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를 40일 앞두고 4인방과 함께 멘붕을 드러낸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캠프.

 

요즘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캠프는 뭔가 이상하다. 그냥 좀 이상한 게 아니라, 아주 많이 이상하다. 제18대 대통령선거일이 12월 19일 수요일이니까 이제 40일밖에 안 남았는데, 선거캠프에서 활동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진짜 가관이다. 안 그래도 문재인과 안철수의 야권후보 단일화 이슈에 모든 유권자들의 관심이 몰려있는 상황에서, 박근혜의 총지휘소라고 할 수 있는 새누리당 대선캠프가 내부에서부터 심각하게 곪아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선거캠프의 문제를 얘기한다면 대표적으로 4인방(정준길, 주성영, 박선희, 김재원)을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들은 유권자들의 기억 속에 결코 좋지 않은 이미지로 남아있으며 또 각 사건이 벌어진 지도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런 인물들이 박근혜 대선캠프의 핵심에 있는지 도무지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안 되지만, 어쨌든 바로 이게 박근혜 캠프의 현주소이니 그 내용을 한 번 찬찬이 살펴보는 것도 꽤 흥미로울 듯싶다.

 

 

안철수의 대선 불출마를 협박했던 정준길의 귀환

 

지난 9월 초, 박근혜측 정준길 당시 공보위원이 안철수측 금태섭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안철수의 대선 불출마를 '협박'했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박근혜측도 인정했는지(만약 다른 나라였으면 박근혜 후보의 사퇴까지 직접적으로 거론되지 않았을까 싶다), 정준길은 금태섭의 기자회견이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아래 이미지에서 보듯이, 새누리당 관계자들도 이 사건이 '협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새누리당이 이때 얼마나 급했는지, 정준길의 긴급 기자회견과 사의 표명도 안철수측의 발표가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단 몇 시간만에 초고속으로 이뤄졌고, SNS상에 들리는 풍문에 따르면 심지어 어느 유력한 포털사이트는 정준길의 프로필에서 소속정당 정보를 단 2시간만에 삭제하기도 했다고 한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표현이 이보다 더 잘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별로 없지 않을까 싶다.

 

[상: 9월 5일 박근혜로부터 공보위원 임명장을 받은 정준길(출처: 오마이뉴스 박정호 기자 트위터 @JUNGHOPARK)

하: 사진자료 - 뉴스1, 2012. 9. 6 <'안철수 협박' 황우여에게 날아온 긴급 메시지>]

 

그런데, 바로 이 정준길이 새누리당으로 되돌아왔다고 한다. 원래는 새누리당 서울시당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의 '깨끗한선거추진본부' 본부장으로 임명될 뻔했으나, 아니나 다를까 곳곳에서 큰 논란이 일었단다. 왜 안 그렇겠는가? 상대후보의 불출마를 협박했던 사람이 무려 깨끗한선거추진본부장이라니, 이건 정말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러자 결국, 최근의 보도를 보니 정준길 전 공보위원은 서울시당 지역갈등해소제도화 본부장으로 재기용 됐다고 한다. 새누리당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정준길은 현재 당협위원장이어서 이 역할을 맡은 것이라고 하는데, 대선을 40일 앞둔 시점에서 과연 그가 '지역갈등 해소 제도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성매매 의혹으로 총선에 불출마했던 주성영의 귀환

 

지난 2월 말, 성매매 의혹과 관련하여 여성단체의 진정으로 인해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게 되자 새누리당 주성영 전 국회의원(대구 동구갑)은 19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새누리당 대구시당 위원장이었던 주성영은 작년에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새누리당 간사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결국 성매매 의혹으로 인한 검찰의 수사를 앞두고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에서 재선에 만족해야 했던 것이다. 게다가 '성매매'라는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 불거져 나온 만큼, 주성영 전 의원은 국민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듯했다.

