일반인 사이에 이번 사건과 유사한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하는 경우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왜 안 그렇겠는가? SNS 시대에도 유명인의 위세와 대중의 환상은 아직도 건재한데..

 

특히 (일반 사회와 마찬가지로) 돈과 권력이 있고 나이가 더 많은 남성(유명인)이 자기보다 힘이 없고 나이 어린 여성(일반인)을 향해 성희롱을 하는 범죄는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건 말하기가 상당히 조심스러운데, 도대체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성별이 여성인 유명인에게 '일반인 남성'이 가지는 환상보다는 남성 유명인에게 '일반인 여성'이 가지는 환상이 상대적으로 좀 더 진지한 듯하고 그래서 이런 경향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비교적 좀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원래부터 기존에 힘을 가진 남성에 의한 여성 성희롱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는 SNS 시대에도 그대로 이어질 공산이 큰 것이다. 관련 보도를 통해 상세한 내용을 읽어보면 누구나 그런 느낌을 받겠지만, 이번 사건도 대중의 환상과 (일반인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유명인의 저급한 수준 그리고 SNS의 결합이 촉발시킨 측면이 있다.

[노파심에 분명히 말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내용들은 성희롱 피해자의 책임을 운운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본질적인 차원의 얘기다]

 

[블로터닷넷 2013년 1월 27일 <2012년 소셜 브랜드 1위 ‘트위터’> 기사 내용 중 일부 캡처]

 

SNS 시대, 유명인에 대한 대중의 생각도 점차 바뀔 것이다

 

이쯤에서 잠깐 기억을 더듬어 보자. 불과 5년 전, 베이징 올림픽 때가 어땠는지 생각나는가? 2008년에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이 요즘처럼 이렇게 대중화되어 있었는가? 그리고 SNS는 어떤가? 지금처럼 광범위하게 활성화되어 있었는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전통적인(?) 방식의 올림픽 감상이 일반적이었고, 기껏해야 데스크탑PC를 활용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작년 런던 올림픽은 완전히 달랐다. 텔레비전이나 PC 모니터 화면에 눈을 고정한 채 굳이 한자리에서 올림픽을 감상할 이유가 없었고, 모바일로 언제 어디서나 경기를 볼 수 있었다. 메달리스트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전세계의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시간과 장소를 막론하고 지구촌 사람들은 SNS를 통해 올림픽 참가선수들에게 직접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베이징 올림픽과 런던 올림픽 사이, 겨우 4년 만에 세상은 이렇게 크게 변한 것이다.

 

오늘날 SNS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고, 앞으로도 더 다양하게 더 많이 우리의 생활에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해 보인다. 대부분의 유명인들도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대중 역시 SNS를 통해 유명인과 관계를 맺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모든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유명인과 일반인의 이런 SNS 관계도 우여곡절이 있고, 여러 가지 오해와 변명 또 만남과 헤어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로, 얼마 전에 있었던 유명 아이돌그룹 멤버들 간의 SNS 충돌과 탈퇴 또 이를 옆에서 지켜본 팬들의 이합집산을 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기획사의 바보같은 구닥다리 대처가 문제를 더 키웠는데, SNS 시대에는 옛날처럼 이런 식으로 실체를 가린 채 일방통행하는 방법으로는 절대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기본적인 솔직함과 직접 소통이 필요하다]

 

이제 막 시작 단계인 SNS 시대에는 일반인과 유명인의 개인적이면서도 공개적인 갑론을박과 논란·화해가 비일비재할 것이며, 상시적으로 관련 기사들이 우리의 뉴스 화면을 채울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은 시작될 때 언제나 시끌벅적하기 마련이고, 이런 과도기적 단계가 지나면 어느 정도 사회 전반적인 정리가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SNS 시대도 지금은 좀 불안정하지만 (결국 똑같은 사람인) 유명인에 대한 일반인의 생각을 서서히 바꿔놓을 테고, 대중과 유명인의 관계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어떤 대상과 가까워지면, 그 순간 환상은 사라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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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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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페퍼코카 2013.03.23 09: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성희롱이 흔하다고 해서 그냥 당연하듯이 넘어갈일은 아니지 않을까요.. 그리고 유명인이에 대한 환상이라기보다는 공인이나 유명인의 위치에 있으면 더 모범을 보이는 게 개인적으로 맞다고 생각합니다.

    • 아서정 Arthur Jung 2013.03.23 10: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크게 충격 받을 만한 일이 아니란 것'과 '그냥 당연한 듯 넘어가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지요~
      개인적으로 '유명인'과 '공인'은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