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국민'을 위한 대통령, 박근혜는 '국가'를 위한 대통령.

 

지난 8월 20일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박근혜가 선출되었고, 약 한 달 뒤인 9월 16일에는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로 문재인이 선출되었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정치권 밖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 안철수 역시 곧 대선 출마메 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바야흐로 대통령 선거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며, 지금부터 12월 19일까지 약 90여 일 석 달 동안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그 누구도 이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힘들 듯하다.

 

지난 5년을 직접 겪고 나서도 "나는 대통령이 누가 되든 아무 상관 없어"라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통령의 행위는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며, 이것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게 아마도 정치 무관심과 혐오를 떨쳐내는 첩경이 아닐까 싶다. 그 누구라도 정치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자신이 현재 살고 있는 사회의 정치 상황 자체를 모르는 건 절대 자랑이 아닌 것이다. 이명박이 좋았건 싫었건 2013년의 대한민국에는 새 대통령이 필요하고, 어쨌든 우리는 투표를 해서 다음 대통령을 뽑아야만 한다.

 

이번 주에 안철수가 출마선언을 하면, 소위 '빅 3'라고 불리는 안철수, 문재인, 박근혜가 모두 전투에 나선 게 되고, 아직 언제가 될지 모를 야권 단일화 이전에는 이렇게 삼각구도가 그대로 이어질 것이다. 진짜 전쟁이 터지지 않는 한 어차피 이 세 명 중에 한 명이 차기 대통령이 될 테고, 그 사람은 이명박이 그랬던 것처럼 내년부터 우리 사회의 대표 얼굴이 된다. 지난 5년 동안 우리의 정치적 수준이 이명박이었다면, 다음 5년간의 우리 수준은 12월 19일에 결정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 학습효과가 얼마나 있었는지는 이번 대선의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을 듯하고, 학습효과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굳이 말을 안해도 다들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니,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는지 없는지를 유권자들이 직접 결정하는 것이다. 일단 대통령 선거 결과가 나온 다음에는 누구를 탓할 이유도 없고, 후회할 필요도 없다. 그냥 자기 스스로 결단을 내리면 될 문제고, 우리 모두가 그 순간부터 함께 책임져야 할 일이다. "나는 그 사람 안 찍었다"라고 백 날 말해봐야 전혀 소용없는 짓이다. 우리는 벌써 경험해보지 않았는가? 2007년 대선 이후에 "나는 이명박 안 찍었다"라고 말해봐야,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번에도 똑같다.

 

[사진자료: 연합뉴스, 이데일리]

 

자 이만 각설하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안철수가 어떤 식으로 입장을 밝힐지 모르겠지만, 이미 확정된 민주통합당의 문재인과 새누리당의 박근혜는 자신을 지지해준 당원들 앞에서 공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수락 연설'이란 걸 했다. 말 그대로 '출사표'인 셈인데, 두 사람 다 한동안 당내 경선을 했지만 후보 확정이 거의 확실했기 때문에, 수락 연설 자체도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준비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를 통해 자신들의 철학과 계획을 최대한 호소력 있게 발표하기 위해 노력했을 테고, 이 수락 연설문 내용이야말로 가장 진지하게 자신의 비전을 밝힌 정수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래서 18대 대선을 3개월 앞둔 지금 이 시점에서,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제일 높은 세 사람 중에 두 사람의 출사표를 한 번 비교해 보고자 한다. 박근혜와 문재인의 대선후보 수락 연설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대통령 후보가 확정된 날 발표된 것이고, 연설 원문은 각 후보의 대선 홈페이지에 전문이 올라가 있다. 그저 해당 주소의 링크만 남겨도 되겠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내용이고 서술의 편의상 전문을 아래에 옮겨 놓는다.

 

 

[문재인] 후보 수락 연설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당원 동지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대한민국의 변화를 선택하셨습니다.
정권교체를 선택하셨습니다.
민주통합당의 승리를 선택하셨습니다.
 
그리고 저 문재인을 선택하셨습니다.
여러분의 간절한 소망을 이루어내는 주역이 되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기셨습니다.
 