 

[사진자료: 연합뉴스, 2012. 2. 25 <19대 총선 불출마 선언하는 주성영 의원>]

 

하지만 새누리당 대구시당 위원장을 역임한 사람은 역시 특별했다. 아무리 성매매 문제였다고 해도 그는 다시 돌아왔고, 최근 보도에 따르면 주성영 전 의원은 무려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유세지원단장'으로 내정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주성영은 오는 27일부터 시작되는 대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직접 박근혜 후보와 전국을 동행하며 유세지원에 나설 예정이란다. 안 그래도 새누리당은 그 동안의 악행으로 인해 '성(性)누리당'이라는 별칭으로까지 불리고 있는데, 성매매 의혹으로 총선에 불출마한 사람을 대선 기간 중에 박근혜의 바로 옆에서 유세지원을 하게 하다니, 정말 어이가 상실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4.11 총선 토론 중 갑자기 퇴장했던 박선희의 귀환

 

지난 3월 말, 새누리당에서 안산상록구갑 지역구에 출마한 박선희 후보는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후보자 토론회 도중 갑자기 퇴장하며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 사건은 총선 정국에서 집권여당 관계자들의 연이은 토론회 도망 릴레이의 정점을 차지했고, 국회의원 선거가 끝날 때까지 계속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후보자 합동토론회는 예정보다 약 30여 분 일찍 끝났고,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편집없이 원본대로 방영하기로 했다고 한다]

 

[사진자료: 한겨레]

 

그런데 토론회에서 도망간 뒤에도 계속 새누리당 안산상록갑 당협위원장으로 있던 박선희는, 최근에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 산하 '세대통합본부 2030 미래개척단' 공동단장으로 임명되었다고 한다. 도대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캠프에는 무슨 본부나 위원회가 어찌나 많은지, 정책 개발은 뒷전이고 그저 관련자들 임명장 만들어주는 데에 시간을 다 보내는 게 아닌가 싶다(10월 31일 새누리당 중앙당 4층 대회의실에서 100%대한민국 대통합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이 있었단다). 어쨌든 2030 미래개척단 공동단장에 임명된 박선희는 "2030이 정책의 주체가 되어서 표몰이 대상이 아니라 실체적인 정책입안과 정책제안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임명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고 한다. 과연, 새누리당의 2030은 진짜 정책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

 

대변인 취임 직전 취중 막말 파문을 일으켰던 김재원의 귀환

 

지난 9월 말,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부터 박근혜 후보를 바로 옆에서 보좌하며 친박(친박근혜)의 핵심으로 알려져 있는 김재원 의원(경북 군위군 의성군 청송군)은 당 대변인에 내정된 상태였다. 그런데 그는 임명 직전, 기자들을 초청해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기자들에게 막말을 해서 논란이 불거졌다. 또한 바로 그때 김재원은 "박 후보가 정치하는 목적이 아버지 명예회복"이라고 말함으로써 큰 파문을 일으켰으며, 이에 깜짝 놀란 새누리당은 대변인직 임명을 결국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새누리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박의 핵심 인물이 당 공동대변인으로 내정되자마자 엄청난 사건을 저질렀고, 미처 임명장을 받지도 못한 채 자진사퇴한 것이다.

 

[사진자료: 연합뉴스, 2012. 9. 27 <박근혜 후보 지나는 김재원 의원>]

 

하지만 박근혜의 총애를 받는 인물은 역시 남달랐다. 김재원은 최근에 새누리당 대선기구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총괄간사 자격으로 기자들 앞에 다시 나타났으며, 이제 공식적으로 박근혜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활동을 재개했다고 한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는 박근혜 후보와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의 직간접적인 추천에 의한 것이라는데, 아무리 김종인과 박근혜가 소위 말하는 '경제민주화' 공약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고는 하나 결국 두 사람은 김재원을 통해 새누리당 선거캠프 용인술(用人術)의 결정적인 한계를 똑같이 드러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대선을 불과 40일 남겨놓은 현시점에, 이렇게 아예 대놓고 '친박근혜당'이라는 걸 만천하에 드러내다니..

