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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의 2012년 시도교육청 평가, 과연 적절한가?

 

 

대구광역시에서는 지난 6개월간 10명의 학생들이 학교폭력, 가정형편, 성적비관 등의 이유로 투신자살을 시도했고, 슬프게도 이 가운데 8명이 사망하고 말았다. 대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보통 1년에 8~10명 정도가 자살한다고는 하지만, 반 년동안 이렇게 집중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자살한 경우는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대구 역시 예전에는 다른 지역과 비슷했다). 올해 하반기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단순히 산술적인 수치만으로는 다른 지역보다 그리고 평소보다 청소년 자살발생률이 무려 2배를 보이고 있는 셈인데, 도대체 왜 대구에서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특정 지역에 관한 얘기라 약간 조심스럽지만, 이번 사태는 여러 가지 종합적인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소위 말하는 '고담 대구'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몇 년 전부터 사실 징조는 있었고, 최근 대구지역의 정치적 편향이나 부동산 위기도 큰 원인들 중에 하나인 듯하다. 12월 대선이 치러지기 전에 언제고 한 번은 버림 받은 대구의 총체적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포스팅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일단 오늘은 교육부문에 관련된 얘기만 좀 하고 넘어가겠다.

 

대구의 학생자살에 대한 얘기를 먼저 꺼내게 된 이유는 바로 어제 7월 9일, 교육과학기술부가 '2012년 시도교육청 평가'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교과부의 시도교육청 평가는 교육 분권화에 따라 교육청 사이에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1996년부터 시행하고 있다는데, 교과부가 순위를 공개하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라고 한다. 올해 평가는 학생, 교원, 단위학교 역량강화, 교육복지 증진, 교육만족도 등 5개 분야의 교육성과(18개 지표, 정량평가)와 교육정책(정성평가)을 평가한 것이라고 하며, 100점 만점 중 교과부가 중점을 두는 사업들을 90점으로 평가하고 각 교육청의 자율적인 사업에 대한 질적 평가에는 10점이 배점됐단다. 교육여건의 차이로 인해 시와 도의 등급은 따로 매겼는데, 교육청 평가결과는 '매우 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 미흡' 등 5개로 분류된다. 교과부는 이 평가 결과를 토대로 약 1000억 원의 특별교부금을 하반기에 각 지역 교육청별로 차등 배분할 예정이라고 하니, 교육예산의 측면에서는 교육청 평가 순위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7월 9일 보도: 연합뉴스(좌), 서울경제(우)]

 

학생자살 1위 도시 대구,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청 평가에서는 우수?

 

우선 전체적인 결과를 살펴보면, 교과부의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매우 우수'를 받은 교육청은 제주와 충북이고, 최하 등급인 '매우 미흡'을 받은 교육청은 서울과 광주, 강원과 경기도이다. 이것은 시교육청과 도교육청으로 나눠서 볼 수 있는데, 시교육청 중에는 2012년도에 '매우 우수' 등급을 받은 곳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시교육청에서는 '우수' 등급이 사실상 최고 등급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구와 대전, 인천이 교과부로부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서울과 광주가 매우 미흡하다고 한다(시교육청 중에 '미흡' 등급은 없음). 한편 도교육청 중에서 제주와 충북이 별 다섯 개로 '매우 우수' 평가를 받은 것이고, 경기도와 강원도가 '매우 미흡'하며 전남과 전북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결국, 시교육청 총 7곳 가운데 2곳이 보통보다 못하다는 평가 결과를 받은 것이며, 도교육청 총 9곳 가운데 4곳이 보통보다 못한 지역이라는 것이다. 이 여섯 군데는 위에서 보듯이 서울, 경기, 전남, 전북, 광주, 강원이고, 공교롭게도 모두 진보성향 교육감이 교육 정책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 평가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다양한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시교육청 중에서 사실상 최고 등급을 받은 대구는 현재 학생자살 1위 도시이다. 관련 기사에 의하면, 대구시교육청은 '학부모 만족도'와 '안전한 학교 환경 조성' 분야에서 '우수' 또는 '매우 우수'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학생자살 1위 도시가 학부모 만족도와 안전한 학교 환경 조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다니, 이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는가? 물론 교육청 평가를 위한 조사 기간과 자살 사건 발생 사이의 시간적 불일치를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대구에서 학생들의 자살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시작한 게 작년 12월부터이고(이때부터 지금까지 무려 8명이나 자살했다) 교과부의 시도교육청 평가 결과가 발표된 게 올해 7월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무래도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교과부는 조사 자료를 평가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데에 도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렸으며, 또 그 사이에 발생한 일들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인가? 1996년부터 매년 시도교육청을 평가하고 있다는데, 매년 하는 조사에서 어쩌면 이리도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단 말인가?