저는 두렵지만 무거운 소명의식으로,
민주통합당의 대통령후보직을 수락합니다.
그리고 저에게 부여된 막중한 책임을,
반드시 이루어낼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12월 대통령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1년 전만 해도 저는
현실정치로부터 멀리 있었습니다.
그런 제가 민주통합당의 대통령후보가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먼저,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내고
국민참여시대를 열었던
김대중, 노무현 두 분 대통령이 계십니다.
저의 오늘은 두 분의 역사 위에 서있습니다.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들이 계셨습니다.
저에게 큰 용기가 되었습니다.
변화에 대한 그분들의 간절함이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국민경선에 함께 한 100만 명의 시민들이 계십니다.
저에게 정권교체에 나서도록 힘을 모아주셨습니다.
무엇보다 당원 동지들의 격려가 있었습니다.
경선기간 내내 저를 지탱해준 버팀목이었습니다.
저는 자랑스러운 민주통합당의 후보입니다.
그 사실을 언제나 잊지 않을 것입니다.
 
세 분 후보님이 끝까지 경선을 함께 했습니다.
위로의 인사와 함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경쟁이 저를 거듭나게 했습니다.
소명과 책무를 더욱 명확히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세 분 후보님과 손을 잡겠습니다.
민주통합당의 이름으로 하나가 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세계사적 전환기에 살고 있습니다.
수년 전 미국 발 금융위기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유럽이 재정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나라마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시장만능주의와 성장지상주의가 빚어낸 결과입니다.
곳곳에서 보통사람들의 삶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습니다.
 
대한민국도 위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우리 경제는 개발독재와 정경유착으로
파행적인 압축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안팎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성장만을 외치며 달려오는 동안,
특권과 부패가 만연했습니다.
독선과 아집이 횡행했습니다.
갈등과 반목이 되풀이되었습니다.
이 구시대 문화가 우리의 전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시대는 질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경쟁과 효율'에서 '상생과 협력'으로의 전환입니다.
 
'불통과 독선'의 리더십은 구시대의 유산입니다.
권위주의 시대의 역사의식으로는
새시대를 열 수 없습니다.
 
'협력과 상생'이 오늘의 시대정신입니다.
저는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하겠습니다.
'공감과 연대'의 리더십을 펼치겠습니다.
저 문재인이 변화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국가가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느끼십니까?
나의 어려움을 함께 걱정해주는 정부라고 생각하십니까?
 
보통사람들의 현실은 불안하고 아프기만 합니다.
힘겨운 직장생활에도 가계는 여전히 빚투성이입니다.
40대, 50대 가장들은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몰라 불안합니다.
자영업자들은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습니다.
수명은 많이 늘어났는데, 노후 대책이 없습니다.
불공평 속의 빈곤과 사회안전망의 부족이
우리나라를 자살률 1위 국가로 만들었습니다.
 
청소년들은 끔찍한 성적경쟁으로 인한
좌절과 절망 속에서,
스스로 삶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어두운 밤길이 무섭습니다.
주부들은 자녀들의 등하굣길을 살펴야 합니다.
집에 있는 아이들의 안전도 걱정해야 합니다.
범죄가 만연하지만 치안은 무력합니다.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는 끝이 없습니다.
기득권정치, 정치검찰, 재벌이 손을 잡고 있습니다.
이 특권 카르텔의 횡포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5년이 시대를 과거로 돌려놓았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도 후퇴되었습니다.
국민들은 불안 속에서 절망하고, 좌절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사가 계속 후퇴할 것이냐,
다시 전진할 것이냐,
지금 우리는 그 기로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바꿔야 합니다.
변화의 새시대로 가야 합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역사의 물줄기를 다시 돌려놓아야 합니다.
저 문재인이 앞장서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람이 먼저입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이 말이 국정철학이 될 것입니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존엄한 세상입니다.
돈과 지위의 차별이 없을 것입니다.
직업과 신분의 차별도,
학력과 학벌의 차별도 없을 것입니다.
 
‘보통사람들이 함께 기회를 가지는 나라’
‘상식이 통하고, 권한과 책임이 비례하는 사회’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 나라’
‘힘없는 사람에게 관대하고
힘 있는 사람에게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사회’
출마 선언 때 시민들이 제게 주셨던
‘공평’과 ‘정의’에 대한 요구들이었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공평’과 ‘정의’가 국정운영의 근본이 될 것입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것을 국정운영의 원칙으로 바로 세우겠습니다.
 
