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와 켄 로치의 [랜드 앤 프리덤], 그리고 [반란의 조짐].

최근에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는 시민혁명이 일어나고 있고, 한국에서도 미약하긴 하지만 혁명의 임계질량(Critical Mass)이 조금씩 채워지는 징후들이 보이기도 한다. 확실히 현재진행형이라고 볼 수 있는 혁명을 얘기할 때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말을 하는데, 그와 함께 아나키즘도 역시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작년에 유럽의 대표적인 미래학 연구소인 코펜하겐연구소가 아나키즘(anarchism)과 이코노미(economy)를 합성하여 아나코노미(anaconomy)라는 신조어를 만들었을 때도 소셜네트워크가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다. 개인의 자유와 표현의 기회를 확대시켜주는 소셜 네트워크가 대중의 집단지성을 부각시키고, 그것은 곧 개인이 시장에서 강력한 주체가 될 수 있게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점은 소셜 네트워크의 작동방식 자체가 아나키즘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으며, 이것이 미래 경제를 규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평등과 자유, 반권력의 철학인 아나키즘이 소셜 네크워크와 연결되고 이 새로운 도구가 2011년의 시민혁명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는데, 사실 SNS가 생기기 전에도 혁명이 일어난 곳이라면 어디에나 아나키즘이 살아있었고, 원래부터 아나키즘과 혁명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스페인 시민전쟁이 그랬고, 근래의 신자유주의 반대 운동에도 아나키스트들이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아나키즘은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분명 중요한 함의를 가질 듯한데, 스페인 시민전쟁의 실패 이후 주변부로 밀려나 있던 아나키즘이 공산주의의 몰락과 자본주의의 타락을 맞은 현 시점에서 재스민혁명을 통해 새로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아나키즘이 다시금 역사의 주무대에 등장하고 있다는 증거들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얼마전에 AP통신은 세계적인 금융재정 위기 상황에서 비롯된 사회적 갈등에 호응해 국가기구와 금융기관을 전복하려는 각국의 아나키스트들이 기존의 느슨한 연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점차 조직화, 과격화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한 바 있으며, 유럽연합 경찰국은 최근 보고서에서 아나키스트들의 테러 공격이 예년에 비해 두 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현재 가장 중요한 지식인들 중에 한 명인 노엄 촘스키 MIT교수도 아나키스트이고 위키리크스를 만든 줄리안 어산지 역시 아나키스트를 자처하고 있으며, 사이버 세상을 주름잡고 있는 해커들 중에도 아나키스트가 많다고 한다.

 

 

그럼 아나키즘과 관련된 작품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여기서는 조지 오웰의 작품을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그는 앞서 말한 스페인 시민전쟁에 직접 참여했으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카탈로니아 찬가>를 썼다. 조지 오웰의 소설과 에세이들 중에는 기본적으로 아나키즘적인 철학이 깔려있는 작품들이 많다. 영화로는 켄 로치 감독의 <랜드 앤 프리덤>이 스페인 시민전쟁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고,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도 스페인 시민전쟁이 배경이다.

이번 달에 최신 아나키스트 지침서라고 할 수 있는 <반란의 조짐>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는데, 프랑스 내무부장관 알리오 마리가 "이 책은 테러리즘의 메뉴얼이다."라고 말했고, 뉴욕타임즈는 이 책에 대해 '반물신주의 선언이자 혁명의 메뉴얼'이라고 썼다. 출반사의 책 소개에 따르면, 최근의 중동과 아프리카 사태를 맞이하며 미국의 보수 논객들이 폭스뉴스에서 현 상황과 이 책의 연관성 및 영향력에 대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뉴스를 듣고 한국사회를 바라보면, 시민혁명이 현재진행형이듯이 아나키즘도 저 멀리 다른 나라 이야기이거나 몇십 년 전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의 문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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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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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ikkAnaAna 2015.04.25 01: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읽고 갑니다.. 지금 우리사회는 이때보다 퇴보한거같네요. 사회분위기도 변화에있어 어느때보다 냉담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