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의 장막에 싸여 불통만 있는 박근혜, 태생적 한계와 더불어 최대의 위기에 빠지다.

 

대통령선거를 채 3개월도 남겨놓지 않은 지금, 본격적인 3강 구도가 펼쳐지자마자 각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요동치고 있다. 한 달 전에 박근혜가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되었을 때만 해도, 그녀는 어쨌거나 거의 모든 조사에서 항상 1위를 하는 최강자였다. (새누리당이나 박근혜가 무슨 짓을 하든 무조건 표를 주는) 대한민국의 전체 유권자 4명 중에 1명은 여전히 '콘크리트 지지율'을 보여줬고, 일종의 '여성 프리미엄'에 더해 야권의 후보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무당파도 박근혜를 지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저번 주말에 문재인이 민주통합당 후보로 확정되고 며칠 전 안철수가 출마선언을 하자, 전체적인 대선후보 지지율 자체가 재편되기 시작했다. 바로 어제 SBS 뉴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박근혜는 안철수나 문재인과의 양자 대결에서 둘 다 40%초중반의 지지율을 보이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고, 삼자 대결에서도 야권후보인 문재인과 안철수의 선호도 합이 박근혜를 10% 이상 앞지르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향후 야권후보 단일화와 이명박 정권하의 반새누리당 정서를 감안했을 때, 이는 사실상 완패에 가깝다.

 

새누리당의 입장에서 이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을 텐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추석의 민심이 이제 관건이라고 말하는 걸 보면, 어떻게든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박근혜의 '아킬레스 건'이라고 할 수 있는 역사인식 문제를 그 전에 정리하겠다는 말도 들리고, 새누리당의 선거대책위원회를 조기 출범시킨다는 얘기도 나온다. 추석이 지나면 곧장 10월이 되는데, 그 전에 어떤 식으로든 역사인식에 대해서는 한 번 짚고 넘어가며 상황을 진정시키려는 심산이고, 중앙선대위 역시 몇몇 새로운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파격 인선' 또는 '화합 인선'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여전히 60~70년대 스타일에 매몰되어 있는 박근혜에게 찾아온 위기

 

하지만 무엇보다도 박근혜 후보 자신이 바뀌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 게 결정적인 문제고(그녀는 군사독재시절의 퍼스트레이디, 박정희의 딸에 아직도 머물러 있다), 앞으로 대선까지 남은 기간 내내 이는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에 커다란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진정성'을 강조하는 야권후보들을 상대함에 있어서, 박근혜의 '태생적 한계'는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보도에 의하면 새누리당이 문재인이나 안철수와 관련해 국정감사 증인을 대거 신청할 거라고 하는데, 이것 자체가 야권의 '진정성 프레임'에 대한 반격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이 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혹독한 사찰을 당했고, 안철수도 작년에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돌 때부터 지금까지 수개월에 걸쳐 이 잡듯이 뒷조사가 이뤄졌다는 걸 생각하면, 이마저도 오히려 '역풍'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이는 박근혜 경선캠프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홍사덕이나 친박 송영선의 비리 추문 그리고 4.11 총선 과정에서의 공천뇌물 사건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검증의 측면에서는 새누리당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만한 게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문재인과 안철수를 이렇게 검증하려는 과정에서 '박근혜 최악의 실수'가 부각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제, 박근혜의 새누리당 완전장악이 왜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좀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사진자료: 뉴시스]

 

현재의 새누리당은 '박근혜 사당(私當)'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든 권력이 박근혜에게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당 대표나 원내대표도 박근혜의 말 한마디에 자신의 입장이나 거취를 갑자기 뒤엎고, 소위 말하는 친박인사들이 새누리당의 요직을 다 차지하고 있단다. 기존의 당론 역시 '박근혜 선거용'으로 한꺼번에 막 탈바꿈되는 형국이고, 정식으로 대변인이 진행한 기자회견 내용조차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단 몇 시간만에 번복되기도 한다. 박근혜의 대선 가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은 일이 벌어지기만 하면, 그 관련자는 통상적인 절차를 무시한 채 단 하루만에 '꼬리 자르기'의 대상이 되고 만다. 새누리당을 완전히 장악한 박근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로 인해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수단인 국정감사마저 박근혜를 위한 야권후보 검증의 자리로 변질될 공산이 큰 것이다.

 

박근혜 외의 다른 얘기가 나올 수 없는 새누리당, 박근혜에게 독이 되다

 