특권과 반칙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특권층이나 힘 있는 사람들의 범죄는
더욱 엄중하게 처벌할 것입니다.
 
권력형 비리와 부패를 엄단하겠습니다.
재벌이 돈으로 정치와 행정을 매수하여
특권을 키우지 못하도록 특별히 경계하겠습니다.
병역의무를 회피한 사람이
고위공직에 오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민간 분야도 반부패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맑고 투명한 사회로 거듭나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새로운 시대로 가는
다섯 개의 문이 우리 앞에 있습니다.
 
그것은 일자리 혁명의 문입니다.
복지국가의 문입니다.
경제민주화의 문입니다.
새로운 정치의 문입니다.
그리고 평화와 공존의 문입니다.
우리는 이 다섯 개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야합니다.
 
첫 번째는 일자리 혁명의 문입니다.
저 문재인이 그 문을 열겠습니다.
일자리가 민생이고, 성장이고, 복지입니다.
범정부적인 일자리 혁명을 추진하겠습니다.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해서 직접 챙기겠습니다.
지방의 일자리 마련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특히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의 문턱이 높아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청춘들에게 무한 책임을 느낍니다.
청년이 바로 국가의 미래입니다.
‘국가일자리위원회’ 안에 ‘청년일자리특별위원회’를 두어
특별히 청년실업 문제를 챙길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더 이상
스펙에 매달릴 필요가 없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변화의 새 시대로 가는 두 번째 문은,
복지국가의 문입니다.
저 문재인이 그 문을 열겠습니다.
 
복지는 투자입니다.
성장의 동력입니다.
 
민주정부 10년은 복지국가의 시작이었습니다.
복지재정이 크게 늘었습니다.
제도의 기본 틀도 갖춰졌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많이 모자랐습니다.
 
이명박 정부 5년이 격차를 확대시켰습니다.
격차 해소가 국정의 최우선 목표가 될 것입니다.
소외되고 그늘진 곳이 없도록 살필 것입니다.
노인복지에도 관심을 쏟겠습니다.
고령화 사회, 고령사회에 대비하겠습니다.
 
복지국가를 위한 임기 중 계획은 물론
중장기계획도 세우겠습니다.
시혜적이고 선별적인 복지를 뛰어넘겠습니다.

 

보편적 복지가 계획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복지국가 대한민국’의
5년, 10년, 20년 계획을 세우겠습니다.
 
한 번의 실패가 낙오로 이어져서는 안됩니다.
재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저 문재인은 '힐링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국민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겠습니다.
 
변화의 새 시대로 가는 세 번째 문은,
경제민주화의 문입니다.
경제민주화는 시대적 명제입니다.
저 문재인이 그 문을 열겠습니다.
 
경제 분야부터 '공평'과 '정의'를 바로세우겠습니다.
승자독식의 ‘정글의 법칙’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상생과 협력’의 경제 생태계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경제입니다.
 
포용적 성장, 창조적 성장,
협력적 성장, 생태적 성장을 통해
일자리 창출, 복지확대, 지속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습니다.
 
공정한 시장 질서를 만들겠습니다.
재벌 관련 제도를 확실히 정비하겠습니다.
재벌의 특권과 횡포는 용납되지 않을 것입니다.
 
재벌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길을 찾겠습니다.
골목상권을 보호하겠습니다.
사용자와 노동자의 ‘공존·공생’을 통해
일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대접받게 하겠습니다.
 
변화의 새 시대로 가는 네 번째 문은,
새로운 정치의 문입니다.
저 문재인이 그 문을 열겠습니다.
 
대통령이 되면 저는
대한민국을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만들겠습니다.
대통령이 권한 밖의 특권을 갖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오로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만을 행사할 것입니다.
 
결코 초심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책임총리제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겠습니다.
정당책임정치를 구현하겠습니다.
대통령은 당을 지배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당은 정책을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겠습니다.
 
시민들의 소통과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겠습니다.
 