 

[사진 자료: 뉴시스]

 

2010년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지역 저명인사들의 지지선언을 과장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사전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로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던 우동기 현 대구시교육감은, 취임 당시에 '학력 신장'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으며 대구의 모든 고등학교에 기숙사를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현재까지 13개 고등학교에 기숙사를 지었다고 한다. 우동기 교육감은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에도 17개 정도의 기숙사를 더 세울 예정이라는데, 요즘 대구지역 70개 초중고교 가운데 과반이 넘는 42개 학교에서 0교시, 강제보충수업, 강제야자 등을 진행하고 있단다. 대구지역 교육시민단체들은 "지나친 경쟁 교육으로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고 있다"며 우 교육감의 퇴진을 요구해왔다고 하며, 원거리 통학생이 없는데도 억지로 기숙형 학교를 만드는 것에 대해 현직 교사들도 상당히 비판적이라고 한다. 이런 우동기 교육감이 교육행정을 펼치고 있는 대구는 6개월 동안 8명의 학생들이 자살하는 지역이 되어버렸는데, 이런 심각한 문제와는 별개로 그저 교과부 정책을 가장 잘 따르고 있는 지역으로 교육계에서 정평이 나있고, 또 어제 발표된 교육청 평가에서도 총 7개 시교육청 중에서 가장 높은 '우수' 등급을 받았다. 도대체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의 교육청들을 평가하는 진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일제고사를 이유로 정규수업을 파행으로 이끈 제주와 충북, 교과부는 '매우 우수'

 

사실, 교과부의 시도교육청 평가 결과에서 상위에 오른 교육청 중에서 유독 대구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무려 '매우 우수' 등급을 받은 제주와 충북도 일제고사 문제로 얼마전에 큰 물의를 일으켰다. 16개 시도교육청 중에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제주와 충북 역시 정규수업의 파행이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올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를 앞두고 충북과 제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잠깐 살펴보면, 먼저 제주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아침 0교시가 벌어지기도 했고, 일제고사를 앞두고 음악이나, 미술, 체육, 도덕 등과 같은 창의재량 수업을 당분간 멈추는 학교도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장학사가 직접 6학년 담임선생들과 저녁 식사를 하며 시험공부를 시키라는 요구도 한 것으로 나타났단다. 심지어는 행정기관에서 초등학교에 예산을 투입해(각 초등학교에 400만 원 지급) 특별학습반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교사와 학생이 학교에 나와서 문제풀이를 했다고 한다. 과연, 이런 어처구니 없는 행태가 공식적으로 학교 공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교육청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2011년 7월 8일 한국일보 보도(상), 2012년 7월 2일 경향신문 보도(하)]

 

다음으로 충북에서는 일제고사를 앞두고 초등학교 학생들의 점심시간을 줄여서 문제풀이를 하기도 했으며, 중학교는 부진아반을 별도로 운영하고, 정규수업 시간(6교시)을 7~8교시로 늘려 문제풀이 수업을 별도 편성한 사례도 있었다. 어떤 초등학교는 저녁 8시30분까지 문제풀이 수업을 강행했다고 하며, 또 다른 초등학교는 쉬는 시간을 10분에서 5분으로 줄이기까지 했단다. 바로 이게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매우 우수'로 평가한 교육청의 교육행정 수준이다. 아무리 일제고사가 교육과학기술부의 방침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정규수업은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가장 기본적으로 학생과 선생들의 인권은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닌가? 도대체 초등학생들의 쉬는시간과 점심시간을 줄여서까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이란 말인가? 교육청과 학교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권리를 마구 짓밟아도 되나? 이런 와중에도 충북도교육청은 "학업성취도 평가 당일 학교장 승인 없이 체험학습 등에 참여해 평가에 불참한 학생은 무단결석 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고 한다. 특별교부금 천억 원을 이런 엉터리 교육청에 많이 배분한다는 게, 과연 정상적인 것인가?