 

이상으로, 새누리당 대선후보 박근혜의 선거캠프가 말 그대로 멘붕이라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는 4인방(정준길, 주성영, 박선희, 김재원)의 복귀에 대해 한 번 정리해 보았다. 새누리당 대선캠프에는 지금 상대후보의 불출마를 협박한 인물도 있고, 성매매 의혹으로 총선에 불출마했던 사람도 있으며, 공식 토론회를 하다가 도망간 인물도 있고, 공동대변인에 내정되자마자 파문을 일으켜 자진사퇴한 사람도 있다. 새누리당이 대선에서 정말 승리하고 싶다면, 최소한 대통령선거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이들과 좀 거리를 두고 자중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캠프에서는 단지 '친노'라는 이유만으로 캠프 관계자들이 일괄 사퇴하고, 무소속 안철수 캠프에서는 일부러 기존 정치인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기까지 하는데,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는 이렇게 문제 있는 인물들을 사고 발생 후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서 임명장을 주며 중용하고 있다. 이런 어이없는 상황을 박근혜 본인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현재 대한민국의 차기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박근혜와 2013년 재집권을 노리는 새누리당. 아직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지도 않았고 누가 당선될지도 전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이렇게 인사의 난맥상을 드러내는데, 만에 하나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라도 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되겠는가? 지난 5년 동안 이명박 정권의 '강부자(강남 땅부자)',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내각에 그만큼 시달렸는데,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오로지 '친박', 더 나아가 '유신' 내각이 들어서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집권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임명해야 될 자리가 많은데 당선 전에도 이렇게 엉망진창 개판이면, 대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오륀지'와 같은 난리가 반복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흔히 이렇게들 말하지 않는가? '인사가 만사다' 새누리당 이명박 정권의 인사는 최악이었고, 대한민국은 심각하게 퇴보하고 말았다. 제발, 또 다시 오륀지처럼 (향후 5년을 절망으로 몰아넣는) 황당한 소리를 듣지 않게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웃한의사 2012.11.09 09: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mb재임기간동안 퇴보한 민주주의가 이번 대선을 통해 좋은 대통령을 뽑아
    다시 회복되고 발전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이분은 그런 의미에서 정말 아니지...싶습니다..ㅎㅎ

  2. Hansik's Drink 2012.11.09 09: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
    즐거운 주말을 보내세요~

  3. 제주바당 2012.11.09 10: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누리당에 그런인물들밖에 없으니 내세우는 사람들도 죄다 그런거지요.
    이런 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가 참 어렵지만 그게 그걸 의도하고 국민을 세뇌한 권력자들이 만든결과인것이지요.그 결과가 역사를 얼마나 후퇴시키고 국민을 얼마나 바보로 만들었는지 알면 좋으련만...

  4. +요롱이+ 2012.11.09 13: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흥미롭게 잘 보구 갑니닷..!!

  5. 단버리 2012.11.09 19: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 갑니다~
    신나는 금요일 저녁 되세요~

  6. 리빌스 2012.11.09 22: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간이 지날 수록 갈수록 수준 드러나내요. 하지만 박근혜 후보의 지지는 절대적인 지지가 많아서 이런 일이 있어도 ..; 안철수 후보나 문재인 후보였다면 .. 어휴 조중동에서 난리를 쳤겠지요.

    -잘못 쓰인 말 수정.

    • 아서정 Arthur Jung 2012.11.09 22: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부동층(浮動層): 선거나 투표 때, 지지하는 대상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지 않아 일시적 기분이나 상황 등의 변화에 따라 뜻을 바꾸는 사람들을 하나의 무리로 묶어 이르는 말.

    • 리빌스 2012.11.10 00: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잘못 알고있었군요 ㅋㅋ;; /// (12:18 수정) 제가 생각한 의미로의 용어가 찾아보니 고정표라는 말이 있었네요. 不動으로 생각했었는데 浮動이 맞는 말이군요; 잘못된 지식 고치고 갑니다. -본 댓글엔 삭제할께요 ㅋㅋ;;

    • 아서정 Arthur Jung 2012.11.11 21: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박근혜의 '묻지마 콘크리트 지지표'는 고정표라고 말하기도 창피한 수준이죠..;;;;

  7. 아레아디 2012.11.11 12: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고 가네요...
    행복한 주말 되셨으면 해요~

  8. sephia 2012.11.11 13: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윗물이 맑아야 하는데 이건....

  9. 새됬어 2012.12.20 09: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 민주당이다~전라디언이다 하고 적었네요
    주성영 의원만하더라도 무혐의로 판결난걸 재탕하시다니^^;;
    대선 결과에 큰 실망하셨겠지만 이렇게 인터넷 알바뛰셨으니 알바비는 버셨을터이니 다행 입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