국가균형발전정책으로 지방을 살리겠습니다.
본격적인 지방분권시대를 열겠습니다.
특정세력이나 지역에 편중되지 않은 균형인사를 하겠습니다.
품격 있는 정치를 하겠습니다.
편 가르기와 정치보복,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야당과도 외교·안보에 관한 정보를 공유할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정책을 협의할 것입니다.
특히, 선거 때 공통으로 한 공약은
인수위 때부터 그 실행을 협의해 나가겠습니다.
 
변화의 새 시대로 가는 다섯 번째 문은
평화와 공존의 문입니다.
분단 극복은 우리 민족의 과제입니다.
 
저 문재인이 그 문을 열겠습니다.
 
지난 5년, 한반도는 대결과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민주정부 10년이 공 들여 쌓아온
남북 간의 신뢰가 모두 무너졌습니다.
평화는 실패했고 안보는 무능했습니다.
 
6.15, 10.4 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튼튼한 안보의 바탕 위에서 평화와 공존의 한반도를 실현해야 합니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는 평화가 경제입니다.
남북경제연합을 통해, 경제 분야에서부터
통일을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합니다.
 
북한은 한반도 경제를 넘어
대륙경제로 진출하는 기회의 땅이 될 것입니다.
남북경제연합은 우리 대한민국을,
 
‘30-80시대’로 이끌 것입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와
인구 8천만의 한반도시장을 의미합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미국, 독일, 일본에 이어
네 번째 ‘30-80’ 국가가 될 것입니다.
 
북한도 함께 발전하는 공동번영의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저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북한에 특사를 보내
취임식에 초청할 것입니다.
임기 첫 해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겠습니다.
대통령 선거 전이라도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이명박 정부의 요청이 있다면 우리당과 함께 적극 협력할 것입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
경쟁과 갈등의 파고가 높습니다.
한·일 간에는 독도와 역사문제를 놓고 대립이 있습니다.
중·일 간에는 영토분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G2 국가로 성장했고,
미국도 아시아로의 회귀를 선언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도
미일편중외교와 대외전략의 부재로 일관했습니다.
한국외교의 방향타를 잃었습니다.
 
저는 남북대화와 6자회담을 복원할 것입니다.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을 함께 추진하겠습니다.
미국과는 동맹관계를 공고하게 하는 가운데
주변 국가들에 대해서도 균형외교를 펼치겠습니다.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협력을 이끄는
평화선도국가의 역할을 당당하게 해 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당원 동지 여러분.
 
우리는 이명박 정부에서
김대중, 노무현 두 분 대통령을 잃었습니다.
두 분 대통령의 서거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파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었습니다.
 
저를 현실정치로 이끈 것은
국민들의 고통에 대한 책임감이었습니다.
참여정부가 더 잘해서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막아냈어야 했다는 뼈아픈 책임감이었습니다.
 
그 책임감이 저를 야권대통합운동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까지 오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저는 두 분 대통령의 헌신과 희생을 딛고
새로운 민주정부시대를 열겠습니다.
 
‘공평하고 정의로운 세상’,
그리고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여는
새시대의 맏형이 될 것입니다.
 
저 문재인,
늘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국민과 손잡고 동행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국민이 기대고 싶을 때 어깨를 내어주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지금 정치권 밖에서
희망을 찾는 국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 또한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의 표현입니다.
저와 우리 민주통합당이 반성해야 할 대목입니다.
그러나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우리 당이 과감한 쇄신으로 변화를 이뤄낸다면
새로운 정치의 열망을 모두 아우를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정권교체의 대장정을 시작합니다.
승리로 가는 길목에서 꼭 필요한 것은
우리의 단결입니다.
 
오늘 이 시점부터 우리 민주통합당은 하나입니다.
더 널리, 새로운 인재들이 함께하는
열린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습니다.
 
당내 모든 계파와 시민사회까지 아우르는
‘용광로 선대위’를 만들겠습니다.
그 힘으로 우리 민주통합당이 중심이 된
정권교체의 길로 나아가겠습니다.
 