어차피 국정감사 자체는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돼서 하는 거니까 국회의석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마음대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박근혜를 위한 국정감사에만 매진할 경우 그 과정에서 박근혜 사당(私當) 이미지는 더 공고해질 수밖에 없고, 다수의 국민들이 이젠 정말 '새누리당=박근혜'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특별한 정치 조직이 없는 안철수는 물론이고, 민주통합당으로부터 전권을 위임 받은 문재인도 '당=후보'라는 확고한 이미지는 갖고 있지 않다. 문재인이 선대위를 민주캠프, 시민캠프, 미래캠프로 나눠서 3개축을 수평적으로 구성할 예정이라는 소식에서 보듯이, 문재인 후보는 민주통합당과 일정한 거리를 둘 테고, (대선과 전혀 무관할 수는 없을지라도) 민주통합당의 국정감사도 비교적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이다. 사실 이게 정상이고, 국민들도 이렇게 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친박이 요직을 다 차지하며 박근혜에게 완전히 장악된 새누리당은 그럴 수가 없는 형편이다. 설사 새누리당의 일부 의원들이 다른 방향으로 가려고 해도 잘 안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새누리당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나지 않았는가? 경선 계획부터가 박근혜 위주로 세워졌고, 다른 후보들의 이의제기도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경선에 아예 불참하는 후보들도 나왔고, 사실상 '추대 대회'가 되어 버렸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 경선 투표율 자체가 예전보다 크게 낮아졌고, 박근혜가 무려 80%가 넘는 지지를 받아 후보로 확정되었다. 이러니 당내 경선에서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 만약 당내 경선에서 다른 후보들이 박근혜의 역사인식을 정면으로 문제 삼고 정확히 지적했다면, 지금처럼 심각한 위기는 어쩌면 오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당내 후보들의 수준이 좀 낮았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감히 박근혜를 상대로 그런 태생적 한계를 거론하지 못하는 새누리당의 내부 분위기도 크게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진자료: 연합뉴스]

 

이처럼 추대 대회를 거쳐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가 된 박근혜는 그 어떤 견제세력도 없이 당을 더욱더 철저히 장악했고, 경선에 출마하려 했거나 실제로 출마했던 다른 후보들은 새누리당 관련 뉴스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렇다 보니 지금처럼 위기상황이 닥쳐와도 박근혜에게 제대로 충고를 해줄 수 있는 인물이 있을 리가 없다. 설사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가 직언을 하더라도, 이미 친박들에게 둘러싸여있는 박근혜에게 그 목소리가 정확히 전달될 수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박근혜 자신과 그 주변의 가신들은 스스로 유신스타일, 독재스타일에 뼛속까지 젖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어쩌다 그녀의 뜻과 다른 얘기가 나오더라도 젼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순식간에 묵살되기 일쑤다.

 

오죽하면 이제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불통 후보', '꼬리 자르기', '폐쇄적 인사구조' 등을 운운하며 볼멘소리를 하겠는가? 박근혜 후보가 태생적 한계와 더불어 최대의 위기에 빠졌지만, 워낙 새누리당 자체가 일인독재 체제에 가깝기에 전혀 소통과 변화가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박근혜의 새누리당 완전장악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왔고, 지금까지 자신에게 유리하고 달콤하게만 느껴졌던 게 오히려 쓰디쓴 독배가 되어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심각한 단절이 일어나고 말았다. 벌써 작년 후반부터 이런 사태를 경고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박근혜의 독선은 적들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급기야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야권후보에게 결정적인 추월을 당하게 된 것이다.

 

대통령후보 박근혜에 대한 새누리당의 대책은?

 

아마 추석이 코앞에 다가온 다음주에는 새누리당이 어떤 식으로든 위기 탈출을 위한 대책을 내놓을 듯싶다. 당장 추석 민심을 그냥 흘려보낼 수도 없을 뿐더러, 이대로 계속 수세에 몰려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로 하여금 과연 어느 정도 수준까지의 액션을 하도록 만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새누리당이 10월부터는 멘붕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의 여부도 궁금하다. 하지만 문제가 이걸로 일단락 될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 여정은 여론의 큰 관심사이고, 아무리 여권에 우호적인 언론들이 판을 치고 있다고는 하나 야권 단일화 과정에 아예 무관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안 그래도 좀 불리한 여건인데, 나중에 있을 대통령후보 토론회까지 생각하면 눈앞이 정말 깜깜해지지 않을까? 곧 다른 포스팅을 통해 직접적으로 다루겠지만, 도대체 정치인 박근혜가 대선 토론회에 나와서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이나 대학교수 및 벤처CEO 출신인 안철수와 대적할 수나 있는가? 아니, 박근혜와 그 가신들은 토론회 자체를 회피할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어쩌면 토론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손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리라. 그녀의 토론은 상대후보는 물론 일반 국민들도 다 멘붕시키니까.. 아무튼 새누리당이 박근혜를 데리고 어떻게 이 난관을 통과할지, 우리 모두 똑바로 지켜보자.

 

또, 과연 박근혜가 대선을 앞두고 얼마나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진정성 여부야 여권 지지층과 야권 지지층이 정반대로 판단할 수도 있을 테니 일단 차치하더라도, 박근혜 스스로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느냐도 중요하니 말이다. 비박의 말대로 중도층 흡수가 가능할 정도는 되어야 할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새누리당 내부의 불통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하지 않나? 하지만 지금까지는 별다른 해결 기미가 없는 듯하고, 박근혜 외의 다른 대안이 없는 새누리당으로서는 진짜 답답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 말하는 후보 교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다음주에 박근혜도 어떤 액션을 취하긴 할 테지만, 새누리당 내에서 그녀와 다른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없는 상황인 이상, 위기 대처가 적절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추석 전 박근혜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 그리고 새누리당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9월의 마지막 주는 바로 이게 관전포인트다. 개인적으로 예상컨대, 아마도 추석 이후에는 좀 더 맘 편하게 안철수와 문재인의 '아름다운' 단일화 여정을 바라볼 수 있으리라.

 

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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