 

학생들이 자살해도, 정규수업을 파행해도, 그저 교과부의 말만 잘 들으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2008년부터 실시된 현행 학업성취도 평가는 미국에서 몇 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던 제도를 본뜬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일제고사 실시 후에 다양한 부작용이 끊임없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최근 미국은 사실상 일제고사를 폐기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각 주의 자율성을 강화하면서 이 제도 자체는 결정적으로 약화됐단다. 일제고사가 근본적으로 실패한 정책처럼 평가받고 있는 셈이며, 현재 미국 행정부와 각종 현지 언론들의 보도 태도로 볼 때 일제고사에 대한 거부는 앞으로도 더 확산될 걸로 보인다. 그런데 미국으로부터 이 제도를 수입한 한국의 교육과학기술부는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업성취도 평가를 강행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정규수업의 파행이 벌어지는데도 그냥 수수방관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일제고사를 이유로 정규수업을 파행으로 이끈 교육청이 교과부 평가에서 '매우 우수' 등급을 받고, 당장 올해 하반기에 특별교부금을 다른 교육청보다 더 많이 받게 생겼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가? 설사 일제고사를 그대로 실시하기로 했어도, 정규수업의 파행은 적어도 막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 말이다.

 

대구시교육청이 '우수' 등급을 받은 것도 마찬가지다. 학생자살 1위 도시의 교육청에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리는 교과부는 도대체 뭐하는 곳인가? 학생들이 자살을 해도, 정규수업을 파행으로 이끌어도, 그저 교육과학기술부의 말만 잘 들으면 좋은 평가를 받고 많은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인가? 평가 자체의 문제도 많다. 교과부의 교육청 평가에는 무상급식도 빠져있고, 학업성취도보다 교육복지 관련 점수가 더 낮게 배정되어 있다. 또 지극히 비합리적인 예를 몇 가지 들면, 사교육비 절감은 증감률이 아니라 전체 규모로 평가하기 때문에 인구가 많은 지역은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고, 학교체육 활성화 항목은 전체 종합이 아닌 단지 증감률만을 따지기 때문에 원래 수준이 낮았던 지역이 약간의 변화만으로도 크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리고 특성화고 취업률 지표의 경우 정부 자체 집계에서는 취업률이 더 높았던 지역의 교육청이, 교과부 평가에서는 오히려 다른 지역의 교육청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았단다. 과연 이걸 객관적인 평가라고 말할 수 있는가?

 

대구시교육감과 제주, 충북의 교육감은 교육과학기술부의 방침을 잘 따랐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진보교육감인 서울, 경기, 전남, 전북, 광주, 강원의 교육감은 그렇지 않았다. 설마, 이게 평가 기준인가? 별로 그렇게 믿고 싶지는 않다. 우리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나? 그런데 어제 교과부가 발표한 '2012년 시도교육청 평가' 결과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문제가 많고, 진짜 아닌 것 같다. 제발,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서까지 편가르기를 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정말 그렇지 않다고 믿고 싶다. 부디, 상식적으로 좀 이해가 되는 평가와 예산지원을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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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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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oulrem 2012/07/10 10: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꼴뵈기 싫은 현실입니다.
    잘보고 갑니다.
    추천드립니다.^^

  2. 춥파춥스 2012/07/10 12: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
    뛰어놀 나이에ㅜ
    앞날이 창창한 애기들인데
    숨이 탁탁 막히네용...

  3. hukkim1002 2012/07/31 12: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휴...우리나라는 언제 교육혁명이 일어날지... 위쪽에서 물갈이가 일어나지않는한 몇십년은 그대로 유지되겠네요 ㅠㅠ

  4. ㅇㄱ 2012/08/04 11: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학교에서찌들러산다고 니들이앉아서10시간넘게공부해봐라우울증이랑 자살충동느낀다