우리 민주통합당과 함께
변화의 새 시대로 가는 문을 열어주십시오.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꼭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출처: 문재인 홈페이지(http://www.moonjaein.com/acceptance#)

 

 

문재인 후보의 수락 연설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부분은 감사의 인사, 두 번째는 현실 인식, 세 번째는 국정 계획,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부분은 대선에 임하는 각오이다. 처음과 마지막에 있는 감사의 인사와 대선에 임하는 각오는 일종의 레토릭이라고 할 수 있을 테고, 실질적인 내용은 가운데에 있는 현실 인식과 국정 계획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두 번째 부분을 통해 문재인이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있고, 세 번째 부분을 통해 그가 대통령이 되면 하고자 하는 것들을 엿볼 수 있다. 쉽게 말해 지금 상황에 대한 판단과 문제 해결 방안이라고 볼 수 있는데, 사용된 단어나 표현을 보면 비교적 구체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는 걸 알 수 있으며, 특정 사안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명시적인 언급(특권 카르텔의 횡포, 재벌의 매수 경계, 병역회피자의 공직진출 제한, 책임총리제, 남북경제연합 등)을 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개혁 대상'과도 분명히 선을 그었다.

 

모르긴 몰라도 여기서 언급된 정치검찰이나 재벌, 병역회피 공무원이나 반북단체 등은 이 연설을 들으면서 아마 좀 불편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후보 수락 연설에서는 굳이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거론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도, 연설 동영상을 보면 문재인 후보는 청중을 바라보며 무척 단호하게 힘주어 말한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연단 앞에 스크립트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저 긴 연설문을 마치 완벽하게 외운 듯이 강하게 어필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문재인 후보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처럼 연설의 기술 자체가 아주 뛰어나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연설 모습이 그렇게 호소력이 있지는 않다. 감성적으로 한순간에 확 끌어당기는 연설이라기보다, 문재인 후보의 약간 경직된 연설은 그 내용을 찬찬히 뜯어봐야 공감이 되는 쪽에 가까운 스타일인 것이다. 과연 이 연설 내용을 진지하게 정독하고 진심으로 동의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그것이 바로 이 연설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가 아닌가 싶다.

 

[박근혜] 후보 수락 연설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되고,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이
저에게는 큰 영광입니다.

오늘 저의 승리는 당원 여러분의 승리이고,
국민 여러분의 승리입니다.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저 박근혜는 없었을 것입니다.

고비 고비마다 저를 믿어주시고,
어려울 때 일으켜 세워주신 분들이 바로 여러분이십니다.
정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 박근혜,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뜨거운 사랑과
신뢰와 믿음에 보답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행복을 위해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이번 대선 반드시 승리해서
새로운 대한민국,
꿈과 희망이 넘치는 대한민국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오기까지 최선을 다해주신
김문수 후보님, 김태호 후보님, 안상수 후보님, 임태희 후보님,
네 분 후보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우리 네 후보님께서
새누리당의 대선 승리에 큰 버팀목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우리 네 후보님께 큰 격려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이제 저 박근혜,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겠습니다. 
새누리당이 당명까지 바꾸면서 새로 출발했듯이
비장한 각오로 새롭게 시작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에게 남아있는 불신,
그 어떤 것이라도 털어내고,
과감하게 개혁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먼저, 국민대통합의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국민의 힘과 지혜를 하나로 모아야 합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큰 길에
모든 분들이 기꺼이 동참하실 수 있도록
저부터 대화합을 위해 앞장서겠습니다.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를 넘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모두가 함께 가는 국민 대통합의 길을 가겠습니다.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아끼는 분들이라면
그 누구와도 힘을 모으겠습니다.

100% 대한민국을 만들어,
5천만 국민의 역량과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정치가 존재하는 가장 큰 사명은 국민의 삶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정치는,
국민의 삶과 상관없는 부정부패 의혹에 휩싸여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약속드립니다.
부패와 비리에, 어느 누가 연루되어 있다고 해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과감히 털고 가겠습니다.

진정한 개혁은 나로부터, 가까운 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저와 제 주변부터 더욱 엄격하게 다스리겠습니다.

친인척과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는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해서 사전에 강력하게 예방하겠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상설특검을 통해 즉각 수사에 착수하도록 하겠습니다.

권력형 비리에 연루된 사람은 더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정치를 시작한 이래,
깨끗한 정치를 위해 힘든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된
의혹만으로도 정말 참담한 심정입니다.

저 박근혜, 정치쇄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만들겠습니다.
대통령 후보로서 첫 번째 조치로
당내에 ‘정치쇄신특별기구’를 구성하겠습니다. 
당내외 전문가가 고루 참여하는 이 기구를 통해
공천 시스템 개혁을 포함하여
정치발전을 위한 일대 혁신책을 만들고,
반드시 실천하도록 하겠습니다.
법제화가 필요한 부분은 입법을 할 것이고,
운영을 잘못하고 있는 부분은 제대로 바로 잡아서
권력형 비리, 공천비리, 반드시 뿌리 뽑겠습니다!
 
여러분!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우리 대한민국은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산업화로 기적의 ‘경제 성장’을 만들었고,
민주화로 성숙한 ‘정치 발전’을 이뤄왔습니다.

이제는 산업화 시대의 성장 패러다임,
민주화 시대의 분배 패러다임을 넘어서
새로운 제3의 변화, 국민행복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 국민은 하나의 목표를 보고 달려왔습니다.
국가를 위해 기꺼이 헌신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국민은 어떻습니까?
하루하루가 불안합니다.
국가의 성장이 국민 개개인의 행복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국가에서 국민 중심으로 바꾸겠습니다.

국민의 땀과 눈물이, 행복으로 보상받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국민 각자의 꿈과 희망이 이뤄지는 나라,
각자의 끼와 꿈을 최대한 발휘하여
국민 각자가 인정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그런 국민행복 시대를 위해서
정부부터 바꾸겠습니다.

국민을 중심에 놓고, 모든 부처가 연계해서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을 원스톱과 맞춤형으로 서비스하는
친절한 정부를 만들겠습니다.

국가 정책결정 과정을 상시적으로 개방하고,
국민의 참여를 제도화하겠습니다.

정보를 국민과 공유하고,
현장의 생생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국가정책을 만드는
열린 정부 시대를 만들겠습니다.
   
여러분!
국민행복은 민생의 안정에서 시작됩니다.
저 박근혜, 위기의 민생경제부터 살려내겠습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그리고 일자리가 삼위일체를 이루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진 구조에서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성장과 복지가 따로 가지 않고 함께 가는 방식으로
바꾸겠습니다.

경제민주화는 국민행복의 첫걸음입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차별없이 대우받도록 하겠습니다.
경제적 약자도 공정한 기회를 갖도록 만들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국민에게 힘이 되어드리겠습니다.
원천적으로 자립이 불가능한 분들은 국가가 보호하고,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국민은
일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한국형 복지제도를 확립하겠습니다.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많은 일자리를 만들겠습니다.
우리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 그리고 과학기술을 
농어업을 포함한 산업 전반에 적용해서
창업이 숲을 이루고,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을 추진하겠습니다.
21세기 우리 환경에 맞게
제조업 중심의 전통산업은 더욱 고부가가치화 하고,
문화와 소프트웨어 산업 같은 일자리 창출형 미래산업을
적극 육성하겠습니다.

그래서 성장과 복지, 일자리가 선순환을 이루는 경제를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여러분,
저는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5천만 국민행복 플랜’을 수립하여 추진하겠습니다.

각계 전문가와 국민대표로‘국민행복추진위원회’를 구성해서
국민행복 청사진을 마련하겠습니다.

튼튼하고 빈틈없는 국민행복 플랜으로
어느 누구도 홀로 뒤쳐져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어느 지역에 살든, 어느 분야에서 일을 하든
자신의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함께 누리면서 함께 살아가는 국민행복 시대,
저 박근혜가 활짝 열어가겠습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가 직면한 국내외 환경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 순간에도 많은 나라들이 경제위기 속에서 표류하고 있고,
그 위기의 파고가 우리에게 밀려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도발과 핵 위협, 영토 갈등과 동북아 질서의 재편까지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위기의 시대에는, 준비된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불안의 시대에는 안정된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저 박근혜, 우리의 주권을 훼손하거나 우리의 안위를 위협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평화유지에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 협력을 위한
새로운 틀을 짜겠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한 한반도,
자랑스런 문화로 사랑받는 품격있는 한반도, 
세계의 빈곤퇴치에 기여하는 존경받는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저의 삶은 대한민국이었습니다.
오늘까지 제가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국민여러분이 계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제 삶에 마지막으로 주어진 무거운 책임을 안고,
국민 여러분과 함께 가고자 합니다.

제가 가는 이 길 앞에
수많은 고난이 놓여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두렵지 않습니다.
진실과 정의가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외롭지 않습니다.
저의 가족인 여러분이 계시기에
혼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민 모두가 하나 되는 대한민국,
모두 함께 행복을 누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출처: 박근혜 홈페이지(http://www.park2013.com/news/view.jsp?tano=3100&mno=8&sf=tba_title&ss=)

 

박근혜 후보의 수락 연설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앞부분과 뒷부분은 문재인 후보와 같이 감사 인사와 각오라고 한다면, 중간부분은 자신의 역사인식과 대통령 후보로서의 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 분량 자체가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고, 짧은 감사 인사와 각오가 앞뒤로 있을 뿐, 역사인식과 비전이 한 데 버무려져 있는 가운데가 연설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매 문단 앞에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또는 "여러분!"을 배치함으로써 통일성을 기한 듯하고, 문재인의 연설문이 각 챕터가 연결되며 전체적으로 자연스런 흐름이 있는 글이라면 박근혜의 연설문은 각 문단이 각자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독자적으로 하나씩 어필하는 글에 가깝다. 또한 자신의 구체적인 생각을 밝히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추상적인 표현이 많으며, 특정 사안이나 세력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되도록 피하고 비교적 두루뭉술한 단어를 사용한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히 관심 가는 부분이 따로 있지는 않고,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당연한 얘기들이 무리 없이 이어져있다. 게다가 박근혜 후보가 연설하는 동영상을 보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연설문을 보고 연설문을 읽다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드는, 지극히 일반적인 연설 스타일이기에 딱히 뭐라 말할 게 없을 성싶다. 그냥 연설문을 통독하거나 박근혜가 연설하는 목소리를 라디오 듣듯이 편하게 들으면, 누구나 단박에 내용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사진자료: 연합뉴스, 뉴시스]

 

이렇게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 박근혜와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의 대통령 후보 문재인의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한 번 살펴보았다. 개인적으로, 문재인의 연설문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장 두 개를 꼽으라면 "국가가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느끼십니까?"와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여는 새시대의 맏형"이라는 부분이었고, 박근혜의 연설문에서 제일 눈에 띄는 문장 두 개는"(우리 국민은) 국가를 위해 기꺼이 헌신해 왔습니다"와 "저의 삶은 대한민국이었습니다"였다. 자, 어떤가? 두 후보의 연설문에서 단 두 문장씩만 뽑아 놓고 봐도, 박근혜와 문재인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는가? 좀 단순하게 비교해보자면, 문재인은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박근혜는 국민이 국가를 위해 헌신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물론 박근혜도 '국민을 위한 국가의 존재'를 고민할 테고 문재인 역시 '국가를 위한 국민의 헌신'을 고민할 것이다(문재인은 특전사 출신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으로써, 문재인은 자신이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제일 먼저 생각한 반면, 박근혜는 자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생각했다. 비슷한 것 같지만, 이건 엄연히 다르다. 굳이 표현하면, 박정희는 국가를 위해 대통령직을 수행했고, 노무현은 국민을 위해 대통령직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군사독재시절의 대통령과 민주화된 사회의 대통령은 이처럼 다른 것이다. 박정희는 국민보다 국가를 먼저 생각했고, 노무현은 국가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했다. 박정희의 모든 것은 국가를 향했으며 자신의 국가에 방해가 되는 국민은 제거할 수 있었던 반면, 노무현의 모든 것은 국민을 향했으며 자신의 국민이 국가 자체보다 더 중요했다. 비단 노무현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 세상 모든 민주국가의 대통령은 '국가'가 아닌 '국민'을 바라보고 국정을 운영한다. 그게 당연하고, 그것이 민주적인 대통령의 기본 자세다. 각 개인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와 '국민'은 절대 동일시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박근혜의 "저의 삶은 대한민국이었습니다"라는 말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세계역사를 공부했다면 다 알겠지만, 프랑스의 전제군주 루이 14세가 이런 말을 했다. "짐이 곧 국가다" 박근혜의 연설문 내용 중에 한 문장과 17세기 프랑스의 군주가 한 말이 너무나 유사하지 않은가? 아니 어떻게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이와 같은 말을 할 수가 있을까? 분명하게 말하건대, 박근혜의 삶은 곧 대한민국이 될 수 없다! 이것은 박근혜가 지금까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도 박근혜는 자기가 마치 루이 14세 전제군주인냥 대놓고 "저의 삶은 대한민국이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보다 더한 망상이 어디 있겠는가? "삼성이 곧 국가다"라거나 "전두환이 곧 국가다"라는 말을 상상이나 할 수 있나? 프랑스인들이 이런 말을 들으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할 정도다. 이젠 정말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되지 않을까?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여는 새시대의 맏형 그리고 안철수와 함께 말이다..

 

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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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nvictus_MJ 2012.09.18 12: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죠. 대학생들과 무슨 얘기를 나눌지...

  2. 구루미 2012.09.18 15: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근혜 연설문이 상당히 불만인게

    문재인 후보의 연설문처럼 목표가 1,2,3,4 식으로 나열되어있지 않고

    전체적으로 굉장히 추상적으로 두리뭉실 하네요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지 뭘 하고 싶은건지 알 수가 없군요.

  3. rlaanswn 2012.09.18 16: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의 삶은 대한민국이었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소름이 끼치더군요. 그 오만함에...아버지 시대에나 했을 법한 전체주의적 발상. 국가주의적 발상. 을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하고 있다니... 다른건 몰라도 박근헤가 대통령이 된다면 아버지 우상화 사업 하나는 철저히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여강여호 2012.09.18 19: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 주자의 연설문에서
    진보와 보수의 가치가 확연히 드러나네요....
    유권자들에게는 확실한 선택의 기준이겠습니다.

  5. 아기엄마 2012.09.19 00: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공감가는 글입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면 연산군의 재탄생이 될듯합니다. 아버지 우상화 내지 숙청에만 열 올리는... 정권교체 반드시 해야합니다

  6. 5345 2012.09.19 09: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에도 나와있듯 연설문에서 두 분의 가치관이 나와있죠..

    뭐가 나쁘다 좋다는 듣는사람마다 다르니 논외로하고

    문재인은 일반시민들은 뭐에 분노하고 있는지 정확히 연설문을 통해 나타내었고
    박근혜는 일반시민들의 자신의 대한 변명및 하나의 개인에게는 에게는 국가라는 큰 존재를 너무강조했다는 점에서 연설문의 공감을 얻는데 부족하지 않았나 봅니다..

    박근혜 수락 연설문 보면 '국민'이라는 단어가 많이 반복되고 문재인 수락 연설문에 보면 '우리'라는 단어가 보이는 군요..

    오바마 슬로건인 'Change we can believe in' 'Yes, we can'를 보면 공통적으로 WE 즉 우리라는 단어가 어필을 했다고 봅니다..

    이제는 지도자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국민들은 그에 따르는권위주의시대는 끝났고 지도자와 국민이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시대가 도래해왔는데 문재인 수락연설에는 시대트렌드를 잘 반영했다고 봅니다..
    '우리'라는 단어가 국민이라는 단어보다 훨씬 부드럽고 포근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결론적으로 문재인 수락연설문이 일반시민에게 더 어필 할 꺼 같습니다..

  7. nijinsky 2012.09.19 12: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재인 후보 지지자인데 연설을 잘 하는 편이 아니라는 게 아쉽긴 하죠;; 발음이 뭉개지는 편이라 저건 고칠 수 없나 했는데 참여정부때 격무에 시달리는 바람에 치아가 상하는 바람에 그런거라고 하니 탓할 수도 없고 -.- 상세히 잘 짚어주셨네요. 전 좀 편파적이라 박근혜 연설은 듣지도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잘 보고 갑니다. 개인적으론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권력의지가 강한 정치인 싫어합니다. 오히려 내가 과연 저 자리에 적합한 인물인지 잘 해낼 수 있는지 끊임없이 성찰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